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法案) 질적 발의에 신경써야
  • 손경호기자
법안(法案) 질적 발의에 신경써야
  • 손경호기자
  • 승인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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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국회의원 법안 발의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15대 국회 당시 1144건이었던 의원 발의 법안은 16대 국회 1912건, 17대 국회 6387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18대 국회에서는 의원 발의 법안 건수가 1만 건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19대 국회에서는 1만6729건, 20대 국회 들어서는 벌써 2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국회 임기 만료시 미처리 법안의 자동폐기 건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5대 국회 종료로 인해 390건이 폐기됐지만 △16대 국회 754건 △17대 국회 3154건 △18대 6301건 △19대 국회 9809건이 자동폐기됐다.
법안의 자동폐기 증가로 법안 재발의가 증가하고, 법안 발의 급증은 법안 심사 시간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한 포퓰리즘적 법안 발의와 양적(量的) 발의에만 치중한 법안의 질적 하락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양적 발의 치중은 제정 법률안이나 전부 개정안이 거의 없고, 대부분 숫자 한 두개 바꾸는 일부 개정안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도록 하는 것도 많았다. 물론 이 같은 개정법률안이 의미가 없다고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식 한자를 우리말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어려운 용어를 순화해서 푸는 입법 발의 행태를 ‘알기 쉬운법’, 즉 ‘알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회의원들이 대표발의 건수 실적을 채우기 좋은 경우다. 국회 의원들이 이 같이 법안 발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법안발의 숫자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단체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법안발의 숫자 뿐만 아니라 통과된 법안 숫자까지도 고려하고 있지만 법안발의 숫자는 평가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포퓰리즘 법안 발의도 심각하다. 이슈가 터질 때 관련 법안들이 우후죽순으로 발의되고 있다.지난해 9월의 경우 맹견(猛犬)에게 물려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반려견에 따른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동물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12건이나 발의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성관계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다시 촬영해 전송한 행위는 성폭력특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자 관련 법안이 의원들에 의해 계속 발의됐다.
이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최근 카메라, 휴대전화 등을 이용한 몰래카메라, 리벤지 포르노 유포 등의 범죄가 악랄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 만을 규정한 성폭력특례법 14조에 이미 촬영된 동영상을 재촬영한 경우에도 죄를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직접촬영이든 간접촬영이든 상대방의 허락을 받지 않고 촬영 당한 것이라면 피해를 받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일견 수긍이 간다. 그러나 만약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현실에 적용될 경우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동영상을 동의없이 재촬영한 경우에도 성폭력으로 처벌할 경우 영화의 장면 등을 재촬영할 경우에도 성폭력범죄로 처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제3자가 영화의 야한 장면을 배우의 동의없이 재촬영하면 현재는 저자권법 위반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성폭력범죄가 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과연 영화 장면 재촬영을 성폭력범죄로 처벌하는 게 합당한 일일까?
의원 입법 발의가 포퓰리즘에 휩쓸리면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법안들은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 논의를 거치고 본회의 통과까지 다양한 논의를 거치면서 문제점은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법안 발의가 남발되면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국회사무처 공무원들이 검토보고서를 내야 하고 정부 부처는 검토의견을 회람시키면서 정말 꼭 필요한 법안까지 처리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법안의 질적 향상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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