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
  • 이진수기자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
  • 이진수기자
  • 승인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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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이진수기자] “요즈음 목욕탕 경기가 어떠세요.” “목욕탕도 말이 아닙니다.”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 등 철강공단이 인접한 포항의 동네 목욕탕에 갔다가 이곳 세신사와 주고 받은 이야기다. 그는 4~5년 전부터 목욕탕 경기가 영 시원찮다고 했다.
예전에는 철강공단에서 일을 마친 건설 노동자들이 저녁에 땀에 배인 얼굴로 목욕탕에 몰려와 지친 몸을 풀었다고 했다. 또 동네 어깨들이 때밀이와 마사지를 받은 후 팁을 툭툭 던져주곤 했는데 공장 설비 투자가 줄어들고 경기가 어려워지자 건설 노동자들이나 동네 어깨들도 보기 힘들다며 아쉬워했다.
비록 동네 목욕탕의 현상이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까깝다.
각종 경제지표가 하향 곡선을 치닫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2018년도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서 국민들의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는‘일자리’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청년층은 사회 첫 발을 내딛기 어려워서, 노년층은 은퇴 후 생계를 위한 일자리를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5년 간 중점 추진해야 할 정책 역시 소득보장 분야는 일자리를 통한 탈빈곤 지원(40.9%), 서비스보장 영역은 고용분야(34.8%)로 모두 일자리가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초부터 역대 대통령들 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특히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그의 철학과 의지는 대단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의 잇딴 정상회담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적폐청산과 함께 평화와 통일의 행보는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그의 최대 공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제난의 영향이 가장 크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문 정부가 내세운 경제정책이 아직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은 곳곳에서 현실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취약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정부 의도와는 달리 인위적으로 최저임금을 상승시킴에 따라 일자리가 증발하고 분배는 더욱 악화된 모양새다.

통계청은 22일 올해 3분기 상위 20%와 하위 20%의 월 소득 격차가 7배로 벌어졌다고 발표했다. 2007년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격차다. 고용악화로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소득은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층의 주머니는 더욱 두툼해진 이른바‘부익부 빈익빈’의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소득 양극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은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도시다. 그러나 수년 간 철강경기가 침체되자 지역경기 또한 악화되고 있다. 포항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유치, 포항사랑 상품권 발행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 간 포항에서 제1차 한·러지방협력포럼이 개최됐다. 서울시, 경북도 등 국내 17개 광역단체와 러시아 극동지역 9개주가 참석한 포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였다. 포항은 포럼으로 러시아와 북방경제협력은 물론 중국, 일본, 북한 등 환동해권 국가 도시들과의 향후 경협과 교류에서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럼 참석차 포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와 영일만대교 건설, 영일만항 활성화를 건의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지역 최대 현안 과제를 해결, 포항의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포항이 포럼 개최에 따른 실질적인 성과가 어느 정도일지 기대된다.
세신사는 “최근에 포스코가 수십조원을 투자한다는 말이 나돌던데, 정말 인가요. 그러면 경기가 좀 풀릴텐데…” 했다.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대기업의 투자가 중소기업, 하청업체, 그리고 서민경제로 연결되는 이른바 낙수효과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패러다임이다. 아직도 대기업의 투자가 가뭄의 단비처럼 느끼는 국민들에게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국이라는 것이 허상처럼 느껴진다.
지난 1997년 IMF 사태 이후 우리 경제는‘호황’이라는 단어를 잊었다. 그만큼 국민들의 삶은 팍팍하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의 재상 육개는 마지막 황제인 손호에게‘국이민위본 민이식위천(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이라는 내용의 상소문을 올렸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것이다. 이념, 자아실현, 사회공헌 등은 다음의 일이다.
‘백성이 편안하면 이는 곧 나라에 이로운 것이다’는 안민익국(安民益國)이 절실히 와 닿는 시기다. 백성의 편안은 우선적으로 먹고 사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나 일신의 영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지역 단체장들은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는 말을 깊이 새겨 국민들의 주름살을 펴게 하는 경제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진수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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