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줄기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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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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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이야기
▲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경북도민일보] -음악의 불로초, 자장가
그 옛날 중국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이 생전에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을 늙지 않게 만든다는 ‘불로초’, 클래식 음악에도 불로초가 있는데 바로 그것이 ‘자장가’이다.
자장가는 말 그대로 잠이 들게 만드는 노래이다. 그리고 엄마가 어린 아기를 잠재우기 위해 불러주는 노래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장가를 정작 들어야 할 대상은 어린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고 또한 어른들에게 자장가는 회춘하게 만드는 불로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인간은 하루 24시간 중 평균 1/3인 8시간 정도 잠을 자는데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충분한 영양공급과 함께 잠을 잘 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히 한참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밤 10시~12시 사이 성장 판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 키가 크게 되는데 밤늦게 자정 넘어 까지 공부를 강요하는 탓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아이들은 성장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아이들 못지않게 장년기, 노년기에 접어든 어른들에게도 ‘꿀잠’은 건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다. 나이가 들면 잠을 자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데 동시에 노화가 진행된다. ‘노화’와 ‘수면부족’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수면부족으로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어른들이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우선적으로 잠을 잘 자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면 유도제로서 ‘자장가’는 최고의 불로초이다. 의학적으로 보면 잠을 자는 동안 낮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풀리고 신경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온 몸의 세포가 재생된다. 잠을 자는 시간이 충분하지 못하면, 그만큼 세포 재생이 불완전하게 되고, 이러한 수면부족이 쌓이고 쌓이면 급기야 온갖 질병으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회춘하기를 원하는 중년과 노년들에게 ‘자장가’를 권한다.
덧붙여 설명하자면, 아침에 듣는 자장가는 독이 되고 저녁 식사 후에 듣는 자장가는 불로초가 된다. 벌건 대낮이 아닌 밤에 잠을 잘 자는 것이 생리적으로 올바른 자장가 감상법이기 때문이다.

-태고의 엄마 소리
클래식 음악은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유럽에서 발전하여 온 음악을 일컫지만, ‘자장가’는 본래 이러한 짧은 클래식 음악 이전의 음악으로서 모든 음악의 근원이 되는 소리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인간이 내는 모든 소리의 근원이 ‘자장가’와 관련이 깊다고 하겠다. 자장가는 갓 태어난 아기들이 세상의 빛을 처음 보고 공기를 마시고 주위 사람들과 자연의 모든 것들에 대한 ‘깜짝 놀람’을 달래주고 진정시켜 주는 엄마의 소리이다.
그래서 자장가는 모성, 보살핌, 안전, 따뜻함, 성장, 발육, 영양공급 등 엄마가 아기를 위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메시지와 에너지가 담긴 소리이다. 이러한 자장가의 소리는 지구상 인류가 출현한 때부터 유래했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한 추론일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상 다양한 인종과 민족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모든 자장가에는 인류 최초로부터 시작되어 현생 인류의 DNA까지 뿌리 깊게 내려진 인간의 생명의 박자와 운율, 리듬이 공통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보겠다.

세상살이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울 때,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 올리며 자장가를 들어보라. 당신은 온 우주를 다 덮어도 남을 만큼의 따뜻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죽을 만큼 위급한 상황에서 새벽 동이 터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자장가를 들어보라. 죽느냐 사느냐의 선택의 기로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면 자장가를 들어보라. 자장가를 듣고 한잠 푹 자고 나면 기사회생 살아남을 기발한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자장가는 죽을 사람도 살리는 엄마의 간절함이 빚어내는 기적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흰머리 검게 만드는 자장가
유명한 작곡가의 자장가는 음악사적으로 따져보아도 원래 그 작곡자가 창작한 자장가가 아닐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자장가를 작곡한 작곡가는 어릴 적 엄마가 불러준 자장가를 악보로 옮겼을 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장가를 감상하는 좋은 태도는 작곡가의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자장가를 감상하는 것이다.
