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은 분명한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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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은 분명한 범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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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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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예전 어린 시절, 동네 막걸리를 파는 집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장면 하나가 있다.
 무슨 사연인지는 알 수 없으나 술을 마신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퍼질러 앉은 여인은 울고 있거나 하염없이 땅바닥에만 시선을 꽂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릴 적 동네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지금에야‘가정폭력’이라는 용어로 불리어지지만 그 당시에는‘부부싸움’정도로 터부시되던 장면이었고 “누구네 아빠는 술만 마시면 그렇게 마누라를 쥐 잡듯이 팬대”라는 말에 “놔둬, 남의 집구석에 무슨 관심이 그렇게 많어?”라는 어른들끼리 나누는 뒷담화를 접할 수 있던 시절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가정 안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한 사회문화를 형성해 왔고 남의 부부싸움은 언급을 피해야 하는 금기어 정도로 인식해 왔다.
 시대 상황을 돌이켜 보면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돈을 벌어다 주는 남편이라는 자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이었고 위상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우리는 지금도 흔히 남편을 두고 가장(家長)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풀이하면 가정에서의 우두머리요, 어른이라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구성원들은 가장의 말에 순순히 복종을 하고 따르는 것이 순리요, 이치에 맞다고 생각을 하며 살아 왔다.
 잠시 화제를 돌려 지금의 시점으로 맞춰 보자. 우리는 언제부터인가‘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자주 들어왔고 이제는 그 단어가 귀에 익숙해져 있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지위는 날로 성장해 왔고 이제는‘외벌이’라는 용어가 어색해질 만큼 여성의 사회 진출이나 경제활동이 증가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처음 경찰생활을 하던 시절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었다.
 남편은 “경찰이 왜 남의 집 일에 이래라 저래라 합니까”라는 말과 함께 아내는 “남들한테 알려질까 부끄러우니 그냥 조용히 우리끼리 해결하게 해 주세요. 저 집에서 쫓겨나면 뭘 해 먹고 살아요”라는 말이었다.
 상대를 때리는 부부싸움은 가정폭력이다. 가장이라는 이유와 구성원을 훈육한다는 자기만의 명분으로 상대를 때리는 것 또한 가정폭력이며 그 가정폭력은 분명한 범죄라는 것이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해 다양한 제도적인 보호와 지원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국회와 정부에서는 보다 강화된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법을 마련한들 사회문화나 국민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법과 우리가 처한 현실의 간극을 좁힐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도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나 홀로 삭이고 있는 피해자 그리고 이 사회에 말씀드린다. “가정폭력은 분명한 범죄입니다”
 경북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 여성보호팀장 손원익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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