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동해바다, 그 많던 오징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 양병환기자
급변하는 동해바다, 그 많던 오징어는 다 어디로 갔을까
  • 양병환기자
  • 승인 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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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동해안 해양과 미래
2. 동해 해양환경 변화와 오징어의 미래
▲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해안가 오징어덕장에서 어민들이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모습.
▲ 울릉도 연안으로 피항해 온 중국어선들.

[경북도민일보 = 양병환기자]  정부는 지난 3월 도서개발촉진법을 개정해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했다. 이에 해양영토로서 위상과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울릉도·독도를 재조명하고 경북동해안과 울릉도·독도의 역사적 연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는 경북동해안권의 해양과학 및 해양문화자원에 대해 역사인문학적 및 자연과학적 접근을 융합한 시각으로 미래발전전략을 제시하는 등 경북 해양의 중요성을 재조명할 계획이다.

 - 오징어 어획량 급감
 최근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이 심상치 않다. 2000년 1만359t이었던 어획량이 점차 감소 2017년 931t으로 최악의 어획량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동해안 전체 오징어 어획량도 2000년 10만2032t이었던 것이 2017년 3만2020t으로 급감했다.
 지금 동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많던 동해의 오징어는 어디로 갔을까?
 울릉도 오징어는 1902년 무렵 울릉도에서 오징어조업이 시작된 이래 개척100여년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울릉도의 대표 브랜드다. 울릉도 수산물 판매액의 96%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수산물로 일제 강점기 시절에도 울릉도 인구변화의 척도였다.
 1910년대 울릉도 오징어 조업이 번창하자 일본인들의 울릉도 이주가 본격화되다가 1930년대 오징어 조업이 쇠퇴기를 맞이하면서 일본인들은 물밀듯이 울릉도를 떠났다. 1970~80년대 오징어 조업과 함께 명태 조업이 번창하면서 울릉도 인구는 1974년에 2만9810명까지 다다랐다.
 1970년대 후반 울릉도 전체 인구 중 64%가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으니 공무원· 학생· 일부 주민을 제외하고 거의 대다수가 오징어 조업에 종사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의 오징어 조업에는 한 어선에 20~30명의 선원이 승선해 사람이 직접 도구(물레)를 이용 오징어를 어획했다.
 이후, 자동 조상기의 도입으로 오징어 조업의 자동화,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오징어 어획량 감소에 따른 어업인 소득 감소로 어업을 포기하고 타 지역으로의 전출 등이 이어지면서 현재 울릉도 인구는 1만명 내외로 감소했다.
 2015년 기준으로 울릉도 수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불과 14% 수준이다. 어선수 또한 1990년 522척에서 2016년 180척으로 급감했다.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은 1950년대에는 연간 4000t 내외를 보이며 풍어기와 흉어기를 반복했다. 1980년대 후반 이래 점차 증가하다가 1993년에 1만4414t으로 최대 어획량을 보였으며, 이후 오징어 어획량은 점차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6년은 986t, 2017년은 981t으로 1990년대 후반에 비해 불과 1/10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사실 최근의 1000t 미만의 어획량은 울릉도가 1902년 무렵 오징어 조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적은 어획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오징어 급감의 원인
 그 많던 울릉도 오징어는 어디로 갔을까
 울릉도 어민들은 오징어 급감의 원인에 대해 첫번째로  중국어선의 동해 쌍끌이 조업 영향을 두고 있다.
 북· 중어로협정에 의해 2004년부터 동해 북한 수역에서 많게는 매년 수천척의(2014년의 경우 1904척) 중국어선들이 쌍끌이로 오징어를 조업중에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이정삼 박사의 2017년 논문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동해에 조업하는 오징어 어획량은 2014년 기준으로 약 20만5000~31만t 사이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러한 어획량은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오징어 어획량인 16만3886t을 능가하는 참으로 엄청난 양이다.
 중국어선의 동해 쌍끌이 오징어 남획에 대한 피해는 비단 오징어 어획량의 피해는 물론 오징어 조업기에 기상악화에 따른 수백척의 울릉도 연안 중국어선 피항에 따른 2차 피해도 막심하다. 앵커링에 따른 심층수 관로 훼손, 폐기름 배출에 따른 연안생태계오염, 다수의 쓰레기 배출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어선의 동해 쌍끌이 오징어 남획을 원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역어민들은 최근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에 발맞춰 남북어업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중국어선에 의한 동해 오징어 자원 고갈 대응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 하나의 단계로 북측 관계자를 울릉도에 초청하여 오징어를 주제로 한 남북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해보는 것은 어떨까? 북측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부른다. 오징어의 명칭 통일도 논의해볼 일이다.
 두번째로는 중국 어선의 동해 쌍끌이 남획 못지않게 대형 트롤어선과 채낚기 어선 등 국내 어선에 의한 불법공조조업의 원인 또한 꼽고 있다. 
 대형트롤어선 한 척이 2015년 8월부터 2016년 2월까지 355차례에 걸쳐 2100t의 오징어를 불법 조업을 했다고 한다. 2015년 울릉도 오징어 어획량이 1852t을 고려하면 수십 척의 대형트롤어선에 의한 오징어 불법 조업 또한 주목할 영향임에 분명하다.
 불법 조업에 대한 관계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함께 어업인 스스로의 자정 노력 또한 필요하다.
 동해 오징어 자원량 변동과 관련하여 이러한 인위적인 요인과 함께 또한 주목할 것이 동해 해양환경변화에 따른 자연적 요인이다.
 우선 오징어의 생태적 특성에 대해 알아보자. 울릉도 오징어의 주어종인 살오징어는 단년생이며 회유하는 특징이 있다. 주로 가을철에 동중국해와 동해의 일본쪽 연안에서 산란한 후에 대마난류를 타고 동해로 유입하면서 점차 성장하며 산란시기가 오면 다시 산란장으로 되돌아가 산란 후 일생을 마친다.

