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1년… 상처 아물고 있지만 후유증은 현재진행형
  • 이진수기자
포항지진 1년… 상처 아물고 있지만 후유증은 현재진행형
  • 이진수기자
  • 승인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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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지진 피해 복구 행정력 집중
▲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이 1년 됐다. 포항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진피해가 복구되고 상처 또한 아물어가고 있다. 하지만 포항시와 일부 주민들 간 갈등이 지속되고, 지역 단체들은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일부 학계의 주장에 따라 정부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5일 개최된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진상규명 및 대응을 위한 시민결의대회.
▲ 지진으로 아파트 외벽이 갈라진 한미장관맨션에 낙하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그물망의 안전휀스가 설치돼 있다.
▲ 지진발생 1년이 된 지난 9일 이재민 대피소인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에는 250개의 텐트가 아직도 설치돼 있다. 이곳에는 실제 3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지난해 11월 15일 느닷없이 땅이 흔들렸다. 건물이 일순간 무너지고 사람들은 놀라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다.
 경북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앞서 2016년 9월 12일 인근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이 발생했으나 지나가는 지진으로만 생각했던 포항 시민들에게 11월 15일 지진은 악몽 그 자체였다.
 그리고 올해 2월 11일 규모 4.6 여진으로 포항은 심각한 지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지진 진앙지와 가까운 포항시 북구 흥해읍을 중심으로 부상자 118명, 이재민 2000여명, 주택피해 5만6000여 세대, 재산피해 840억원이 발생했다.
 포항지진이 어느덧 1년을 맞았다.
 포항시는 지진이 발생하자 즉각 지진피해 수습 및 복구에 들어갔다.
 피해 주민들의 이주 대책이 가장 급선무였다.
 시는 그동안 지진피해를 입은 788세대 1990명의 이재민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LH임대주택과 전세임대, 이주단지, 개별 컨테이너하우스 등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또 피해 주민에 1000억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새로운 보금자리의 이주 기한이 2년이나 연장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피해 주민들의 턱없이 부족한 보상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중앙정부에 건의한 결과 지난 5월 24일 지진방재 개선 대책에 기존 전파 900만원, 반파 450만원에서 각각 1300만원, 650만원으로 상향하는 제도 개선을 이끌어 냈다. 다만 포항지진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았다.
     
 - 포항시 ‘지진 안전도시’ 조성에 중점
 포항시는 지진 수습을 넘어 포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포항형 365선제적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0월 흥해읍을 특별도시재생지역 지정으로 신청했으며 조만간 승인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흥해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된다. 파손된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재민들의 주거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전파(전부 파손)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익사업에 따라 부지를 매입해 이재민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경제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파 공동주택 부지를 활용해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공공복합시설 조성으로 새로운 명소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지진 트라우마 치유와 상담도 벌였으며 향후 지진을 대비한 국가방재교육공원 조성과 다목적 대피소 건립 등 방재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허성두 시 지진대책국장은 “지진피해를 복구하고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새로운 도시 건설과 방재 인프라 구축으로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지진 1년이 되면서 포항 전체적으로 볼때 지진의 상처가 아물어가고 있다.
 대부분 시민들은 지진에 대한 불안과 공포감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진 후유증은 쉽게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의 한미장관맨션을 찾았다.
 4개동 240세대의 이 아파트는 외벽 곳곳에 갈라진 틈새가 보였으며 시멘트 떨어진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1층에는 낙하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그물망의 안전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60대 후반의 한 주민은 “벽에 금이가 비바람이 불면 집에 물이 새들어 온다. 지난 10월 태풍 콩레이때는 방에 물이 들어왔을 정도다”고 했다.
 이 주민은 “이 아파트는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가 없는 만큼 포항시가 주민들을 이주시켜 줘야 한다. 이건 생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이 아파트는 지진으로 50세대가 이사를 갔다. 흥해읍 전체로는 1000여명이 이주했다.
 바로 옆의 대성아파트는 ‘거주 불가’라는 전파 판정을 받았다. 담벼락이 무너지고 유리창은 깨어진 상태로 1년이나 방치된 가운데 휭한 바람에 낙엽들이 뒹구는 폐허로 변했다.
 아파트에서 10여분 거리의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아직도 이주민 대피소가 운영되고 있다.
 250개의 조그만 텐트가 지진 1년이 된 지금도 그대로 설치돼 있다.
 한미장관맨션에서 생활하다 지진으로 이곳서 생활하고 있다는 80대 할머니는 “언제 집에 돌아갈지 그저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면서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잠을 못잘 정도로 심신이 약해졌다”고 했다.
