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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 노모의 주식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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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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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6월경쯤 88세이신 어머니와 통화를 하는데 보유 주식을 팔았다는 것입니다. 집에 들르면 가끔씩 유상증자를 한다는 데 따라 가야 하느냐 지금 주가이면 유·무상 증자를 감안하면 도대체 돈을 번 건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매도를 하시리라고는 낌새도 채지 못했습니다. 당시 매도 가격을 지금 보니 근래 2년 동안 최고가였습니다. 이후 생신 때나 다른 행사 때 자식들과 며느리들에게 돈 벌었다고 봉투를 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도 퇴직 후에 주식 투자를 조금 하셨습니다. 1999~2000년 한창 주가가 오를 때였습니다. 새롬기술이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인터넷 접속만 되면 다이얼 패드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전화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었습니다. 오픈한지 두 달도 되지 않아 가입자가 100만을 넘으면서 세계 최대의 인터넷 폰 회사가 되었습니다. 그 때 전설적인 개인 투자자들은 새롬기술 주식을 30만원 대에 매수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가격은 액면가 5000원을 기준으로 본다면 300만원 대에 해당합니다. 아버지가 바로 그 전설적인 매수자이셨습니다. 이후 주식투자는 손을 놓으셨지만 주식 이야기가 나오면 평생 새롬기술 투자 오명을 갖게 되셨습니다.

 장인어른은 지금 85세이신데 소액으로 소소하게 주식투자를 하십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노트에 이것 저것 기록하고 객장에 자주 가셔서 앉아 있다 오곤 하셨습니다. 주식투자수익률은 별로 좋지 않아 장모님으로부터 자금줄이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소식적에는 야바위 장기꾼으로부터 장사하는 데 다시 오지 말라는 경고까지 들었던 분이고 육사를 나오실 정도였지만 소형주만 다루다 보니 성과가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선친께서도 시사주간지 ‘타임’을 평생 구독하시고 일본 책을 끼고 사셨지만 주식 성과는 전설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제가 장황하게 집안 어른들을 등장시킨 이유는 주식을 비롯한 노후의 투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 때문입니다. 대부분 노후에 주식은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나이 들어서까지 탐욕을 부린다고 핀잔을 받기 일쑤입니다. 사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노후의 생활비를 날려 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도를 엄격하게 통제한다면 장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투자를 하면 세상에 관심을 계속 갖게 됩니다. 호기심의 끊을 놓지 않는 거죠. 투자를 한 분들은 만날 때마다 끊임 없이 물어 보고 그게 이어져 대화가 됩니다. 어머니는  주가가 많이 떨어지면 회사에 무슨 일이 있냐고 넌지시 물어 보십니다. 모임에 60대 분이 계신데 인도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 인도 경제와 그 앞날에 대해 물어 보십니다. 브라질 국채를 사신 분은 브라질 경제와 헤알화 환율을 물어보시죠. 남미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뉴스가 나오면 브라질에 어떤 영향을 줄지, 브라질 대통령이 바뀌었는데 어떤 정책을 펼지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주식은 세상을 반영하기에 다양한 대화 소재가 있습니다. 투자금액이 많고 적음에 관계 없이 자산가격의 변동 자체가 사람을 깨어 있게 만들고 세상과 소통하게 합니다.
 투자를 하려면 머리도 써야 합니다. 기업을 알아야 하고 주주가 되면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두툼한 설명서도 날아 옵니다. 노후에 시간 있을 때 숫자가 빼곡한 설명서들을 읽어 보노라면 머리를 안 쓸 수가 없습니다. 수익률 계산만 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이들은 명확하게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정치(精緻)한 곳으로 깊이 들어가는 순간 귀찮아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젊을 때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고가 깊이 진행되지만 노후에는 뻑뻑한 브레이크가 걸린 듯 합니다. 투자는 사고의 고리를 이어 가면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연결고리가 튼튼해야 합니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살까를 고민하려면 몇 가지 고리를 빈틈 없이 이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머리가 녹슬 틈이 없어집니다.
 많지 않은 돈이지만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노후의 보너스라 생각하고 배우자에게 선물을 해줄 수 있고 어디 여행을 한번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의 노후가 재미 없는 것은 많은 길이 예측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속된 말로 뻔하다는 거죠. 일어나서 밥 먹고, 밖에 나가 사람 만나고, TV 보고, 명절 때 자식 만나고 등등입니다. 젊을 때는 예측하지 못한 일 들이 수 없이 일어나는 것과 비교 됩니다. 예측하지 못한 소득이나 사건은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유의해야 할 점은 절대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산과 예산의 일정 비율 이내로 통제해야 합니다. 큰 돈을 벌겠다고 덤벼 들어서는 안 됩니다. 노후 팔자를 투자로 바꾸어보겠다는 생각은 위험천만입니다. 주가가 하락해도 ‘이 정도야 좀 기다리지’ 하면서 그냥 잊어 먹고 있을 정도여야 합니다.
 노후에 마작이 도움된다고 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모여서 포커를 치고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은 마작을 합니다. 머리를 쓸 뿐 아니라 사람과 관계를 맺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노후의 투자도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투자야말로 예측불가의 대명사입니다. 투자를 하면 다른 사람과 자연스레 관계가 맺어집니다. 수수료를 좀 주더라도 사람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면 투자회사의 젊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시니어 투자클럽도 해봄직하지 않겠습니까? 젊은 사람만 투자클럽을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클럽의 회칙에 탐욕은 줄이고 통제된 예산으로 한다는 규정을 명확히 못 박아 두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러면 투자를 매개로 다양한 세상이 연결될 것입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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