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을 부르는 클래식 명곡 ‘샤콘느’
  • 경북도민일보
복을 부르는 클래식 명곡 ‘샤콘느’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8.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흐의‘샤콘느’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선택된 자만이 즐길 수 있는 명곡
클래식음악에도 곡마다 격조와 품위에 따라 감상하는 이에게 전달해주는 기운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곡은 슬프고 우울하지만, 어떤 곡은 풍선에 바람을 팍팍 불어넣는 것 같은 긍정에너지로 충만하다. 그런데 작곡자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부자들이 좋아하는 명곡이 있다. 
바흐의 ‘샤콘느’는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이래로 서구에서는 부자이면서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그래서 필자는 ‘샤콘느’를 두고 ‘재물 복을 부르는 음악’이라고 별명을 붙여보고자 한다.
샤콘느를 좋아해서 부자가 되었는지, 부자이기 때문에 ‘샤콘느’를 좋아하는지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하는 질문과 같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샤콘느’는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곡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샤콘느’는 아무나 즐길 수 없는 클래식 곡 중에 하나이다. ‘샤콘느’는 성공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곡이다. 하루하루 노동으로 힘든 사람은 이곡을 들어도 한낮 소음에 불과할지 모른다. 부자 중에서도 중장년의 나이에 인생의 쓴맛 단맛을 모두 겪고 자수성가한 사람! 클래식 메니아 중에서도 검은 띠 9단 정도. 바둑으로 보면 신의 경지 9단에 버금가는 애호가들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곡이 ‘샤콘느’이다.
나는 과연 선택된 자인가? 그것을 알고 싶으면 바흐의 ‘샤콘느’를 감상해 보면 된다. 바이올린 소리가 나의 뇌와 가슴에 동시에 울린다면 나는 선택된 사람이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분명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조만간 돈벼락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
‘샤콘느’의 이러한 ‘선택된 자만 즐길 수 있는 특권’은 연주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리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해도 10대 20대의 인생 풋내기는 결코 연주할 수 없는 곡이다.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심오한 철학, 즉 인생의 깊은 내면의 철학을 깨우친 경륜이 있는 연주자만이 가능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연주자에게는 누구나가 많은 연습을 통해 연주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은 흉내 내는 것일 뿐 인생철학이 없다면 그 깊은 내면의 철학은 표현할 수가 없다. 그래서 아무나 연주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샤콘느’는 삶의 열매를 맺게 하는 거름

바흐의 작품 중에 피아노나 다른 악기의 반주 없이 홀로 독주되는 작품으로는 ‘6개의 무반주 첼로소나타’와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소나타와 파르티타’가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 2번 d단조 마지막 곡 5악장인 ‘샤콘느’이다.
‘파르티타’의 뜻은 르네상스 때는 ‘변주곡’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다가 바흐 시대 즉 바로크시대에서는 ‘모음곡’이라는 의미로 통용되어 요즘은 바흐의 파르티타 작품은 ‘춤곡 모음곡’이라고 해석하면 정확하다.
어원상 ‘샤콘느’는 원래 17세기 남미 멕시코지역의 춤곡이었는데, 당시 제국주의 강국이었던 스페인에 의해 멕시코에서 유럽에 전파되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크게 유행한 느린 3박자의 장중한 춤곡이다. ‘샤콘느’는 바로크시대에는 춤을 출 때에도 연주했지만, 단순히 음악 감상용으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오늘날 클래식음악계에서는 ‘샤콘느’라 하면 공식처럼 단 2개의 작품만 떠오른다. 이탈리아 작곡자 ‘비탈리’가 작곡을 한 ‘비탈리의 샤콘느’, 독일의 바흐가 작곡한 ‘바흐의 샤콘느’로 이야기 된다. 오늘날 이 두 작품들은 워낙 유명해져 사람들은 이를 구분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애칭으로 작곡자의 이름을 붙여 ‘샤콘느’를 구별을 했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라는 수식어가 붙어있고 이탈리아의 정서가 그대로 담겨 슬픔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바흐의 ‘샤콘느’는 매우 절제된 슬픔, 즉 기쁨이 있으면 슬픔이 있고 아픔이 있으면 건강이 있다. 