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기 욱일기 사형선고 안 받았니?
  • 모용복기자
전범기 욱일기 사형선고 안 받았니?
  • 모용복기자
  • 승인 2018.1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2개월 전 한국을 대표하는 격투기 선수인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UFC 챔피언이 되려는 특별한 이유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국 사람들은 욱일기의 의미를 모른다. 욱일기(旭日旗) 문신을 하거나 문양이 들어간 옷을 입는 선수들도 있다”며 “챔피언이 되면 가장 먼저 UFC에 욱일기가 안 나오게 해달라고 요구하겠다”며 격투기 챔피언이 되고 싶은 이유를 밝혔다.
정 선수의 말대로 미국, 아니 세계 대부분 사람들은 욱일기의 의미나 그것이 지닌 역사적 배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 문양이 격투기 선수들의 몸이나 옷에 박히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본인들의 교묘한 상술 때문인지 그렇지 않으면 격투기와 일본의 밀접한 연관 때문인지 아무튼 전범기(戰犯旗)인 욱일기가 운 좋게 살아남아 세계인들에게 친숙한 문양으로 전파되고 있으니 전쟁 피해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불편하고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의 육군과 해군에서 군기로 사용되었으며 일본의 국기인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욱광(旭光, 아침 햇살)이 퍼져나가는 문양은 일본 군국주의(軍國主義)를 상징한다. 욱일기는 현재 일본 자위대의 깃발로 사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침략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의 극우파들의 혐한시위나 스포츠 경기에서의 응원기, 대중문화, 상품 등에도 종종 등장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전범국가 일본의 전범기가 사실상 자국 군대인 자위대의 깃발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같은 전범기로서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 사용이 법률로써 엄격히 금지되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독일은 반나치 법안을 통해 하켄크로이츠가 그려진 깃발, 제복 등 모든 나치 상징물의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해진다.
해군이 10일부터 닷새간 제주도에서 실시하는 국제관함식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겠다고 우기던 일본이 불참을 통보했다. 우리 군이 일본측의 버티기에 독도함 동원 계획 움직임까지 보이자 결국 파견을 철회한 것이다. 해상 사열 때 우리 대통령과 국민사열단이 타는 사열함을 독도함으로 교체하면 일본이 자국영토라고 주장하는 ‘독도’ 이름이 붙은 한국 함정에 예우를 표해야 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사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욱일기를 내리고 참가하라는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와야 방위상이 기자회견에서 “자위함기는 국제법상 군 소속 선박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외부 표식에 해당한다”고 말한 대로 수십 년 간 사용해오던 깃발을 내리고 외국 행사에 군함이 참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도 36년간 우리 산하를 초토화시키고 백성들을 유린했던 전범기가 영해로 진입하는 것을 허용할 수는 더더군다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욱일기는 우리 국민에게 일제의 만행으로 인한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달고 관함식에 참가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입항을 막아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봇물을 이룬 것에서도 현재 우리 국민의 반일정서를 잘 알 수 있다.
이번 욱일기 사태는 단순히 깃발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차원을 넘어 과거사 문제와 맥락이 닿아 있다. 한일 간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갈등과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반성 없는 일본의 처신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독일이 종전 후 통절한 반성과 그에 따른 다양한 조치들을 통해 피해국들과 화해를 이룬 것에 반해 일본은 오히려 전범기를 자위대의 깃발로 사용하는 등 피해국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위안부 문제가 그러하며 독도 영유권 주장이 또한 그러하다.
지금까지 일본은 미국의 보호막 아래서 냉전과 한반도 분단상태를 교묘히 이용해 군국주의 부활의 꿈을 키워왔다. 헌법을 뜯어고쳐 군사대국화를 노리는 일본에게 욱일기는 어쩌면 그 문양이 암시하듯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상징적인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욱일기를 포기하지 못할 수밖에.
하지만 북풍카드를 활용한 일본의 우경화 속셈도 종말을 고할 날이 머지 않았다. 남북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북미 간 대화채널이 가동되는 등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냉전의 고리가 이제 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이 없이 욱일기 게양과 같은 제국주의 행위를 되풀이 한다면 그들이 동북아지역에서 ‘왕따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도, 위안부 문제에 이제 우리 영토에 욱일기 단 군함이라니 정말 ‘욱’하는 마음이 치솟는다. ‘UFC 무대에 욱일기가 안보이게 할 것’이라는 정찬성 선수의 결의가 새삼 돋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