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을 노래한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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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을 노래한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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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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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루트비히 판 베토벤

 -천국을 음악으로 표현한 명곡, 합창 교향곡
 천국이란 있을까? 있다면 천국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착한 사람이 죽어야 비로소 갈 수 있는 곳, 천국은 인간에게는 미지의 세계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베토벤은 천국의 모습을 음악으로 생생하게 표현하였는데, 바로 9번 ‘합창교향곡’이다.
 교향곡(Symphony)은 흔히 관악기, 현악기 등이 중심이 된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악기 연주로만 전달되어서 그런 것인지 교향곡을 감상하는 사람마다 똑같은 곡을 달리 해석하기도 하고 느낌도 천차만별 일 수 있다. 철학으로 비유하자면 교향곡은 ‘형이상학’이라 할 수 있고, 미술로 치자면 ‘추상화’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베토벤은 천국 즉 ‘낙원’의 모습을 그리면서 감상하는 사람마다 멋대로 상상하게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관현악단 위주의 교향곡의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합창단이 직접 노래를 불러,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함으로써 ‘천국’의 모습이 사람들마다 제멋대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닌 절대적인 하나의 명확한 모습으로 사실화를 그려놓았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4악장에서 울려 퍼지는 ‘천국’의 모습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창조주 주님이 계시다는 점, 둘째, 세계 만민은 형제라는 것이다. 이것이 베토벤이 그의 인생 최대 걸작인 합창 교향곡을 통해 인류에게 알려준 ‘낙원’의 모습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창조주, 유일신이 존재함으로써 인류는 비로소 형제, 자매가 될 수 있다. 무신론, 다신론의 세계에서는 인류가 결코 한 가족일 수 없으며, 끊임없는 대립과 반목, 다툼과 전쟁의 소용돌이 속의 지옥에 갇히게 된다. 그래서 베토벤은 천국의 조건을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창조주에 대한 믿음은 결국 인류를 형제, 자매로 서로 사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청력을 잃은 베토벤이 그린 천국의 소리
 베토벤은 20대 중반에 청력을 잃기 시작해 자살도 결심했고 그의 사랑도 이루지 못했다. 그 후 수십 년이지나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1817년)에는 그의 청력은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작곡을 하기에 귓병도 심각했지만, 기관지와 소화기관의 병으로 심한 고통을 받고 있던 시절이었다. 당시 그는 건강상의 문제와 더불어 아들처럼 키웠던 조카 칼(Karl van Beethoven)의 양육권을 두고 제수씨와 법정 투쟁을 하고 있었다.
 아마 이 기간이 그의 인생에서 최악의 시절이었을 것이다. 무엇을 해도 어떤 일을 해도 안 되는 상황에 음악을 통해 그는 신을 찾고 의지 하지 않았을까? 귀가 들리지 않는 어둠의 상황 속에 신을 의지하며 환희와 승리의 처절한 몸부림을 만들어낸 것은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역경을 이겨낸 값진 인생승리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은 독일의 시인 쉴러의 ‘환희에 부침’이라는 시를 사용하여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약30여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다. 초연은 1824년 5월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공연되었고 연주시간은 4악장 모두 1시간 10분이 소요되었다. 귀가 들리지 않았던 베토벤은 지휘가 불가능하였기에 ‘미하엘 움라우프’와 함께 2명의 지휘자가 이날 초연하였다. 이 당시 베토벤의 귀는 거의 청력을 상실하였기에 그에게 지휘봉을 잡게 한다는 것은 공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일과 같았다. 베토벤은 그저 현악 주자들의 활의 놀림을 보며 곡의 진행을 파악하고 있었고 마지막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성악과 관현악의 소리도 듣지 못해 곡이 끝났는지 어쨌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알토 독창자였던 ‘카롤리네 웅거’가 베토벤의 옷자락을 잡아끌며 청중석 쪽으로 몸을 돌리게 하여 마지막 공연진행을 도왔다. 그제야 베토벤은 박수치며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연주가 끝났음을 알게 되었다. 이날 첫 공연 때 빈의 청중은 다섯 번의 ‘기립박수’로 화답하였는데 당시 오스트리아 황제부부 입장 때의 기립박수 3회라는 전통관례로 보면, 귀족도 아닌 일반 평민 음악가에 기립박수 5회였다는 사실은 관례를 깬 파격적인 성공이었다.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은 다른 모든 교향곡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어있을 만큼 이 작품은  처음 시작부터 완성까지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동안 그의 인생 역작을 만들었다. 단순히 오랜 기간 동안 만들어서 대작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베토벤의 인생 전반에 걸쳐 만들어진 작품이라 그의 음악전반에 걸친 최종 창작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의 인생철학 독특한 말년기의 최종 완성된 창작스타일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9번 교향곡은  대작 중의 대작이 되었고 그에게는 대표성의 갖게 되는 작품이 되었다.
 ‘합창’ 교향곡은 곡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감동 드라마다. 그의 음악은 침묵과 한 점의 빛도 없는 칠흑같이 어두운 암흑이다. 그러나 음악이 시작되고 처음엔 미약하지만 이내 작은 빛 들이 모여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든다. 벅찬 감동 속에서 웅장한 클라이맥스가 나타나고 미움과 갈등, 대립과 전쟁으로 처참하게 파멸 직전의 모습에서 위대한 창조주를 외치며 그 속에서 모든 이들은 서로 껴안고 사랑해야 할 형제, 자매라는 것을 깨닫고, 환희에 가득한 인간은 위대한 창조주를 외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합창 교향곡을 감상해 보자.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고, 2019년 새해를 희망차게 시작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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