음과 양이 있듯 한때 젊음이 있어 아름다웠으면 마지막 황혼은 인생의 묘미를 절정에 다다를 수 있다. 이 두 작품을 한꺼번에 두고 연이어 감상을 해본다면 17세기 이탈리아와 독일의 감성적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흐의 ‘샤콘느’는 무반주 독주곡이라 비교하자면 연극 무대의 긴 독백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독백을 듣고 이해하려면 관객들은 그 독백에 빠져들기 위해 조용해야만 한다.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레 홀로 독백하는 주인공과 교감할 수 있다. ‘샤콘느’는 바로 이러하다. 독주자와 조용한 교감인 것이다. 그래서 그 교감은 한 사람의 인생회상에 비유되기도 한다. 첫 도입의 주제부터 장중하고 엄숙한 바이올린 특유의 겹음 화성은 엄중하고 슬픈 자아를 표현한다. 이 주제멜로디는 바흐 본인이 정립한 대위법 형식이며 변주곡형태로 계속 변화되는데 처음에는 어두운 느낌의 단조로 시작했다가 다시 장조로, 이렇게 음악의 흐름은 발전해간다.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주마등처럼 기억들이 생각나는데 어렸을 적 행복했던 기억, 자라나 연인을 만나 사랑했던 기억, 갑자기 불행이 닥쳐와 고난과 역경을 이겼던 기억들, 바로 ‘샤콘느’는 우리 인생의 이야기이다.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 속의 주제가, ‘샤콘느’
1995년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프랑스 영화 ‘바이올린 플레이어’에서는 진정한 음악세계를 꿈꾸며 사사건건 자신의 직장 오케스트라와 대립하던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가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거리의 악사가 된다는 줄거리의 영화이다. ‘찰리 반 담’ 감독과 20세기 바이올린 거장 ‘기돈크레머’의 연주로 제작된 ‘바이올린 플레이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명화 중 하나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주인공 천재 바이올린리스트 ‘아르몽’은 자신의 음악적인 이상과 현실의 이상이 맞지 않아 자신의 직장인 미래를 보장 받은 프랑스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자신의 음악적 이상을 찾아 길거리 악사가 된다. 그는 지하철에서 그의 연주 무대를 만들었고 그의 음악을 이해하주고 사랑해주는 팬들도 많이 만들었다. 이중에는 하루라도 그의 바흐 음악을 듣지 않으면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열광적이 팬도 있었고 그의 음악인생은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어느 날 그에게도 불행이 닥친다. 어느 나라를 가든 불량배는 있다. 그 불량배들이 주인공의 바이올린을 부수어 버린 것이었다. 그 후 바이올린을 살 돈이 없던 그는 그저 자기가 녹음한 음악을 틀어놓고 바보처럼 연주흉내를 내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낙이였다. 이때 이런 그의 모습을 본 친구가 안타까운 마음에 바이올린을 하나를 선물하며 연주하라고 했지만 몇 소절 연주하자마자 모든 것은 부질없다며 바이올린을 연주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그의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열혈 팬인 할아버지의 간절한 부탁에 감동을 받아 그는 혼신의 노력으로 할아버지를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된다. 바로 이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것이다. 어둡고 칙칙한 지하도에서 연주된 곡이 바로 바흐의 ‘샤콘느’였던 것이다. ‘샤콘느’는 죽음을 앞둔 한 영혼의 위안이자 안식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여느 흥미위주의 흔한 할리우드 영화와는 차별이 있다. 바로 이 영화 최고의 클라이막스 장면은 영화 음악 역사상 그 유래가 없다. 클래식음악 한곡 전체를 영화에 삽입한 것은 이 영화의 주제가 바로 바흐의‘샤콘느’라는 것이다.
이렇듯 ‘샤콘느’는 한 사람의 인생전체에 숨어있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음악 소리로 변화시켜 가장 짧은 시간 안으로 압축시킨 곡이다. 그래서 인생의 쓴맛단맛을 모두 보고, 역경에 굴하지 않고 오뚝이같이 굳굳하게 마지막에 승리하여 기개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만이 ‘샤콘느’ 연주소리에 취할 수 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 같은 부류끼리 어울린다는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음악도 부자들이 좋아하는 명곡을 즐겨라! 성공하고 싶은가? 그러면 성공한 자들이 사랑하는 명곡을 선택하라! 오늘밤 ‘샤콘느’를 선택한 자들은 이미 복의 절반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