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기적 일으키는 마법 같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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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기적 일으키는 마법 같은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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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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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 기적을 선물하는 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은 기적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클래식 음악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 딱 한 곡, 선택만 잘 한다면 신기하게도 기적이 일어난다.
 클래식 음악이 기적을 일으킨 사례가 많지만 오늘은 오페라 ‘나부꼬’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일으킨 기적을 알아본다.
 1842년 이 작품이 초연될 당시, 이탈리아인들에게는 작품 속 줄거리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져 이탈리아 애국심을 크게 일으켰는데, 특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엄청난 감동과 희망을 주었고, 당시 오스트리아의 억압에서 벗어나 통일된 국가를 만들기 원했던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작품이었다. 이탈리아 통일 운동 때에는 이탈리아 전 국민들의 애국가처럼 불려졌다. 지금도 이 합창곡은 이태리 사람들에게는 가슴으로 노래하는 노래이다.
 100년이 지나 1940년대 말, 수천 년 동안 나라를 잃고 자신들의 영토 없이 전 세계를 유랑하며 핍박받던 유태인들이 드디어 ‘이스라엘’ 건국에 성공하여 지금은 작지만 강한 강소국으로 세계 역사 속에 우뚝 서게 된 이면에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21세기 전 세계의 금융과 지하자원, 군수품 유통의 패권을 쥐고 있는 가장 성공한 유태인들의 성대한 모임에는 반드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가장 엄숙한 행사의 하나로 공연되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나치로부터 수백만 명이 홀로코스트의 인종 학살이라는 절망으로부터 일어나 기적과 같이 성공한 유태인들에게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성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눈물을 흘리며 베르디가 선물한 이 위대한 오페라 합창곡을 듣는다.
 
 - 절망에서 구원의 기적을 일으키는 노래!
 자주 듣는 질문이 하나 있다. ‘어떤 클래식 곡이 좋은가요?’ 이 질문은 마치 ‘어떤 음식이 맛이 있나요?’하는 질문과 같다. 가장 맛이 있는 음식은 결국 먹는 사람의 입맛에 좋은 음식이다. 클래식 음악 역시 가장 좋은 곡은 감상하는 이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곡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절망의 늪에서 ‘하나님 살려주세요’라는 기도가 저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이다.
 하루의 노동이 육체적으로 너무나 힘들어서, 일하다 죽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드는 건설 근로자들, 차디찬 겨울바다의 칼바람을 맞으며 뱃머리 위에서 얼음 파도를 헤치며 그물을 올리는 억척스런 어부들, 화이트칼라 상사들의 비인간적인 갑질과 욕설에 매번 참으며 오로지 가족과 자식들의 공부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일해야 하는 수많은 월급쟁이 ‘을’들이 들으면?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아도? 마약처럼 중독될 수 있는 곡이 바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음악은 소리로 전달되는 예술이다. 하지만 음악이 소음과 다른 것은 박자와 음, 장단, 높낮이 소리의 강약 등으로 짜여진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어금니를 악물고 죽을힘을 다해 애쓰고 노력했음에도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절실한’ 사람들의 호흡, 맥박, 심장박동, 뇌파와 절묘하게 매칭이 되는 합창곡이다. 
 비유하자면, 물은 섭씨 100도에서 끓는다. 그렇지만 1도가 부족해 99도에서는 움직임이 없다. 인간사에서도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바로 이 1도인 경우가 태반이 넘는다. 많은 사람들이 99도까지 애를 쓰고도 성공의 맛을 보지 못하는 것은 1도를 남기고 좌절해버리기 때문이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섭씨 0도에 있는 사람을 1도, 2도, 3도… 99도 그리고 100도까지 올려 성공의 끓어오름을 위한 기운과 힘을 실어주는 강력한 마법이 있는 곡이다.
 이 곡을 작곡한 베르디 역시 이 합창곡으로 인해 밑바닥에서 최고가 되었다. 20대 후반 베르디는 그의 인생에서 큰 절망을 겪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연이어 병으로 세상과 이별해야 했다. 더군다나 그의 오페라 ‘왕국의 하루’는 완벽히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 그는 음악에 대한 그의 모든 활동을 접고 스스로 세상을 떠나려고 했다. 이러한 절망 속에서 그의 지인 ‘메렐리’의 끊이지 않는 격려와 관심으로 세 번째 작품인 오페라 ‘나부코’와 그 속에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1842년(29세)에 완성하면서 재기에 성공할 수가 있었다.
 이곡을 작곡한 베르디의 슬픈 이야기가 그래서 그런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비통한 부모들의 통탄한 가슴을 가장 잘 달래주는 곡이 바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사랑하는 남편을 먼저 천국으로 보낸 아내의 눈물을 닦아주는 곡이 바로 이 곡이다.
 하지만 이곡이 정말 대단한 것은 절망과 좌절의 피눈물을 잘 닦아내주면서 동시에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같은 용기와 기운을 준다. 마치 꺼지기 직전의 스마트폰 배터리를 100%로 충전하는 것 같은 엄청난 힘을 준다.
 
 - 신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일반적으로 베르디의 오페라라고 하면 그의 그랜드오페라 ‘아이다’를 먼저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어떤 오페라에서 노래되는 합창인지 클래식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알수가 없을 것이다. 이름도 참 낯설다.
 그러면 ‘나부코’의 뜻은 뭘까? 참 낯설고 익숙지 않는 이름이다. ‘나부코’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바빌로니아의 왕 ‘느부카드네자르 2세’의 이탈리아어 이름이다.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기원전 6세기의 구약성서 다니엘서가 배경이며 성경은 그저 이야기의 배경일 뿐 주인공 나부코와 등장인물들, 그리고 스토리는 모두 성경의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로 재창작된 것이다. 기원전 597년 바빌론은 이스라엘을 정복하고 이스라엘인들을 포로가 되어 노예가 된다. 그 후 10년 뒤 예루살렘은 완전히 폐허가 되고 대부분 백성들은 바빌론의 노예가 되어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히브리인들은 강제노동과 폭압에 시달리게 된다. 이때 히브리인의 고통과 마음을 달래는 노래를 합창하게 되는데 이 노래가 바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다. 특히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는 바벨론 강변을 배경으로 하나님을 믿는 히브리인이 신앙적으로 살지 못한 후회, 탄식, 회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래를 부르며 그들은 그들의 신세계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이겨낸다.
 나부코 중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의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내 마음아. 황금의 날개로/언덕위에 날아가 앉아라/훈훈하고 다정한 바람과/향기로운 나의 옛 고향/요단강의 푸르른 언덕과// 시온성이 우리를 반겨주네/오 빼앗긴 위대한 내 조국/오 가슴속에 사무치네!/운명의 천사의 하프소리/지금은 어찌하여 잠잠한가!// 새로 워라 그 옛날의 추억/지나간 옛 일을 말해주오/흘러간 운명을 되새기며/고통과 슬픔을 물리칠 때/주께서 우리를 사랑하여/굳건한 용기를 주리라
 이 기고문을 끝까지 읽으셨다면, 이제 스마트폰을 꺼내 ‘유투브’에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검색할 여유는 있으시리라. 딱 한번 듣고 이 곡에 빠지게 된다면, 이 글의 독자 분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사람이 되어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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