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의 지배자, 황제 부활에 대한 小考
  • 모용복기자
필드의 지배자, 황제 부활에 대한 小考
  • 모용복기자
  • 승인 201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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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얼마 전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 녀석이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서 한 번 보라고 했다. 외국 골프선수의 동영상인데 자세히 보니 한창 때 타이거 우즈의 드라이브샷 영상이었다. 싱크홀이라도 낼 듯이 내리찍는 강력한 임팩트, 물 흐르듯 유연하고 힘찬 팔로우, 피니쉬까지 그의 전성기 때 샷은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었다.
친구 녀석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동영상을 보면서 섀도우 스윙으로 동작을 따라하거나 스윙 연습기로 연습을 한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 비슷하게 골프에 입문하고도 나는 아직 ‘뒤땅’ 전문 선수인데 녀석은 스윙만큼은 웬만한 프로 울고 갈 만큼 폼이 끝내준다. 비거리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면에서 나보다 한참 앞서 가 있다. 레슨비 한 푼 안 들고 타이거 우즈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나도 우즈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동영상을 폰에 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는 새벽에라도 챙겨 보고 있지만 단지 팬으로서일 뿐 동작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이미 한물 간 선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황제의 부활’을 기대했지만 실망만 거듭하다 최근 들어서는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지쳐갈 무렵, 마침내 그가 황제의 재림(再臨)을 알렸다. 지난달 24일 끝난 PGA 투어 플레이오프 페텍스컵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등극한 것이다. 이로써 PGA투어에만 통산 80승을 거둬 샘 스니더(82승)에 이어 PGA 역사상 두 번째 많은 승수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지난 2013년 8월 WGC 브릿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5년 1개월 여 만의 우승이며 일수로는 1800여 일 만이다.
지난 5년은 우즈에게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연이은 부상과 수술, 섹스 스캔들과 이혼 등 온갖 악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운동선수로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우승도 없었거니와 은퇴선언만 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PGA 무대에서 퇴출된 거와 진배없었다. 그 자신마저도 동료들에게 “난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5월 약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체포된 우즈의 모습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초점 없는 눈과 덥수룩한 수염, 부스스한 머리 등 경찰이 공개한 우즈의 머그샷을 보고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골프팬들은 이제 그가 없는 필드를 생각해야 했으며, 한 슈퍼스타 개인의 불행을 넘어 ‘골프황제의 몰락’을 확인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호랑이가 사라진 정글은 쓸쓸했다. 여러 맹수들이 나타나 힘 겨루기를 했지만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떤 맹수도 호랑이의 자리를 대신할 순 없었다.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마스와 같은 젊은 피들이 군웅할거 했지만 우즈에 견줄 바가 못 되었다. 호랑이의 포효를 그 누구도 흉내 낼 순 없었던 것이다.
팬들이 그렇게 우즈의 빈자리를 절감하고 있을 때 거짓말 같이 그가 돌아왔다. 올해 1월 공식 복귀전을 시작으로 투어 챔피언십 이전까지 17개 대회에 출전해 두 번의 준우승을 포함해 일곱 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처음 그가 복귀했을 때 가졌던 팬들의 의구심은 점차 기대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승 트로피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골프가 비교적 수명이 긴 운동이라고 하나 우리 나이로 마흔넷이면 선수로서 은퇴면 은퇴지 복귀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기에 그의 우승이 더욱 놀랍다. 타이거 우즈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일일이 기록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그가 골프 황제라는 사실을 의심할 사람은 없다. 세계의 골프 팬들은 다시 우승 시동을 건 우즈가 샘 스니더가 갖고 있는 PGA투어 최다승(82승) 기록을 언제 깰지,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최다승(18승) 기록을 언제 넘어설지 앞으로 그의 한 경기 한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것이다. 또한 필드 위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포효와 액션은 덤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제 목표가 생겼다. 5년 전, 그러니까 타이거 우즈의 기나긴 슬럼프가 시작될 무렵, 변변한 취미 하나 없이 회사 집, 아니면 회사 술 하며 시간을 죽여가고 있던 중 ‘무슨 운동이든지 한 번 시작해보라’는 아내의 강권에 못 이겨 실내골프연습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몇 개월 간 레슨을 받으며 공을 때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주위의 칭찬과 격려로 타이거 우즈가 된 듯한 뿌듯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나보다 앞서 운동을 시작한 얄미운 녀석들을 곧 따라잡을 성 싶었다. 평소 TV에 골프만 나오면 자동반사로 채널을 돌리던 내가 선호채널에 골프방송을 등록하고 거의 매일 맹연습했다.
그러나 웬걸,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도 실력은 크게 느는 기미가 안 보였다. 주위의 조언과 온갖 정보를 섭렵해도 이미 굳어버린 몸은 머리의 지시를 따르지 못했다. 하지만 5년간의 긴 공백을 깨고 화려하게 부활한 우즈를 보면서 나도 다시 희망을 갖기로 했다. 그 길에 우즈가 동반 라운드를 해줄 것임은 물론이다.
골프인이든 아니든 빨간 티셔츠에 검은 바지와 모자, 어퍼컷을 날리며 포효하는 타이거. 필드의 지배자, 황제 우즈의 경기를 보는 이 시대 사람들은 진정 행복하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변해가는데 다시 돌아오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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