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보다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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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보다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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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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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뉴스1]
노후에 연금보다 근육이 중요하고 합니다. 둘 중 어느 하나만 없어도 살기 어려우니 뭐가 더 중요하다 말하기 어렵지만, 노후에 근육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기에는 딱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건강을 위해 근육이 필수적이라 한다면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관계입니다.
일본 도쿄대 노화연구소가 65세 이상 5만 명을 대상으로 노쇠 정도를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 잘 나타납니다. 운동과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A), 홀로 운동을 하는 사람(B), 운동은 잘 안 하지만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C)으로 나누어 건강을 조사한 결과, 건강의 순서는 C  B  A 였습니다. ‘운동도 안 하는데?’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사회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어느 정도 운동이 됩니다.
근육과 관계는 이를 만들어가는 데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근육은 일상생활에서 받은 적이 없는 과부하가 걸리면 근섬유가 손상되어 피로 상태에 빠집니다. 이후 2~3일 사이에 회복이 되는데 이때는 과부하에 견디기 위해 더 많은 근섬유를 만들게 됩니다. 이를 초과회복이라 하는데, 이 기간에 운동하는 걸 반복하면서 근육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1년 정도 운동해서 소위 ‘몸짱’이 된 사람을 많이 봅니다. 하지만 근육은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 줄어들 정도로 꾸준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빨리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빨리 사라지기도 합니다. 근육은 비싼 조직이라 필요할 때만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관계는 훨씬 장기적입니다. 부부, 자녀, 친구, 사회 관계는 1~2년 사이에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학교 동창은 10년 이상의 기간이 걸리고 사회 관계도 수년 이상 걸립니다. 그냥 오랜 기간 알았다는 것만으로 관계가 형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야 합니다. 부부간에는 숱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녀와 아버지의 관계가 어머니와 달리 서먹한 것은 같이 산 기간이 짧아서가 아니라 공유한 경험이 적기 때문입니다. 전쟁터에서 생사를 누빈 전우가 가장 끈끈한 관계인 이유도 생사가 걸린 극한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관계는 기간과 경험의 공유 이 둘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관계는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 됩니다. 30년 동안 커서 큰 그늘을 만드는 참나무처럼 말입니다. 

관계는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경험을 공유해야 하며, 나 혼자만이 아닌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몇 가지만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우선, ‘따로 또 같이’의 관계가 필요합니다. 관계라고 해서 밀착하라는 게 아닙니다. 적정한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합니다. ‘약간의 거리를 두다’라는 책을 쓴 소노 아야코는 관계도 통풍이 잘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집은 통풍이 잘 되려면 문 두 개가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합니다. 약간의 공간이 있어야 통풍이 잘 되며 꼭 붙어 있으면 안됩니다. 부부도 ‘따로 또 같이’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제 주변에는 지방에 남편이 일하면서 한 달에 두세 번 집에 오니 부부 사이가 애틋해졌다고 하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젊을 때는 연인이 타고 있는 버스를 따라 가며 손을 흔들었지만 이것 안 해 본 지 수십년입니다. 그런데 떨어져 살다 보니 고속버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손을 흔들면서 그 마음을 다시 가져 보게 된다고 합니다.
둘째, 세상과의 관심을 끊지 말아야 합니다. 시니어들은 가끔 자신들이 다른 사람에게 재미 없어졌는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말의 속도도 느리고, 단어는 이, 그, 저 등을 많이 쓰고, 옛날 이야기를 하고, 했던 이야기인지 모르고 또 반복하기도 합니다. 매일 거울을 보는 자신은 변화를 잘 모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차이를 확연하게 아는 것처럼, 시니어들은 남들에게 재미 없어진 자신을 모릅니다. 저희 모임 중에 칠순을 넘긴 여성분이 있습니다만 최근 화제에 밝으시다 보니 이야기를 해도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헤어질 때는 단 한번도 다른 사람의 차를 타신 적이 없고 대중 교통 이용한다고 ‘빠이’하고 떠나 버리십니다. 그분은 저희들보다 사람 만나는 스케줄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아마 이러한 노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셋째, 사회봉사 활동을 늘려야 합니다. 우리나라 시니어들의 관계망은 남녀를 막론하고 친목 활동이 압도적입니다. 동창회, 동호회 모임들이겠지요. 서구인들이 사회봉사나 사회참여 활동이 많은 것과 대조를 이룹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길을 밟은 일본이나 대만을 보면 시니어의 봉사활동 비중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회봉사 활동은 젊을 때 했던 역할과 책임을 다른 형태로 다시 수행하는 것입니다. 받는 존재가 아닌 주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서로 즐기는 삶도 좋지만 사회에 기여하는 삶은 보람을 줍니다. 그래서, 육체 및 정신 건강에도 좋습니다.
넷째, 먼저 연락하십시오. 현직에서 물러나면 관계가 급속하게 축소됩니다. 친구들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때 예전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보십시오. 의외로 반갑게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학교 때 동호회 친구들, 사회생활 할 때의 동료와 선후배들, 학교 친구들. 가만히 찾아 보면 많이 있습니다. 남자들은 동창 위주의 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지역의 이웃에게로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갑작스레 어떻게 하냐고요? 아내가 만들어 놓은 관계망을 활용하면 됩니다.
인간은 관계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출생 자체가 관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를 만든 것은 수많은 관계에서였으며, 다른 사람의 역할 없이 혼자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노후의 나를 잘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관계가 필요합니다. 근육도 중요합니다만 관계는 더욱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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