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혁의 손 끝에서 부활한 슈베르트
  • 이경관기자
임동혁의 손 끝에서 부활한 슈베르트
  • 이경관기자
  • 승인 201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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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 피아니스트 임동혁. (c)SangWook Lee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그의 슈베르트’가 지난 11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펼쳐졌다.
 포항문화재단 ‘2018 클래식 명품 기획’으로 마련된 이번 리사이틀은 슈베르트 서거 190년을 기념한 연주회로 더욱 깊은 의미를 가졌다.
 이날 공연에는 750여명의 관객이 찾아 임동혁이 전하는 슈베르트의 선율에 젖어들었다.
 유난히 쌀쌀했던 가을날, 임동혁의 손으로 되살아나는 슈베르트를 만나봤다. 
 이날 공연을 20여분 앞둔 7시10분 포항문화예술회관은 대한민국 대표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전하는 슈베르트를 만나기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객석 조명이 꺼졌다. 서서히 조명이 들어온 무대 위에 덩그러니 피아노가 놓여져 있었다.
 그 피아노 곁으로 한 남자가 서서히 다가와 건반으로 슬픔을, 기쁨을, 삶의 희노애락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다양한 색채감을 표현하는 음색을 가진 피아니스트”라는 평을 받는 임동혁은 이날 공연에서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한 슈베르트의 작품을 연주했다.
 먼저 1부에서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 A장조 D.959을 연주했다.
 그는 슈베르트의 환하고 쓸쓸하며 고독했던 삶은 마치 경험한 것처럼 애잔하게 그리고 또 먹먹하게 담아냈다. 특히 2악장은 고독하고 쓸쓸한 황폐함만이 남은 듯한 선율로 세상을 떠돌던 슈베르트를 떠올리게 했다.
 건반 위를 내달리는 그의 손 끝은 마치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며, 그리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듯 계절과 같은 우리의 곡절 많은 삶을 노래했다.
 시원하게 우는 피아노를 때리는 것은 그의 손가락이 아닌, 그의 예술을 향한 정신이자 철학이며 슈베르트를 향한 깊은 존경의 마음이었다.

 임동혁은 피아노 연주 도중에도 이마의 땀을 훔칠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그의 연주에 관객들은 환호와 함께 뜨거운 환호를 내질렀다.
 휴식 후 이어진 2부에서는 슈베르트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 21번 B플랫장조 D.960을 연주했다.
 슈베르트는 세상을 떠나기 약 2달 전쯤 피아노 소나타 세 곡을 연달아 작곡했다.
 이 마지막 세 곡은 그의 ‘3대 피아노 소나타’로 불리며 사랑 받고 있다.
 특히 그 중 마지막 소나타인 21번 D.960은 슈베르트가 ‘이 세상에 보내는 마지막 작별 인사’로 불린다.
 그의 스타일을 완성한 피아노 소나타로 그의 작품 중 백미로 평가 받고 있다.
 이날 무대에서 임동혁은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 군더더기 없는 테크닉, 다양한 음색으로 슈베르트를 표현했다.
 그는 아주 치밀하면서도 조용한, 그렇지만 울림이 크고 또 낭만적이면서 섬세하게 슈베르트의 소외감, 상실감, 고뇌, 고독, 허무, 회한 같은 삶의 다양한 감정들을 풀어놓으며 그의 선율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후~’하고 내쉬는 마지막 숨결같은 그의 연주는 아름다워서 슬프고, 슬퍼서 아름다웠다.
 평소 여러 매체에서 “슈베르트 음악에는 세상만사가 담겨 있다”며 “우리의 인생, 삶 그 자체”라 밝혔던 임동혁.
 그는 자신만의 청초한 피아니즘으로 ‘한없이 슬프지만 그 슬픔에 잠식되지 않는, 그렇기에 진정한 행복을 노래한 슈베르트’를 노래했다. 그 선율은 좋아서 슬펐고, 또 먹먹했기에 너무  좋았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이가영(33)씨는 “임동혁이 해석한 슈베르트는 정말 최고였다”며 “그의 감성으로 되살아난 슈베르트의 선율에 매료돼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객 김영진(40) 씨는 “지역에서 임동혁 리사이틀을 만나볼 수 있어 좋았다”며 “앞으로도 지역에서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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