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뺨치는 中기업들의 적대적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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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뺨치는 中기업들의 적대적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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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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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뉴스1]  중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기업가들 중 한 사람으로 왕시(王石)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최대의 부동산개발회사 완커(萬科; Vanke)의 창업자다. 성공적인 사업가일 뿐 아니라 대중적인 인기도 높다. 60세에 두 번째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했다. 7개 대륙 최고봉에 모두 오르는 기록을 세운 다음 북극점과 남극점에도 도달했다. 책도 세 권이나 냈다. 완커 회장직에서는 물러났지만 지금도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세계 유수의 대학들에 초청받아 강연도 한다.
 왕시의 완커는 2015년에 시작되어 2017년에 끝난 대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마치 삼국지를 연상시키는 적대적 M&A 전쟁이다.
 완커는 1984년에 창업해서 1991년에 선전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사건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4년 말 현재 소유가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었고 최대주주는 지분 14.91%를 보유했던 국영 화륜그룹(China Resources)이었다.
 2015년에 포브스지 집계 중국 24대 부호라는 야오첸화(姚振華)가 회장으로 있는 바오능(寶能)그룹이 완커에 적대적 M&A를 시도했다. 2015년 초부터 점진적으로 완커 주식을 취득해서 8월 말에는 15.04%로 1대 주주에 올랐다. 화륜이 15.29%로 지분율을 끌어올리자 바오능은 20%를 넘기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왕시가 안방보험에 SOS를 쳤다. 안방은 전세계에 걸쳐서 활발한 M&A를 전개하기로 유명한 회사다. 2014년에 뉴욕의 월도프애스토리아호텔을 인수했는데 인수가가 2조 원이 넘어 역사상 가장 비싼 호텔거래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2015년에 동양생명을 인수했다.
 안방은 완커의 우호주주가 되어주기로 하고 7.01%를 취득했다. 이로써 2015년 말 완커 소유구조는 바오능 24.26%, 화륜 15.29%, 안방 7.01%로 재편되었다.
 2016년 3월 국영 선전메트로가 백기사로 등장한다. 완커는 선전메트로에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의외로 화륜측 이사들이 반대해서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자 6월에 드디어 바오능이 왕시의 퇴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11월에는 항대(恒大; Evergrande)그룹이 새로 등장했다. 항대는 중국 2위의 부동산개발기업이다. 완커 지분 14.07%를 취득했다. 연말에 바오능, 화륜, 항대, 안방 4자가 대립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물론 수치로는 소수주주들이 26.58%로 가장 큰 지분을 보유했다.
 그러나 마지막 승자는 왕시였다. 왕시는 그간 닦아놓은 정부와의 관계와 사회적 자산, 소수주주들의 신뢰에 힘입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중국 사회에서 적대적 M&A는 화합과 협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와 잘 맞지 않는다. 바오능은 사회적 지지를 얻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바오능의 완커 주식 취득과정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바오능과 화륜이 공모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화륜은 지분 전부를 선전메트로에 양도하고 물러났다. 바오능도 1대 주주이기는 하지만 단순투자자로 남겠다고 발표한다.
 화륜과 바오능은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도 받았다. 야오첸화는 10년간 보험업계에서 퇴출되는 처분을 받았다. 보험계열사(Foresea Life)를 통해 적대적 M&A를 추진했었기 때문이다. 바오능은 완커 인수를 위해 보험계열사의 고금리 자산관리상품(WMP) 거래와 은행 대출을 이용했는데 바오능이 지분 확보를 위해 과도한 레버리지로 활용한 구조화 채권이 위법한 상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7월에 항대가 보유지분 전부를 선전메트로에 양도해서 선전메트로가 29.38%로 완커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완커의 소유가 분산되어 있었다는 것과 탁월한 경영실적(2015년 완커의 ROE는 상장사 평균의 거의 3배였다)에 걸맞지 않은 증권시장에서의 저평가, 그리고 경영진의 리더십 부족 때문이다. 왕시는 철저히 능력 위주로 경영진을 발탁했고 가족은 일체 회사에 들이지 않았는데 이 점이 회사의 구심력을 약하게 했다는 평가다. 반면 중국 자본시장의 급성장으로 M&A에 필요한 자금조달은 매우 쉬워졌다. 그림자금융도 규모가 커졌다.
 이 사건은 중국 최초의 풀스케일 적대적 M&A 사건이었다. 앞으로도 중국에서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여러가지다. 중국의 전통적인 문화와 정부의 역할 때문에 서구형의 적대적 M&A시장 발달은 아직 요원하다는 시각이 일단 우세해 보인다.
 한편 지난 2월에는 독일이 깜짝 놀라는 일이 일어났다. 리슈푸(李書福) 회장의 질리(吉利; Geely)자동차가 90억 달러를 투자해 독일 자동차산업의 상징인 다이믈러 지분 9.7%를 취득, 최대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질리는 이미 스웨덴의 볼보와 영국의 LEVC를 손에 넣었다. LEVC는 런던 시가를 누비는 검정색 택시를 생산하는 회사다.
 이 사건은 질리가 다양한 파생상품을 활용해서 공시의무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지분을 매집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적대적 M&A 의도를 의심하게 했다. 독일 정보당국은 중국기업들의 독일 첨단기술기업 인수에 대해 이미 경고음을 발령한 상태다.
 글로벌 경제에 편입되어가고 있는 중국을 볼 때 문화적인 요소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노스웨스턴대 버나드 블랙 교수가 오래전에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유교 전통 아래 있는 경영자들이라 해도 인센티브(돈)에는 민감하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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