독일을 경제강국으로 만든 다섯가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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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을 경제강국으로 만든 다섯가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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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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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독일은 지금 세계 4대 경제 강국이다. 심오한 학문과 과학기술, 그리고 문학과 음악의 나라다. 역사적으로도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과학기술과 산업생산력은 전쟁 상대국들을 몹시 괴롭혔다. 독일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일반화와 단순화의 오류 가능성을 각오하고 내가 직접 아는 몇 가지를 말해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독일인의 품성이다.
독일 뮌헨에서의 유학생 시절에는 방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웠다. 무선 전화기가 없던 시절이다. 학생회관 게시판에 붙은 쪽지를 보고는 바로 전화기를 돌리고 찾아가 보아야 했다. 그런데 나보다 조금 더 가까운 곳에 있던 다른 학생이 먼저 도착해서 방을 채 가버리면 끝이다.
한번은 전화를 하고 찾아갔는데, 가는 내내 초조했다. 도착했더니 집 주인 아주머니가 학생 둘이 더 전화를 했었다고 하면서 가장 먼저 연락한 학생이 와서 보고 결정할 때까지는 오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고맙다고 했더니 그 아주머니 대답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세상이 엉망이(durcheinander) 되고 말겠지요”
다음은 청년들의 독립정신이다.
독일 대학은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 연방법에서 금지하기 때문이다. 2005년에 독일헌법재판소가 연방정부가 등록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교육재정이 어려운 7개의 주가 학기당 500유로 정도의 등록금을 받기로 결정하자 학생들과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각 주 정부는 화들짝 놀라 등록금 징수 계획을 취소했고 동작이 느렸던 주들의 집권당은 다 선거에서 졌다. 
한 학기 500유로면 중산층 이상에 큰 부담이 안될 것 같은데 충분히 낼 수 있는 학생들한테도 안 받는 것은 좀 그렇다. 근데 이 생각은 한국 부모인 내 생각이다. 독일 학생들은 철저히 경제적으로 독립이다. 내가 연구소에서 함께 일했던 당시 재계 1위 철강 재벌 외동딸이 나한테 언제 이런 말을 했다.
“아빠가 대학원 다니는 비용을 다 지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해”
셋째는 정치인들과 언론의 철저한 역사적 책임의식이다.
대학 등록금을 안 내는 것은 좋은데 미국 학생들도 안낸다. 상호주의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독일 학생들은 미국 가면 천문학적인 돈을 내는데. TV 토론이 싱겁게 끝났다.

“히틀러는 선거로 집권했다. 히틀러의 죄는 독일의 죄다. 우리는 외국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받을 수 없다”
독일 정치인들도 가끔 부패사건을 일으킨다. 그러나 과거사 문제에는 양보가 없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고 우리가 갚을 만큼 갚지 않았나” 하는 취지로 발언한 국회의장이 바로 다음 날 정계에서 퇴출된 적이 있다.
넷째는 천부적인 협동과 조직력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의 조직력을 발휘해서 돌아가는 나라가 독일이다. 바로 독일 축구팀이 독일의 축소판이다. 호날두나 메시 같은 슈퍼스타는 없다. 그러나 피파 랭킹 1위다. 키신저는 독일 국가대표팀의 경기는 2차 대전 때의 전격전(Blitzkrieg)을 연상시킨다고 한 적이 있다. 독일팀 별명이 ‘전차군단’인 것이 여기서 나왔다. 육군대학에서 고안해 낸 탁월한 전술을 조직력과 성실성, 개인이 아닌 부대 전체의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펼친다. 화려하지 않지만 견고하고 무섭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 수는 미국 368, 영국 132, 독일 107이지만 독일에는 하버드나 케임브리지 같은 스타 대학이 없다. 세계 대학 랭킹에서 독일 대학들은 존재감이 없고 독일 1위 대학 뮌헨공대가 QS 세계 60위에 그친다.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파이낸셜타임스 랭킹 20위권에 삼성전자급 기업은 없고 폭스바겐이 간신히 50위권에 턱걸이하는 정도다. 상장회사도 470개밖에 없다. 독일은 무수히 많은 단단한 중소기업들의 나라다. 기술 혁신뿐 아니라 조직 혁신도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나라가 독일이다. 내가 살던 기숙사 관리인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독일 사람들은 뭔가를 관리(verwalten)하라고 하면 신이 나요”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역량이다.
독일이 생산하는 지식과 기술은 주로 기업에서 나온다. 기업들이 자체 연구소를 두어 대다수 기술을 개발한다. 독일 정부 홈페이지에 보면 독일의 R&D는 2/3가 기업의 투자로 이루어진다고 되어있다.
국가 발전에서 기업의 역할을 중시하는 생각은 이미 19세기에 시작된 것이다(관련기사 : 국가주의와 경제강국 독일의 교훈). 국가사회주의자들도 이 점에서는 같았고 히틀러는 전쟁 수행에 기업의 힘을 충분히 활용했다. 나치는 별의별 법률을 만들고 고쳤지만 신기하게도 회사법은 손대지 않았다. 물론 독일 기업들의 전통적 대주주는 은행이어서 우리처럼 경영권의 사적 이익 편취 문제가 없다. 국가주의 시절 회사돈을 빼돌리는 것은 주주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Volk)에 대한 범죄였다. 
이 외에도 많은 독일적 장점들이 오늘의 독일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 독일이 요즘 특히 고민하는 문제들이 있다. 버텔스만재단이 ‘스마트 컨트리’라는 모토로 독일 사회가 씨름해야 할 문제들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디지털화, 양극화, 인구분포 변화다. 독일 헌법은 모든 독일 국민들에게 ‘평등한 생활 수준에 대한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가지 요인이 그를 위태롭게 한다고 한다. 우리를 돌아보면서 독일의 해법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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