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와 애플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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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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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스위스는 금융, 제약, 정밀화학으로 유명한 나라지만 세계 최고의 시계산업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스위스 하면 당장 롤렉스, 까르띠에 같은 전통 명품 브랜드가 떠오르고 아예 스위스 국기를 로고에 달고 있는 스와치도 있다. 스위스시계산업연합 홈페이지를 보면 회원수가 500이 넘는다고 나온다. 브랜드는 수천개다.
 스위스 시계의 명성은 정확성으로 얻은 것이다. 스위스항공의 광고 중에는 ‘스위스에서 시계 쇼핑하는 것처럼 거의 실수가 없다’는 것도 있다. 스위스 사람들 자체가 시간관념이 철저하다. 스위스에서 기차를 타고 다녀보면 거미줄 같은 철도망인데도 분 단위로 열차 시간표가 정확히 지켜지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하지 못하게 된다.
 휴대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처음 시계를 만든 것은 독일사람들이다. 역사가들은 16세기 초 뉘렌베르크에서 살았던 페터 헨라인이라는 장인을 최초의 소형시계 제작자로 꼽는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의 위그노교도들이 종교적 박해를 피해 제네바 지역으로 이주해 왔는데 이들이 소형시계 제작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제네바가 시계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부상 배경은 두 가지다. 첫째, 지형과 기후적인 조건 때문에 농부들이 겨울 동안 실내에 사실상 고립되어 시계부품의 제작에 몰두했다. 둘째, 스위스의 정치적 분권화와 소도시의 발달이 무수히 많은 시계 제조사들을 탄생시켰고 분권화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대를 발생시켜 시계의 필요성이 높았다.
 미국에서 철도산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시간 측정의 수요가 더 늘었다. 산업화 전반이 시간개념을 더 강조하게 되었다. 미국은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시계산업이 당시 없었기 때문에 스위스가 모델이 되었고 심지어는 1868년에 플로렌틴 존스라는 사람이 보스턴에서 스위스의 샤프하우젠으로 이주해서 본격적으로 시계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미국의 산업생산 프로세스와 스위스의 시계기술을 접합하기 위해서였다. 그 회사 이름이 IWC샤프하우젠(Schaffhausen)이다.
 1969년에 세이코가 최초로 수정시계를 선보였다. 그 덕분에 스위스 시계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 조류에 대응하면서 탄생한 것이 스와치(Swatch Group)다. 출시 21개월 만에 350만개가 팔렸다. 스와치는 현재 18개의 브랜드를 가진 세계 최대의 시계제조사다. 브레게(Breguet)가 가장 고가 브랜드고 제임스 본드가 차고 다니는 오메가가 가장 큰 매출을 일으킨다.

 롤렉스는 시계의 대명사다. 1905년 런던에서 창업했는데 1919년에 세금 때문에 제네바로 옮겨왔다. ROLEX라는 이름은 신조어인데 어느 나라에서나 발음하기 편하고 대문자로 썼을 때 모두 크기가 같다는 점이 탄생 이유다. 튜더도 롤렉스 브랜드다. 수중시계로 유명해 미국 해군이 SEAL을 포함한 잠수요원들에게 지급해 왔다.
 스위스만이 제대로 된 시계를 만든다는 고정관념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업체들은 스위스 회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즐겨 쓴다. 2011년에 프랑스의 케링은 220년 된 지라드 페레고(Girard-Perregaux)와 168년 된 율리스 나르딘(Ulysse Nardin)을 인수했다.
 리치몬트(Richemont)는 LVMH, 케링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제조회사다. 까르띠에, 샤프하우젠, 몽블랑 등 약 20개의 브랜드 중 13개가 시계이고 매출도 시계가 가장 비중이 크다. 그중 까르띠에는 롤렉스에 이어 세계 2위의 시계 브랜드다. 시계가 그룹 매출 기여도 1위다. 리치몬트는 향후 전략적 M&A를 활발히 진행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이탈리아의 전자상거래회사 YNAP (Yoox Net-a-Porter)를 26억 유로에 인수했다. 온라인 시장과 젊은 층을 향한 포석이다.
 독일의 대학에는 아직도 ‘아카데미 15분’(Akademisches Viertel)이라는 전통을 지키는 곳들이 있다. 수업시간표에 9시라고 나오면 실제로 수업은 9시 15분에 시작한다는 뜻이다. 괴이한 풍습인데 역사적인 것이다. 옛날에는 시계가 한 마을에 하나 있으면 다행이었다. 교회에서 9시 종을 치면 모두 그것을 듣고 강의실로 향했다. 15분이 필요했던 이유다.
 그러다가 누구나 시계를 차고 다니는 시절이 왔는데 이제는 다시 시간을 보려고 시계를 차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대가 되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손목시계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본다. 시계산업은 고가품 위주 생산으로 전략을 수정한 지 오래다. 기계식 시계는 선물(뇌물)용, 패션용으로 용도가 바뀌고 있고 거의 보석의 한 종류로 자리 잡아 간다.
 최근에 재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애플워치다. 2017년 4분기에 애플워치가 처음으로 스위스 시계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소식이다. 800만 개 대 680만 개. ‘일개’ 회사의 제품이 대표적인 한 나라의 모든 제품보다 많이 팔린 것이다. 미래는 애플워치의 세상이 될까.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 해도 손목에서 움직이는 시계의 미세한 기계적 움직임은 인류가 그동안 천착해 온 기술적 진보와 그를 위해 노력한 많은 사람들의 진지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래서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지만 시계라는 전통적이고 영원히 움직이는 물건이 앞으로도 그 기계성을 계속 보전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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