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학들이 열광한 ‘미스터 대학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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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학들이 열광한 ‘미스터 대학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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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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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경북도민일보 = 뉴스1] 바람직한 차기 서울대 총장상에 대한 의견(관련기사 : 美하버드대의 두 총장, 엘리엇과 서머스)에 이어서 화제와 논란을 가장 많이 불러일으켰던 미국의 한 대학 총장을 소개한다.
미국의 한 매체(The Best Schools)가 미국에서 가장 ‘흥미 있는’ 대학 총장 20명을 뽑아 본 적이 있다. 그중 우리 눈으로 보아도 매우 흥미 있어 보이는 총장은 단연 웨스트버지니아대 고든 지(E. Gordon Gee) 총장이다.
지 총장은 웨스트버지니아대 두 번(연임은 아니다), 오하이오주립대 두 번, 콜로라도대, 브라운대, 밴더빌트대 총장을 지냈다. 어찌 된 셈인지 첫 번째 외에는 그 어떤 대학에서 다른 보직을 맡은 적이 없다. 오직 총장만 했다. 미국이라고 해서 외부인을 언제나 흔쾌히 받아주는 것은 아닐 터인데 능력과 인품이 받쳐주는 모양이다. 가는 대학마다 돈을 들여 총장 공관을 리노베이션하기로도 유명했다. 인기가 좋으니 사람들이 후임자를 위해서 그런 거라고 봐준다. 2010년에 타임지 선정 미국 10대 총장에도 들었다.
지 총장은 유타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왔다. 브리검영대 로스쿨 교수를 거쳐 지금 있는 웨스트버지니아대 로스쿨 학장이 되었는데 2년 후인 1981년에 바로 총장이 되었다. 37세였다. 하버드대 찰스 엘리엇 총장이 40년간 재임했는데 지 총장도 합산 37년째이니 그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브라운대 총장이 된 것은 1998년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딱 2년밖에 총장을 하지 못했다. 지 총장은 브라운대학을 아이비리그대학이 아니라 월스트리트에 있는 사기업처럼 운영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뇌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독단적으로 8000만 달러 규모의 학교채를 발행한 것이 좋은 사례다. 동시에 유서 깊은 찰스턴 현악사중주단에 대한 지원을 줄여버렸다. 대학이 ‘돈 안되는’ 예술에 너무 경도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지 총장은 사임했다. 그런데 밴더빌트대에서 거액의 연봉과 부인을 정교수로 영입하는 조건으로 재빨리 스카우트해 갔다.
2000년 당시 130만 달러 연봉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 고액 연봉을 받는 대학총장이 되었다. 브라운대 학생들은 아직도 매년 봄에 이동식 화장실 두 개를 교정에 놓고 ‘고든 지 화장실 단지’라는 쪽지를 붙여놓는다.

밴더빌트에서 지 총장은 높은 인기와 지지율을 누렸다. 최저 지지율이 88.4%였다. 학생 지원율이 7년 재임 기간에 50% 상승했고 따라서 신입생 SAT 점수도 높아졌다. 우리 돈으로 1조 5000억원의 기금을 모았는데 목표보다 2년을 앞당겨 끝내버렸다. 총장 부부의 낭비벽과 사치는 크게 거론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80만 달러로 미국 최고 연봉 총장이 되었다.
지 총장은 다시 오하이오주립대로 이동한다. 두 번째로 이 학교 총장이 된 것이다. 연봉은 100만 달러로 밴더빌트보다는 낮지만 주립대 최고기록이다. 여기서도 학교 돈을 딱히 개인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낭비적인 곳에 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외 이런저런 설화사건을 일으켰다. 연봉은 160만 달러로 올랐다. 물론 일부는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지 총장은 2013년에 지금 있는 웨스트버지니아대로 옮겼다. 역시 두 번째로 같은 학교 총장이 되었다. ‘왕의 귀환’처럼 학교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 같다. 그러나 현재 지 총장은 2014년 이후 총 220만 달러를 사적인 용도의 전용비행기와 특급호텔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 총장은 그 모든 여비가 기금 모금 행사와 미팅에 사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나는 레인메이커다”라는 것이 지 총장의 단골 레퍼토리다. 미국의 어느 유명 총장이 한 말처럼 기금은 비용을 많이 쓸수록 많이 모인다는 것이다.
대학총장의 임무는 다양하다. 학문연구와 교육의 수월성을 유지하는 것, 자신이 이끄는 대학의 전통과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 가장 무거운 책무다. 그 외의 책무는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것이다. 그런데 점차 부차적인 것들이 크게 늘어났다. 미국의 경우 학교 체육경기팀의 육성, 기금의 모금, 심지어는 등록금 인상 같은 것들이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 총장은 현대 대학이 안고 있는 딜레마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 총장이 각광 받고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피상적인 관찰일지는 모르나 아무래도 ‘부차적’인 것들에서 발휘하는 탁월한 수완인 것 같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한탄할 일은 아니다. 현대의 대학은 신자유주의 지배하에 있다. 대학도 비용-편익 개념에 기초해서 최대한의 생산성을 발휘하라는 요구를 사회로부터 받는다. 부차적인 것들이 본질적인 것들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경이 되었다.
곧 선출될 서울대 총장도 이런 부차적인 문제에 매몰될 위험이 크다. 학교가 지나치게 열악한 경제적 조건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제를 수완을 발휘해서 잘 해결할 후보가 지지를 받을 것이고 받아야 한다. 연구성과와 교육의 수준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대학의 자치라는 이념마저 퇴색할 위기다. 지난 선거를 잘못 치른 과오도 크다.
세태와 상황이 이렇기는 해도 서울대 구성원들은 각자가 지지하고 싶은 총장 후보가 ‘부차적인’ 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소유하고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겸손한’ 품성을 가지고,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의 뜻을 모으고, 그로써 높은 수준의 연구와 교육이 유지되고, 그 결과 학교의 품위와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특히 외부에 대해 지키는 보루가 되어 줄 수 있는 인물인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이다.
1988년 9월 18일 볼로냐대학교 창립 900주년에 유럽 430개 대학 총장들이 서명한 ‘대학 대헌장’(Magna Charta Universitatum)은 대학의 근본적 가치와 원칙이 대학 자치와 학문의 자유라고 명시한다. 대학 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서울대가 향유할 수 있게 하는 후보가 총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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