자장가는 보통 젖 먹는 아기를 잠재우거나 어르기 위한 노래지만 각국의 민요에 널리 수록되어 있으며 특히 작곡자가 작곡한 예술적인 가곡도 있다. 보통 민요의 경우에는 일정한 박자나 선율도 없으며 대부분이 즉흥적인 경우가 많은데 자장가는 4/4박자 도는 3/4박자 등 단순하고 소박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서양의 자장가는 일반적으로 요람을 천천히 흔들며 아기를 달래는 ‘요람의 노래’
(cradle song)와 ‘아루루’, ‘라라라’, ‘나니나니’ 등의 음절 군을 반복하는 ‘잠재우는 노래’(lullaby)로 나눌 수 있는데, 후자는 동일한 음절 구를 되풀이하여 아이를 잠의 세계로 이끄는 것으로, 태고의 원시적 주술의 자취로 보기도 한다. 이런 자장가에서는 반복구 사이사이에 즉흥적으로 말을 넣어 부르는 경우가 많다.
자장가라는 제목으로 작곡된 피아노곡은 쇼팽의 피아노곡 ‘자장가’(작품번호 57, 1843), 포레의 피아노용 소품 ‘자장가’(작품번호 16, 1880)가 유명하며 그밖에 리스트, 그리그, 드보르자크 등의 피아노 독주곡이 있다.
자장가 중 예술적인 가곡으로는 슈베르트의 자장가, J. 브람스의 자장가, B. 플리스(이전에 ‘모차르트의 자장가’로 여겨지던 곡의 작곡자), M. 레거에 의한 가곡 등이 있다.
“자장자장 노래를 들으며 옥같이 어여쁜 우리 아가야 귀여운 너 잠잘 적에 하느적 하느적 나비 춤춘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선율의 이 자장가는 1816년 슈베르트가 19세 때 작곡한 것으로 가사는 독일의 시인 클라우디우스가 썼다. 흔들리는 요람 속에서 천진하게 잠자고 있는 아기의 모습과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되새겨 보는 자장가다.
브람스의 자장가는 브람스가 가까이 지냈던 여인인 베르타 파버의 둘째 아들이 태어난 것을 축하하기 위해 썼다. 이 곡은 어린이를 달래고 애무하는 듯한 효과를 내는 싱코페이션(당김음) 반주 외에 모성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곡이다.
모차르트 자장가는 “잘 자라, 우리 아가야 정원과 목장에도 새도 양도 모두 잠들면 달은 창으로 은빛을 비추는 이 밤 잘 자라, 우리 아가야, 잘 자거라”와 같은 가사가 있다. 모차르트는 독일의 옛 민요에서 발췌하여 작곡한 것으로 세상에 알려졌으나 최근 이 곡의 초고 악보가 독일의 함부르크 도서관에서 발견됨으로서 모차르트의 곡이 아닌 ‘베르나르드 흘러스’Bernhard Flies가 작곡하여 1796년에 발행한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자장가로는 김영일 작사, 김대현 작곡의 가곡 ‘자장가’(1946)가 있으며 또 4·4조의 전승동요 ‘자장가’가 있다. 산전수전, 세상의 모든 고통과 아픔을 경험했을 인생 황혼기에 접어든 분들에게 필자는 감히 ‘자장가’를 권해본다. 먼저 작고하신 그리운 어머니를 떠 올리며 ‘자장가’를 들어보시라. 그것이 슈베르트 혹은 브람스 또는 이름 모를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자장가이든 상관이 없으리라. 노년의 나이를 잊게 하고, 다시 어린 ‘아가’로 만드는 타임머신이 ‘자장가’이다.
믿거나 말거나 딱 한 달만 날마다 저녁식사 후에 자장가를 듣고 꿀잠을 청해보시라. 새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검은 머리가 자라나는 경이로운 회춘을 경험하게 되실 것이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은 세포까지 재생하는 줄기세포와 같은 명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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