 오징어는 낮에는 주로 수심 100~200미터 층에 분포하고 밤에는 먹이를 따라 수직 이동하여 표층 근처에서부터 약 50미터 층에 머무르는 습성이 있다.
 살오징어는 섭씨 5도에서 27도의 광범위한 수온대에 걸쳐 서식하지만, 섭씨 12도에서 18도 사이가 어군 형성 수온대로 알려져 있다.
 오징어 어군 분포 및 어획량은 한류와 난류의 교차에 따른 수온 전선의 위치(남북방향보다는 동서방향 전선이 어군 밀집에 유리), 수심에 따라 수온이 급격히 변화하는 수심대인 수온약층의 깊이 등 해양환경에 크게 민감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즉, 수심 50미터 층의 수온이 섭씨 약 12도에서 18도를 나타내면서 수온약층이 형성되고 아울러 동서 방향으로 형성된 수온 전선역이 좋은 어장 조건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무렵에는 이러한 수온 전선역이 비교적 울릉도·독도 주변에 형성되어 울릉도·독도 주변은 오징어의 좋은 어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 지구 해양환경변화와 관련하여 남쪽으로부터 따뜻한 해류의 세력이 점차 강해지면서 연 중 오징어 조업이 가장 왕성한 9~10월에 울릉도 주변에서 형성되었던 수온 전선역이 대화퇴 인근 해역 등 울릉도 먼바다로 크게 북상하고 있다.
 늦가을을 지나면서 남쪽으로부터 따뜻한 해류가 점차 약해지면서 다시 울릉도 주변에 어장이 형성되지만 이 시기는 빈번한 해상기상악화로 출어 일수 자체가 감소함에 따라 오징어 어획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오징어 어획량 증대를 위한 대책
 최근 동해 오징어 어획량 급감에 따른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수산연구소를 중심으로 매년 오징어 장기 해황 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18년 동해 오징어 자원량이 2017년에 비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어장의 점차적인 북상 및 어기 또한 대화퇴 주변의 경우 11~12월로 예년에 비해 늦춰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어장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최근의 기후변화와 오징어의 생태 특성을 고려한 오징어 어장 분포 특성에 관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
 역사를 돌이켜 1932년 동해로 가보자.
 1932년 일본은 동해 전역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최초의 동해 종합조사를 실시했다.
 일본 어장학 및 수산해양학의 기초를 확립한 우다(宇田道隆, 1905-1982) 등의 제안에 의해 1932년 5월 5일부터 6월 26일까지 무려 50척의 각 수산시험장의 조사선을 동시에 총동원하여 동해는 물론 한반도 전역에 대한 종합 조사를 실시했다. 194개 지점에서의 어장환경조사, 1200개의 해수 샘플링, 표층 해류 측정을 위한 6789개의 해류병 투하 등이 이뤄졌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일본은 동해의 수심 200미터 이상의 해수가(동해 전체 해수 중 약 90%를 차지한다) 수온이 섭씨 0~1도의 매우 일정한 해수로 이루어졌다는 이른바 동해고유수 이론 제시와 함께 한반도 주변 해역에 대한 표층 해류도가 처음으로 자세히 밝혀지게 되었다.
 동해고유수 이론은 1993년 시작된 한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동해 해양 조사인 CREAMS 프로그램 관측 결과로 1996년 서울대학교 김구 교수 연구팀에 의해 동해 몇 백 미터 아래의 해수는 하나의 단일 수괴가 아닌 서로 다른 수괴들로 이루어 졌음이 밝혀지기 전까지 60년 이상 학계의 정설로 남아 있었다.
