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가져다주는 음악 ‘미제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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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가져다주는 음악 ‘미제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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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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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그레고리오 알레그리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 들으면 들을수록 운이 트이는 ‘미제레레’
 오늘은 들으면 들을수록 운이 트이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음악 ‘미제레레’를 소개한다. 살다보면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노력해도 하는 일마다 난관에 부딪히고 만나는 사람마다 등을 돌리고 들어오는 돈 없이 살림살이가 허리가 휠 정도로 어려워지는 때를 경험하게 된다. 이런 때에는 자신의 내면과 주위를 돌아봐야 한다. 내가 혹시 남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지, 내가 스스로 나를 학대하고 있지나 않는지 돌아보고 나와 타인 모두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여유와 냉정을 찾아야 막혔던 운도 비로소 트이게 된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며 숨이 넘어가는 순간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 절대자를 찾으며 간절하게 SOS 도움을 청하는 음악이 바로 ‘미제레레’이다.    
 가톨릭에는 ‘테네브레’ 라는 이름의 전통 미사가 있다. 촛불을 하나씩 꺼나가다가 미사 마지막부분에 다다르면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미제레레 메이 데우스!)”라는 신비롭기 그지없는 합창을 하며 마지막 촛불을 끄게 된다. 그리고 완전한 어둠속에서 미사는 끝이 난다.
 흥미로운 것은 가사의 내용인데 ‘시편 51편’의 내용을 인용하였다는 것이다. 내용인즉 ‘다윗’이 ‘밧세바’와 통정한 뒤 참회하며 세상의 죄악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어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도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가치 있는 이야기소재가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시편 51편 내용 -중-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를 따라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의 많은 긍휼을 따라 내 죄악을 지워 주소서” “나의 죄악을 말갛게 씻으시며 나의 죄를 깨끗이 제하소서!”, “무릇 나는 내 죄과를 아오니 항상 내 앞에 있나이다.”
 
 △ 간절한 소원을 빌어주는 음악, ‘미제레레’

 ‘그레고리오 알레그리’ (1582-1652)라는 사람은 르네상스 전성기 시대의 작곡가이다. 우리들에게는 모차르트나 베토벤처럼 익숙하지 않은 음악가이긴 하지만 천주교를 믿는 종교인들에게는 한번쯤 들어봤을 것 같은 낯설지 않은 이름일 것이다. ‘그레고리오 알레그리’는 교황청 소속의 성악가겸 작곡가였는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다수의 미사곡과 몇 개의 초기의 형태의 현악4중주의 기악곡을 작곡하였다. 어찌 보면 다른 유명한 작곡과들과 달리 그의 프로필은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이지만 그에게는 그의 인생의 역작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16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중반까지 당시 로마의 바티칸에서 봉인된 작품으로 오로지 성 ‘시스티나’ 성당에서만 감상할 수 있었던 불멸의 명성을 갖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고전음악계의 불멸의 음악가가 되었고 후대에는 바흐, 모차르트, 멘델스존을 비롯하여 많은 음악인들에게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역사적인 인물이 되었다.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는 시편 51편 전체를 노래하는 긴 곡이지만 작품의 형태는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반복된다. 5성부(소프라노2,알토, 테너, 베이스)의 합창단과 4명의 독창 그룹(소프라노2, 알토, 베이스)이 있어 총9성부의 각기 다른 멜로디가 서로 주고받는 형식으로 부르게 되어있다. 특이한 것은 어떠한 악기의 반주의 도움 없이 목소리만의 형태로 화성을 만들어지게 되며 이것은 곧 아카펠라 형식의 노래가된다. 