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최대의 禍根-교만
  • 경북도민일보
인생최대의 禍根-교만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8.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경북도민일보] 내가 아는 한 분이 있다. 적지 않은 재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도 모두 의사나 법률가들이다. 무엇하나 부러울 게 없다. 그런데도 늘 겸손하고 온화하며 부드럽다. 그 분은 많이 배우지도 못했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주위 모든 사람들이 그를 존경한다. 만약 그 분이 재산과 자식 자랑 앞세우며 거드름을 피우고 교만했더라면 어땠을까? 틀림없이 모두 경멸했을 것이다.
무엇이든 하나의 좋은 결과는 여러 가지 요소들의 합작이다. 무엇이든 하나의 나쁜 결과는 여러 가지 중에 하나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이루기는 어렵고 포기하거나 잃기는 쉽다. 우리의 생명도 그러하다. 생명이 유지되려면 심장이 뛰고 폐가 들숨 날숨 쉬어야 하고 위장, 간, 뇌, 피부, 신장, 뼈, 신경 등, 제 기능을 다해야 하는 게 족히 수백 가지다. 그러나 죽음의 요소는 너무 간단하다. 생명유지의 저 많은 기관들 중에 어느 하나만이라도 역할을 상실하면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이다. 2만 5천개가 넘는 부속품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자동차도 마찬가지이다. 수많은 부품 중에 어느 하나가 망가지게 되면 자동차는 멈춘다.
인생에서도 성공을 이루려면 노력, 절제, 인내, 법과 윤리의 준수, 정직, 열정,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 등 많은 요소가 결합돼야 한다. 그런데 실패와 추락은 많은 저 요인들 중에 어느 하나만 잘못돼도 맞닥뜨리게 된다. 그중에서도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교만이다. 성서에서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 하였다. 교만이란 잘난 체하고 뽐내며 남을 무시하는 행동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사실, 교만은 위법적이거나 고장 난 엔진처럼 급격한 현상을 초래하는 요소가 아니므로 사람들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잘난 체하고 남을 무시하는 건방진 태도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내면에서부터 갉아먹고 자신의 인격을 허물어뜨린다. 교만한 사람의 주변사람들은 그를 미워한다. 아무도 그가 잘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결정적인 어려운 순간에 처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그러므로 교만은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한 사람의 인격이나 인간관계의 뿌리를 썩게 만드는 원천이므로 가히 패망의 선봉이라 해도 부족함이 전혀 없다.  

반면에 겸손한 사람은 이타적이고 남을 먼저 배려한다. 자신을 낮추어 다른 사람을 높여주고 기분을 좋게 한다. 그러나 자신을 낮춘다고 해서 진실로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굴복을 위장하거나 꾸미지 않은 겸손을 가진 사람에게는 범접치 못할 영혼의 위엄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겸손한 사람을 좋아하며 신뢰한다. 그래서 그가 어려움에 처하면 자기 일처럼 서로 도와주려 한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은 패망하지 않는다.
사람이 많은 것을 가졌다 하더라도 겸손이 결여되면 아름다움도 우아함도 곧 싫증이 난다. 그라시안은 겸손이야 말로 자신을 존귀하게 만드는 행동이라 했다. 또한 노자는 겸손에 대해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그 존재가 밝게 빛나고,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그 옳음이 드러나며, 스스로 뽐내지 않는 까닭에 오히려 공을 이루며,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까닭에 그 이름이 오래 기억된다” 했다.
교만은 천사를 악마로 만들 수 있고, 겸손은 사람을 천사로 만들 수도 있다. 아래 ‘교만과 겸손’에 대한 시 한편으로 이글의 끝을 맺는다.
많은 지식과 출중한 능력을 가졌어도/당신이 교만하다면/ 그 하나가/ 당신이 가진 많은 좋은 것들을/모조리 감쇄시키고/당신은 배척당할 것입니다.
아는 것도 없고/ 잘하는 것 별로 없어도 당신이 겸손하다면/ 그 하나가/ 부족한 모든 것을 상쇄시키고/ 당신은 뭇 함께 될 것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