 1932년 동해 종합조사로 제시된 표층 해류도는 2015년 국립해양조사원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한반도 주변 해역 해류모식도가 제시되기까지 오랫동안 한반도 주변 해역의 대표적인 표층 해류 모식도로서 학술 논문, 교과서 등에 빈번하게 인용돼 왔다. 1932년 동해 종합조사를 5~6월에 선택한 것은 정어리와 고등어 등 당시 동해의 중요한 어종의 봄철 어황과 해황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1883년 조선과 일본간에 체결된 ‘조일통상장정’을 계기로 일본의 동해안 수산자원 침탈이 본격화되면서, 동해 연안에서 동해 외해로 어장이 확대됨에 따라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장소와 때를 일본 어민에게 보급하기 위한 연구ㆍ조사목적으로 동해 전역에 대한 해양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1932년 동해 일제 해양조사가 실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32년 동해 조사 시기에 관하여 일본이 1931년 만주사변 무렵부터 한반도 기본정책으로 내세운 한반도의 대륙 침략 병참 기지화 전략과 관련하여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에서 수산업은 농업과 함께 일본의 식량 사정 완화에 크게 공헌하였으며, 특히 정어리 등 수산물은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으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일본 공업의 원료로서 활용 가치가 높았다.
 1911년 당시 한반도의 산업별 총생산액 중 수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2.6%이었지만, 1939년에는 8.4%로 크게 증가한 것도 당시의 수산업의 중요성을 반증한다.
 또한 조선총독부 자료에 따르면 1932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1인당 수산물의 어획고는 73.5원인 반면에 일본인의 1인당 어획고는 한국인의 3.5배인 253.9원으로 (실제 일본인 어획고는 통계보다 훨씬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인에 의한 생산력이 크게 높았다.
 이처럼 1932년 동해 조사 결과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한반도 대륙 침략 병참 기지화 전략과 관련하여 동해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해역의 해황과 어황에 관한 일본의 이해를 높임으로써 한반도 연안에서 일본인에 의한 수산물 어획고 증가를 가져와 일본의 한반도 주변해역 수산자원 침탈에 기여하였을 것으로 고려된다.  
 1932년 일본의 동해 종합조사는 최근의 동해 오징어 어획량 급감과 관련하여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주변 바다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는 동해 표층수온 증가율 등 최근 동해 해양환경변화를 둘러싸고 동해의 주요 어종들의 분포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국립해양조사원 울릉도 조위관측소에서 측정한 표층수온 자료에 따르면 표층수온 섭씨20도 이상의 날수가 1960년대 연간 70일 정도에서 최근에는 130일 정도로 크게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열대 어종인 자리돔은 이미 제주도 바다를 떠나 울릉도·독도 바다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어류가 되었다. 이러한 동해 해양환경변화에 따라 오징어의 산란특성은 물론, 오징어의 이동경로, 오징어 어장분포 등에서 다양한 변화가 예측되고 있다. 국내 연구·조사기관에는 각 기관별로 정기적으로 동해 환경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기관의 무려 50척을 동시에 총동원하여 동해 어장환경 종합조사를 실시했던 1932년 동해 조사처럼 각 기관별 협력을 통한 동해 해양환경변화에 대한 깊이 있고 종합적인 연구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동해 바다가 급변하고 있다.

 

글쓴이/김윤배 박사

서울대에서 동해 해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책임기술원과 울릉문화유산지킴이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하늘에서 본 울릉도와 독도의 해양영토’, ‘동해, 바다의 미래를 묻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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