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몽골,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몇 개 국가들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는 등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임박한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격 방중(訪中)해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김 위원장은 방중 둘째 날인 지난 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네 번째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제재 완화와 한반도 비핵화 등과 관련한 사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중국이 무역, 인권 등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김 위원장을 초청한 배경이다. 현재 베이징에서 미중간 무역협상이 열리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지렛대로 활용해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미는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를 거듭해오다 최근 들어 의견차를 조금씩 좁혀가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비핵화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고 나섰다. 지난 6일 “대북제재는 여전히 유효하고 우리가 몇몇 매우 확실한 증거(some very positive proof)를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기존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이라는 표현에서 한 발 후퇴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북한이 확실한 증거 몇 가지를 제시하면 제재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긍정적 신호가 감지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열린 북중정상회담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으로부터 어떤 선물 보따리를 받고 귀환할지, 또 그것이 미국에 대한 구애를 약화시키지나 않을지 우리로서는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해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항상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북미간 접촉을 항상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까지 말처럼 그렇게 해왔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6월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난 이후 미국을 향한 태도가 크게 달라진 점을 감안하면 그들이 결코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만은 아닐지 모른다. 북한이 비핵화를 놓고 미국과 대담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도 뒤에 중국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시작으로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본격 막을 올렸다. 북중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상외교에서 북한 비핵화와 남북 경제협력 등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