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반만년의 긴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전쟁을 1400여회나 치렀다. 3년에 한번꼴로 전쟁을 치른 셈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5000년 내내 외세에 시달리며 굶주리고 헐벗은 채 살아왔다.
더구나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을 치르면서 역사상 가장 많은 전쟁 희생자가 발생되었고 창과 방패가 아닌 현대화된 무기에 의해 온 국토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그 폐허 위에서 우리나라는 불과 70년도 되지 않아 명실상부 선진국 진입의 지표가 되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단기간내에 이 놀라운 기적을 이룬 배경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인권은 터부시 되었고 노동자의 권리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밤이 새도록 시키는대로 악착같이 일만 해야 했다. 그러던 1970년 11월 13일 서울 평화시장 한가운데서 22세의 전태일이라는 한 젊은이가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한다. 그는 온 몸에 불이 붙은채 고통에 몸부림치며 시장을 뛰어다니며 나뒹굴었지만 사람들은 쳐다보기만 했고 병원에서조차 여러시간 방치된 채 그는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에 봉재공장의 재단사로 일하던 그는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동청을 찾아 여러번 호소하고 요구했지만 끝내 묵살당하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본격적으로 점화되었으며, 노조역사 또한 전태일 열사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각종노조단체가 생겨나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 요즘 거대하고 비대해진 민노총이나 금속노조 등의 행태를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세력의 주도적 역할을 했기에 우리가 뭉치면 대통령도 바꿀수 있다는 오만과 착각 때문일까?
경제손실도 어마어마하다.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조가 세계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파업을 많이 벌이며 이로 인한 노동력손실이 일본의 600배가 넘는다고 한다. 해외의 큰손 기업가들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도 노조때문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 체감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고 한다. 반도체 업종의 호황과 철강, 자동차 등 몇몇 주력업종이 아직까지는 국가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중국의 급속한 추격과 미국을 필두로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 아래 우리나라 경제에 언제 또 위기가 닥쳐올지 모를 일이다. 엄중한 이 시기에 이젠 정말 노사가 서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끊임없이 대립하는 비생산적인 노사관행은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사가 화합해야만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킬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경제의 경쟁력이 되어 어떤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이겨낼수 있기 때문이다.
엘빈 토플러의 예언대로 현대사회의 권력이 대중에게로 급속히 이전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주는 자와 받는 자,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수직체계로만 볼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 상호보완적이고 동반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노사불이의 의미처럼 회사와 노동자는 객체가 아니라 단일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대조직이 되어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노조단체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조원이기 전에 먼저 국민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여러국가들이 선진국 문턱에서 사회적 불안과 극심한 노사분규로 주저앉은 경우가 많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5000년 중에 가장 융성하고 있다. 반만년을 가난하게 살다가 이제 겨우 먹고살만하게 된 것이 몇십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중요한 시기에 신뢰를 바탕으로 노사가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여 이 나라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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