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유감(秋夕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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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유감(秋夕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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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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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대 포항문화원장

[경북도민일보]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란 우리 속담이 있듯이 넉넉한 음식과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추석 생각만 해도 즐거운 명절이다.
秋夕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가을저녁이라는 의미이다. 시기로는 음력 팔월 보름이기 때문에 팔월의 한가운데 즉, 가을의 한가운데를 뜻한다.
추석에는 송편과 토란국, 화양적, 닭찜 등 대표적인 시절음식이 있다.
정성스레 만든 음식으로 차례(茶禮)와 성묘(省墓)를 지내고 줄다리기와 씨름, 소싸움 등의 놀이를 즐겼다.
‘오월농부 팔월신선’이란 말처럼 오월의 농부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팔월은 농사도 마무리되고 선선한 결실의 계절로 신선처럼 지낼 수 있다니 그만큼 좋은 날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듯이,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그야말로 민족 고유의 최대명절인 것이다.
차례와 성묘… 조상의 은혜를 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석이 근래에 그 본연의 모습과 의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추석 때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간다. 국내에 있어도 교통체증을 피해 짧게 고향을 다녀간 뒤 차례음식을 포장해 나들이를 떠나는 귀성객들이 더 많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추석 대목이면 전통시장엔 주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지금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서 차례용품과 간편식을 사다 차례(茶禮)를 지내는 풍속이 일반화되었다.
자라나는 어린 우리의 다음세대가 적어도 추석의 의미도 모르며 단지 휴식을 위해 여행가는 기간 정도로 알고 있다면, 이 또한 기성세대에서 중요한 세시풍속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점점 편리하고 빨라지는 세상에서 옛날을 고집하는 것이 고루하다 할지 몰라도,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말처럼 옛 것을 제대로 알고서 새로운 것을 찾는 조상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조상들의 추석은 아마 넉넉함이었을 것이다.
살림이 어려운 사람도 마음만큼은 보름달같이 풍성하고, 한 해의 결실인 가을걷이를 하고서, 하늘과 조상에 감사하는 한국의 추수감사절이었을 것이다.
이번 추석도 이런 넉넉함 속에서 풍속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는,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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