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과 글의 아름다움,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길”
  • 이경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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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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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규·이정옥 교수 부부
▲ 이상규(왼쪽) 교수·이정옥 교수.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오래 함께 세월을 한 부부는 그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두 사람의 얼굴에 남는다. 닮아버린 부부의 모습은 굽이굽이 인생길을 함께 잘 걸어갔다는 일종의 징표다. 여기 웃는 모습마저 닮은 한 부부가 있다.
 이상규·이정옥 교수 부부. 이 부부는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로, 제자를 가르치는 스승으로, 그리고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가꿔가기 위해 때로는 함께 때로는 따로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각각 경북대와 위덕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이들 부부에게 지난해 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부부의 저서(이상규 ‘명곡 최석정의 경세훈민정음’과 이정옥 ‘주해 악학습령’)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18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된 것.
 최근 이 부부를 만나, 세종도서 선정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지난 삶의 흔적을 찬찬히 돌아봤다.
 
 - 부부의 도서가 함께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됐다. 소감은.
 이상규 : 이번에 선정된 책은 학술적으로 의미가 깊다. 내 책인 ‘명곡 최석정의 경세훈민정음’은 국민과 소통한다는 세종의 경영 철학이 담긴 ‘훈민정음’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또 이정옥 교수의 ‘주해 악학습령’은 현전하는 최대의 작품을 수록한 필사본 1책 가곡집으로 책 자체로 상징성이 있다.
 이정옥 : 남편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학자다. 그런 학자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음에 기쁘다. 우리 부부의 책은 일반적인 도서라기보다 학술서로 우리와 같이 학문을 연구하는 이들이 많이 보는 책이다. 학술서인만큼 어렵긴 하지만, 우리의 언어와 우리의 문학의 원형인만큼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규 교수의 ‘명곡 최석정의 경세훈민정음’은 어떤 책인가.
 이 책은 훈민정음을 본격 연구한 조선 후기의 학자 명곡 최석정의 ‘경세훈민정음’을 현대어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명곡은 숙종조에 8차례나 영의정을 지낸 대학자이자 선비로 임병양란과 인조반정 이후 피폐해진 조선, 흔들리는 왕권을 굳건히 보위한 훌륭한 정치인이다. 특히 세종 이후 조선시대 각종 학문 연구의 중흥을 이끌어냈다. 명곡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이후 거의 350여 년간 중단됐던 훈민정음 연구가 새롭게 재개됐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명곡의 경세훈민정음은 세상을 경영하는 즉 국민과 소통하는 세종의 경영 철학을 이어가는 동시에 과학과 문학, 역학 등 모든 학문을 융합하는 ‘세종 사상으로의 회귀’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이정옥의 ‘주해 악학습령’은 어떤 책인가.
 ‘주해 악학습령’은 누대에 걸쳐 완성된 조선 최대 가곡집이다. 병와 이형상이 수집한 가곡집 자료를 기초로 병와의 6대손인 운관 이학의가 완성한 시조집이다. ‘악학습령’ 원전은 단권 필사본으로 총 1109수의 시조가 수록돼 있다. 유명씨 작품이 595수, 무명씨 작품이 514수이며, 수록 작가는 175명이다. 서두에 ‘악곡명’, ‘오음도’, ‘금보초록’과 ‘작자목록’이 실려 있으며 본문에 해당되는 시조 작품은 악곡에 따라 분류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두 분은 각자 방언연구와 내방가사 연구에 몰두해왔다. 이에대해 묻고 싶다. 먼저 이상규 교수님은 평생 방언 연구에 몰두해왔다. 방언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지금 한국어 어문 규범의 뼈대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제정한 그대로다. 당시 일본은 도쿄 말을 표준어로 했는데, 조선총독부도 서울 중류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표준어로 정했다. 표준어란 용어 대신에 ‘대한민국공통어’로 바꿔야 한다. 일본은 이미 1943년 표준어 정의의 문제점을 인식해 다수의 사람이 쓰는 ‘공통언어’를 표준어로 정한다고 고친 바 있다. 애초 방언이 모여 표준어가 형성되기 때문에 방언 연구가 중요하다. 표준어 발전을 위해서라도 방언 연구를 해야 한다. 국어는 최근 한류에 흐름에 따라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중심 매개체다. 어떤 말이든 말과 글은 다양하고 귀중한 지적 정보를 지니고 있다. 서울과 변두리라는 개념은 현대와 맞지 않다. 인간 삶의 흔적이 묻어있고 고유한 지식이 담긴 ‘언어의 다양성’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 이정옥 교수님은 평생 내방가사 연구에 집중해왔다. 내방가사가 중요한 이유는.
 내방가사는 억압돼 있던 조선의 여성들의 일종의 해방문학이다. 18세기 이후 경북의 사대부가의 여성들은 한글을 익혀 가사를 짓고, 베끼고, 읽는 독특한 문학 향유의 전통 ‘내방가사’를 만들었다. 경북의 여성들은 가사와 제문과 편지글들은 베껴 수많은 글들을 재생산하고 유통했다. 조선조 후기에는 일반민에게도 확산됐다. 필사 전통 못지않게 기억의 재생산으로 전승되는 낭송의 전통도 경북 여성들이 창조해낸 독특한 문학 향유방식이었다. 내방가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21세기 현재까지도 강한 전승력을 가지고 향유돼 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집단 여성문학’은 경북 여성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이는 여성문학의 세계사적 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현재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내방가사를 세계기록문학유산과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방가사는 많은 콘텐츠를 갖고 있다. 경북도와 각 지자체에서 내방 가사 속 이야기를 잘 살려, 지역을 대표하는 스토리로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이상규 : 2월에 퇴직을 앞두고 있다. 평생을 국어연구와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에 집중해왔다. 누군가는 이제 쉬라고도 하지만, 세상 떠나면 평생 쉴 인생, 그것보다 내게 남은 많은 지식을 많은 분들에게 전하는 일을 하고 싶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한글이 뛰어난 언어임을 인식하고 우리 스스로 주체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정옥 : 나는 아직 퇴직까지 몇년의 시간이 있다. 그동안 학생들 속에서 함께 가르치고 또 공부하는 삶을 이어갈 것이다. 퇴직을 한 뒤에는  남편과 생각이 비슷하다. 아카데미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내방가사와 삼국유사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거리를 전하고, 우리 전통문학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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