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 속 흐릿한 기억의 흔적들
  • 이경관기자
화폭 속 흐릿한 기억의 흔적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9.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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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갤러리 라우, 8~26일까지
‘오인섭 초대 개인전’ 개최
흙으로 그려진 작품 선보여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형상과 소멸에 대해 이야기한 전시가 있어 화제다.
 경주 갤러리 라우는 8~26일까지 ‘오인섭 초대 개인전’을 연다. 오인섭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우리 삶의 형상과 소멸, 생겨나는 것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명 우리의 삶이었으나 꿈결처럼 먼 곳에 존재하는 기억들, 그러한 기억들은 갑자기 뚜렷한 상으로 떠오르기도 하고 또 다른 기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는 과연 우리 삶에 대해 얼마만큼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
 오인섭의 화폭 속에는 흙으로 그려진 기억의 흔적이 있다.
 뚜렷하게 맺히는 상과 아련히 멀어지는 희미한 빛,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와 무생물체는 흙에서 오고 흙으로 간다.
 우리에게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육체를 상징하는 한줌의 흙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유일한 확신의 재료로 불확실한 우리 삶의 흔적들을 그려낸다.
 많은 것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지만 결국엔 한줌의 흙으로, 실존으로 화면에 남고 우리 기억에 의존한 불확실한 삶을 유일하게 증명해준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곳의 물 냄새를 기억하고 먼 바다에서 산란 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하지만 물의 냄새를 기억한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생겨나는 기억들과 사라지는 기억들을 안고 불확실한 삶을 살지만 우리의 기억조차도 지울 수 없는 근원적인 그리움과, 그 대상을 알아보는 본능을 가지고 산다.
 오인섭의 작품 속에는 우리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의 형상과 상이 있는가 하면 아득히 멀어지는 흐린 불빛이 있다.
 그 모두는 추상적인 형태를 띈,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모두를 상징하는 기호이자 도상이다.
 아득하지만 고스란히 흙으로 만져지는 그 상들은 연어가 물 냄새를 기억하고 고향으로 되돌아가듯이 우리의 의식을 태어난 본래의 근원적인 곳으로 이끌어준다.
 오인섭 작가의 작품은 섬세하고 절제된 흙의 매력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그의 작품은 어두운 느낌을 주는 것도 있으나 ‘생각의 날개’의 경우 노랑과 밝은 연두색 느낌을 주는 등 아주 맑고 경쾌한 이미지도 표현하고 있어 흙이 갖고 있는 색깔의 다양성에 놀라움을 갖게 된다.
 오인섭 작가는 작가의 노트에서 “내 작품은 오두막엔 봄, 여름, 가을…. 꽃들이 발을 세워 걸어야 할 만큼 피어난다. 나는 꽃들 하나하나를 만지면서 이야길 한다. 언뜻 바지를 끌어 당기는 느낌이 들어 뒤돌아 바라본다. 꽃밭에는 정령이 살고 있다. 난 꽃들의 이야기 정령과 나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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