일반적으로 합창은 피아노나 오케스트라의 도움을 받아 함께 연주 것이 보통이지만 이 작품은 반주가 없이 사람의 목소리로만 화성을 만들어 노래를 만든 것이라 만약 어떤 이가 감상한다면 분명 신비롭고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성부의 무반주 합창, 아카펠라 가운데서, 고음부 독창은 마치 천상(天上)에 오르기라도 하듯이 다섯 차례나 높은 ‘도’ 까지 오르내린다. 이 곡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독창의 멜로디가 있기 때문이다. 솔로의 화성은 화려하지 않으며 악기의 반주가 없는 다성화음의 합창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래 부르게 된다. 제1소프라노는 높은 ‘솔’에 이어 높은 ‘도’를 노래한다. 그 당시의 교회합창 음악의 특징은 높은음 ‘도’와 같은 고음이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보통 소프라노의 음역은 ‘솔’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작곡가에 따라서는 높은 ‘파’음도 자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당시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고음 높은 ‘도’를 사용한 것은 뛰어난 카스트라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카스트라토: 남성이 여성파트의 높은 소리를 내기위해 남성의 생식기를 수술의 방법으로 거세된 가수) 비브라토를 쓰지 않는 높은음 ‘도’는 인간 감정의 한계를 닿는 듯한 전율 감을 준다. 이러한 소리가 건물 전체가 대리석으로 된 ‘성 시스티나’ 성당에서 긴 잔향을 타고 울릴 때의 아름다운 소리를 상상해보라. 그 감동은 천상의 소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정화를 통해 복을 가져다주는 ‘미제레레’
 ‘미제레레’는 음악 자체가 갖고 있는 환상적인 아름다움도 있지만 이 작품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에는 로마 교황청이 이 작품의 대중적으로 연주되지 못하도록 악보를 봉인해버렸다는 사실이다. 르네상스 당시 폐쇄적이었던 교황청은 ‘미제레레’의 악보가 외부에 공개된다던지 아니면 ‘시스티나’ 성당 밖에서 연주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였다. 왜 그랬을까? 행운을 오로지 교회 안에서만 독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옛날에는 이곡을 듣기위해서 바티칸까지 성지순례를 해야 했고 이러한 교황청 칙령으로 당시 유럽의 문화계 거장들이 바티칸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 한명인 독일의 대 문호 ‘괴테’는 그의 수필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나는 이 작품에 통해 천상의 소리를 들었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라고 묘사해놓았다.
 이뿐만 아니라 봉인 해제의 주역을 담당한 모차르트의 일화가 있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을 14살 때 아버지와 함께 이탈리아 음악여행을 하던 중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 방문하여 이 작품을 처음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단 한 번의 감상으로 작품 전체를 암기해 악보로 필사 해버린것이었다. 모차르트는 9성부로 나눠진 이 작품을 단 한번 듣고 완벽하게 옮겨 적어 전 유럽을 경악케 했다.
 바티칸에서는 이 작품을 몰래 밖으로 유출시킨 모차르트에게는 상응하는 큰 형벌을 내려야 마땅하였는데 그의 천재적 기억력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 하여 감탄하였다. 교황은 처벌 대신 ‘황금박차’라는 훈장을 그에게 수여하고 그 이후로 1770년 바티칸의 봉인된 모든 악보가 마침내 모차르트를 기점으로 봉인에서 벗어나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다. 너무나도 고귀하고 아름다운 환상적하모니, 바티칸의 교황마저 깊은 곳에 숨기고 싶었던 바로 그 음악, ‘알레그리’의 ‘미제레레 메이 데우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였던 것이었다.
 교황청이 독점하고 싶었던 바로 그 음악! ‘미제제레’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음악이었고, 교황청은 행운의 독점을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21세기 우리는 스마트폰 유투브를 통해 ‘미제제레’를 쉽게 감상할 수 있다.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 ‘미제레레’를 들어보자. 오늘 하루 내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이제까지 지은 나의 죄는 없는지 스스로를 돌아보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러한 나의 업보들을 씻어내고 정화를 통한 개운의 기회를 가져보자. ‘미제레레’는 막힌 운을 뚫어주고 하늘의 복을 가져다주는 참으로 고마운 음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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