 대피소에는 한미장관맨션 주민 3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 한미장관맨션 ‘이주대책’ 요구·포항시 ‘법·형평성’따라 수용불가
 규정상 주택이 전파 또는 반파 판정을 받으면 ‘거주 불가’로 이주자 대상에 포함된다.
 포항시의 두차례 안전진단에서 한미장관맨션은 소파(일부 파손)인 C등급을 받았다. 소파 판정은 전반적인 시설물의 안전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이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의뢰한 안전진단에는 반파 또는 전파에 해당하는 D, E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차이는 포항시의 경우 아파트 신축 당시인 1988년 설계기준을, 주민들은 KBC 2016 설계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자 행정안전부는 아파트 신축 당시의 설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에 불복해 자신들도 이주 대상에 포함시켜 임대주택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피소의 70대 할머니는 “포항시를 미워하거나 적개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나, 처음부터 적극적인 이주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포항시가 야속할 뿐이다”고 했다.
 주민들은 최근 아파트를 이주 대상 등급인 전파로 인정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포항시는 주민들의 요구대로 전파로 인정해 이주 대책을 마련해주면 소파 판정을 받은 나머지 포항의 5만여 세대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법적·제도적인 한계는 물론 형평성 차원에서도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포항시는 주민들과 설명회를 갖는 등 수차례 대화를 가졌으나 상호 입장 차이로 갈등이 길어지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12일 “공동주택지원사업으로 공용부분을 보수하는 등 이재민 주거안정을 위해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장관맨션은 지진 발생 이후 행정과 주민 간 갈등이 첨예화, 장기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 관계자는 “지진발생 1년이지만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임시 대피소를 무작정 폐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며 “이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포항지진이 새로운 양상으로 변하고 있다.
 경주지진과 달리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냐 아니면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냐를 놓고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자연지진’ 또는 ‘유발지진’ 여부 조사
 지진 발생 이후 포항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조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지진이 북구 흥해읍에 있는 지열발전소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지열발전 상용화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된 이 발전소는 자원개발 업체인 넥스지오가 사업을 주도했다.
 2016년 6월 시험 발전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12월 상업 가동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가동 한 달을 앞두고 발전소에서 600m 떨어진 곳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가동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지열 발전은 지하 4000~5000m를 시추해 구멍 2개를 뚫어 한쪽 구멍(주입공)에 물을 주입해 지열로 섭씨 150~200도로 데운다.
 이때 발생한 수증기를 다른 쪽 구멍(생산공)으로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국내 최초로 시도한 사업이다.
 일부 학자들은 지열발전소가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하에 높은 수압이 생겨 지층이 갈라지거나 단층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와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지난 4월 국제 학술지‘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당시 본지진 진원의 깊이는 4.5㎞로 지열발전소 파이프가 박힌 깊이와 엇비슷했다”며 “2016년부터 시작된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이 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정부는 지진과 지열발전소와의 연관성 규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월 23일‘포항 지진과 지열발전 연관성 분석 연구’를 위해 미국·스위스·일본·뉴질랜드 등 4개국 5명과 국내 전문가 9명, 자문위원 2명 등으로 정부 조사단을 구성했다. 이후 포항에서 수차례 현장 조사를 가졌다. 조사 결과는 내년 3월께 나올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10월 23일 법원에 11·15 지진을 유발한 정부와 지열발전소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정부 조사 결과 따라 엄청난 ‘후폭풍’ 예고
 시민 71명이 참여했다. 지진이 인근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며 피해를 본 시민에게 정신적 피해 위자료로 한 사람당 하루 5000~1만원을 5년 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사태 추이에 따라 향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면 소송 금액이 수천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사단이 지진이 지열발전소 영향으로 인한 ‘유발지진’이 아닌 자연 발생적 지진이라는 결과를 내놓을 경우 시민과 일부 학계에서 이를 인정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런 조짐이 벌써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포항시민대책위원회와 지역 30여개 단체는 지난 9월 5일 ‘지열발전과 포항 유발지진 대응’을 위한 시민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국내외 학계의 유력한 근거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책임 인정을 회피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정부 조사단이 유발지진으로 판단하면 지진복구 비용, 시민 손해배상 등 지진피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은 그야말로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다.
 자연 발생적 지진 또는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를 놓고 포항시, 시민, 그리고 정부 또한 자유로울수 없는 엄청난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포항지진이 발생 1년이 됐지만 지진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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