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만드는 통일, 일자리 없애는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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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만드는 통일, 일자리 없애는 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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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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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경북도민일보 = 뉴스1] 경제가 어렵다. 올해 3% 성장은 아무래도 물 건너간 듯하다. 소비와 투자 위축에 이어 수출도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국민들 대다수는 2.8% 성장하는 경제와 3% 성장하는 경제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일자리는 다르다. 국민들은 매년 30만개씩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경제와 있던 일자리마저 없어지는 경제의 차이를 아주 강렬하게 느낀다. 생존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일용 노동시장에 젊은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어가고 주택과 결혼 포기에 이어 평생 한번이라도 정규직이 되어보는 희망을 포기하는 현실은 남 얘기가 아니라 내 얘기다. 최근 경제부총리가 일자리가 생기지 않아 마음에 숯검정을 지니고 사는 것 같다고 했는데 실은 우리 모두의 마음이 타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 4대 기업 총수를 비롯한 10여명의 재계인사들이 참석하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아니 연일 언론이 경협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니 뜨거워지는 듯하다. 소위 경협관련주가 뜨고 웬만한 기업들은 대북사업에 대한 준비에 한창이다. 남북경협에 관한 행사장은 매진이 계속되고 있고 일부 언론사들에서는 아예 북한 비즈니스에 관한 최고위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대다수 국민들에게 정부와 기업과 언론의 이런 소란스러움은 또 하나의 그들만의 얘기로 들린다. 하루하루 버텨가기도 힘든 상황에서 통일은 그저 좋은 소리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과연 남북경협이 그리고 통일이 혹시나 나의 삶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 한번 안 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 핵심에는 일자리 없애는 통일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들의 이러한 걱정이 과연 기우일까? 통일의 짧은 기쁨과 실업의 큰 고통을 경험한 독일의 전례를 밟지 말라는 보장이 있는가? 통일 후 서독과 동독 모두 실업률이 두 배나 폭등했고 이후 대량해고가 이어져서 통일 전 실업률로 되돌아오기까지 2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경험이 과연 우리와 무관할까? 그래서인지 통일이 되면 수십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들에 대해 아직 국민들은 반신반의할 뿐이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20~30대 청년들은 70% 이상이 통일이 되더라도 현재의 취업난은 여전할 것으로 믿고 있다.
실은 북한 주민이 더 걱정이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그네들의 기술과 노동 강도로 통일 코리아에서 소위 좋은 일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없다. 남한의 정부와 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하기만 하면 하루아침에 남한처럼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그들에게 가장 가능성 큰 현실은 대량 실업과 해고다. 70년 사회주의적 삶에서 그 개념조차 낯선 이 현실이 그들을 당혹하게 하고 절망시킬 수 있다.

과연 한반도의 통일은 일자리를 만드는 통일일까 아니면 없애는 통일일까? 답은 우리 손에 달렸다. 남과 북처럼 차이와 다름이 매우 큰 두 경제가 합쳐지면 온갖 종류의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진다. 경제 이론이 증명하고 역사가 확증한다. 통일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보고서들의 예상치가 천차만별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통일이 되면 경제가 이만큼 성장하고 일자리가 이만큼 생긴다는 주장들은 다 수많은 조합 중 하나를, 아마 의도적으로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남과 북 모두에게 일자리를 만드는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라는 매력적인 구상도 남북이 힘을 합해 어떻게 하면 일자리를 가장 많이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국민들에게는 울림 없는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일자리 숫자도 중요하지만 어떤 일자리가 누구에게 가는가가 어찌 보면 더 중요하다. 이미 최고의 일자리를 누리고 사는 이들이 더욱 좋은 일자리를 갖는 통일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 동안 평생 갈고닦은 실력을 한번 제대로 펼쳐볼 기회조차 없는 이들에게 전에 없던 기회를 제공하는 통일이 될 것인가는 지금부터 통일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고민해야 할 큰 숙제이다.
이를 위해선 몇 가지 유혹을 이겨야 한다. 우선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해 남북경협을 유도하는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기술과 자본이 충분히 축적된 대기업들은 어차피 정부의 지원이 없어도 관심 있는 경협에 올인 할 것이다. 그게 그네들의 손익계산서에 득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대기업 횡포에 생존을 위협받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협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혁신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북한진출을 적극 도와야 한다. 
또한 평양 중심의 북한 개발 유혹을 이겨야 한다. 300만 평양 시민만을 위한 남북경협은 이미 평양시 호텔 커피 한 잔 값이 노동자 한 달 월급을 뛰어넘는 심각한 수준에 있는 북한의 소득격차를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 평양개발은 자본주의 논리만으로도 충분히 이루어질 것이다. 정부까지 이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북중러 접경지역 같이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위해 공적자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이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경제협력이 시작되면 늦다. 일단 빗장이 열리면 수많은 기업들과 개인들이 정신없이 달려들 것이다. 그 전에 남북경협이 통일에 어떤 의미이고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지와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지원책들을 지금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작금에 들리는 경협관련 뉴스들은 북한을 그저 대한민국의 복사판으로 만드는 것이 최고의 목표인 듯하다. 결국 지금의 기득권세력이 북한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어쩌면 지도자들보다 항상 더 현명했던 우리 국민들은 이러한 낌새를 이미 맡고 있지 않을까? 아무리 장밋빛 통일 전망에도 거의 절반의 국민들이 난공불락의 의심자로 남아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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