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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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여름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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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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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의 러시아기행11

[경북도민일보] 러시아 북방의 문화와 예술의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코스가 있다면 아름다움의 절정, 바로 여름궁전이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서쪽으로 29km 거리에 있는 페테르고프에 있는 러시아 제국 시대의 궁전인데 페테르고프 궁전이라고도 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황제들의 궁전이 여러 곳에 있다. 그 중 한 장소가 여름궁전이다. 여름궁전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한 표토로 대제의 명령으로 건설되었다. 이곳은 핀란드만을 마주보면서 수많은 분수와 아름다운 정원, 여러 가지 조형물로 만들어졌는데 그야말로 여름에는 지상천국이다.
지금은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쓰이는 겨울궁전에 대비해 여름에 지내는 궁전이다. 궁전 앞에는 핀란드만이 보이는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고 ‘분수의 궁전’, ‘러시아 분수들의 수도’라 불릴 정도로 60개가 넘는 분수가 가득한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분수에는 모두 의미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분수는 정중앙에 위치한 삼손의 분수다. 이 분수를 자세히 보면 한 남자가 사자의 입을 찢는 조형을 볼수 있다. 이것은 러시아가 스웨덴을 상대로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상징하는데 그 수도가 상트 페트르부르크다. 분수가 가동을 중단하는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풍경이 을씨년스럽다고 한다.
여름궁전으로 가는 방법은 세가지다. 평범하게 버스나 택시를 타고 갈수도 있고 기차를 이용해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는 길도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길은 역시 바다에 접한 궁전답게 상트 페테르부르크 해군성 앞 부두에서 타면 고속정으로 30~40분 걸린다. 배를 타고 가는 것은 5월부터 9월까지만 운행한다고 한다. 유람선을 타고가면 주변의 바다에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전경을 전망할 수 있다. 선착장에서 내리면 핀란드만이 보이고 러시아 국기가 펄럭인다.
구름 속에 햇빛이 비친다. 잘 다듬어진 나뭇길, 정교한 정원은 여름궁전이 가진 절대적인 매력이고 아름다움이다. 

여름궁전에 내리자마자 그 아름다움에 압도되었고 공원의 크기에 주눅이 들었다. 갑자기 인간의 초라함이 느껴졌다. 여름궁전의 정원은 프랑스 베르사유궁의 정원처럼 아름답다. 우리 일행은 전동차를 타고 한 바퀴 돌면서 중요한 포인트마다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
여름궁전은 느긋하게 산책을 하면 더 즐겁다. 운치 있고 낭만적인 숲이 우리나라의 남이섬을 닮았다. 이곳은 사과나무가 이색적이고 봄에는 튤립이 환상적이라고 한다.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은 크게 윗 정원과 아랫 공원, 대궁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18~19세기의 궁전과 정원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황제들이 사용하던 여름별궁이다. 100ha가 넘는 부지를 대제가 직접 설계는 물론, 건물과 분수들의 위치까지도 정했다고 한다. 다양한 분수들은 강력한 러시아 절대주의의 생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폭격과 약탈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소비에트 정부가 종전 직후인 1945년부터 재건 사업에 착수해 복원하는 데 30년 이상이 걸린 이곳은 1990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여름궁전은 마치 사람이 만든 궁전이 아니라 신이 만든 궁전 같았다. 자연이 만든 예술, 예술이 만든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었다. 유람선으로 돌아오면서 자꾸만 여름궁전을 바라보았다. 아름답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자연은 쉽게 아름다움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만들고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아름다움은 열려 있다는 것을 이곳 여름궁전에서 느낀다.
여름궁전에서 잠시 현실을 잊을 뻔했다. 이곳은 분명 현실인데 현실을 초월하는 그 무엇이 발걸음을 붙잡는 것 같았다. 러시아의 아름다움은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이었다. 숲이 주는 매력은 그 어디엔가 아름답고 비밀스런 요정이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 여름궁전이 그런 분위기였다. 바다를 배경으로 고풍스럽게 만든 여름궁전의 매력은 역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에게 더 아름다웠다.
이곳 러시아는 자연이 주는 위대함과 그 자연 속에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성이 결합하여 또 하나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가 인간이 겸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다. 갑자기 이곳에서 설탕을 넣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원두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그 원두커피는 또 하나의 추억이 되어 오래 동안 그리움으로 남을 것 같았다.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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