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이어가면서 새역사 만드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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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이어가면서 새역사 만드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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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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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의 러시아기행5
▲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목사

[경북도민일보] 모스크바는 산이 별로 없다. 거의 대부분이 끝없는 들판처럼 평지가 많다. 모스크바대학 큰 도로 앞에는 참새 언덕이 있다. 아마 참새처럼 작은 언덕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구 소련시대에는 레닌언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언덕은 모스크바강의 오른쪽 기슭에 있는 언덕으로 모스크바 시가지와 모스크바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폴레옹이 이곳에 올라서 모스크바 시내를 내려다보는 광경이 묘사되었을 만큼 예로부터 이곳에서 보이는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해발고도는 220m정도의 작은 언덕에 불과하지만 모스크바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넓은 시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적당한 곳이어서 관광객과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언덕 아래 가까이에 거대한 건축물이 보이는데 일명, 루쥐니키경기장 1980년 개최된 모스크바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라고 한다.
모스크바 도시가 뿌연 잿빛 먼지 속에 왠지 모를 그리움 한 자락이 내 가슴에 안개처럼 번져 나그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햇살은 구름 속에 숨었다. 시간은 저만치서 고개를 숙이고 저녁노을이 시들어갈 때 셀 수 없는 그리움의 바이러스가 나를 취하게 만든다. 그리고 잿빛 그리움을 새긴 뿌연 하늘은 이곳이 먼 이국이라는 현실을 직감하게 한다.
필자는 참새언덕에서 잿빛 하늘 그리움 하나를 묻었다. 떠날 때를 아는 사람은 뒷모습도 아름다운 법인데 참새언덕을 떠나면서 나의 존재가 스치고 사라지는 바람이 아니라 오랜시절이 지나도 아늑한 그리움으로 남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스크바대학교는 멀리서도 건물이 보일 만큼 건물이 높고 아름답다. 넓은 캠퍼스가 인상적이지만 캠퍼스는 수많은 나무들이 마치 공원 같은 느낌이다. 참 아름다운 캠퍼스를 가졌다. 가을의 태양을 받아 노랗게 물든 석양과 낙엽을 보니 잠시 넋 나간 사람처럼 낭만적인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모스크바대학교는 러시아 최고의 학부이자 세계적인 종합대학 가운데 하나인데 정식 명칭은 로모노소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이고 약칭은 MSU라고 부른다. 1755년 1월 25일 엘리자베타 페트로브나 여제가 계몽사상가인 미하일 로모노소프의 대학 설립 제안을 받아들여 칙령을 내려 개교하였다.
1948년 스탈린은 러시아의 새 대학교 건물을 짓기로 결심하고 레프 루드네프(1885~1956년)에게 설계를 맡겨 건축을 시작하였는데 이것으로 모스크바의 구성주의 건축은 사실상 막을 내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건축 양식이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스탈린은 모스크바 시가지의 상당 부분을 소위 스탈린 고딕 양식으로 재건하고 싶어 했는데 스탈린의 7자매라고 불리는 일곱 개의 마천루가 시내 중심지에 세워진 것인데 모스크바 어디에 있더라도 그 중 하나가 눈에 들어오게끔 했다고 한다.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는 7자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인데 높이가 240m로 사실 1988년까지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고 한다.
크렘린의 탑과 유럽의 고딕 대성당에서 영향을 받은 이 건물은 독일군 전쟁 포로들의 노동력으로 지어졌으며 33킬로미터의 복도와 5천개의 강의실이 있다고 한다.
모스크바 대학교는 위대한 과학자와 수학자를 많이 배출한 학교로도 유명한데 노벨상 수상자 11명, 필즈상 수상자를 7명 배출했다고 한다.
모스크바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외곽의 왕실 공원이 있다. 바로 짜리찌노 공원이다. 풍경이 이국적이다. 이 공원은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었다. 잘 다듬어진 넓은 잔디밭, 청명한 하늘과 뭉게구름 아래 아름답게 펼쳐진 호수, 호수 중앙에 섬처럼 우거진 숲, 여유 있게 호수를 거니는 새들,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고풍스럽고도 귀족적인 궁전들, 그리고 러시아 정교회의 예배당… 이곳의 풍광을 감상하면 잠시 자신과 현실을 잊어버리고 마치 먼 동화속의 신비 속에 빠져들 것 같다. 이곳의 궁전들은 고풍스런 유럽의 고딕스타일과 러시아 양식을 접목하여 오늘의 모습을 완성시켰다고 한다. 공원의 분위기는 황실의 분위기처럼 고고하고 귀족적인 느낌이 들었다. 현재 이곳의 궁전은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공원 주변이 너무 아름다워서 결혼하는 신혼부부와 친구 들러리들이 이곳에 와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든다고 한다.
러시아의 결혼식은 우리나라처럼 예식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작은 홀이나 대부분 공원이나 야외에서 자유롭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축하의 시간을 갖는다. 결혼식이 끝나면 함께 음식을 먹고 춤도 추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신랑 신부는 친구 들러리와 긴 리무진 차를 타고 야외나 공원에서 신나게 하루를 즐긴다. 짜리찌노 공원은 참 맛깔스럽다. 곳곳에 귀족적인 분위기가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지금 모스크바는 곳곳에서 축제가 한창이다. 모스크바 탄생 871주년을 기념하여 곳곳에서 거리 축하 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이곳 공원에도 축제의 분위기가 한창이다. 전통을 이어가고 그러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대제국 러시아는 더 이상 잠자는 호랑이가 아니고 포효하는 호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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