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찾은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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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찾은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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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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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로시니

 활을 쏘는 궁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혹자는 서양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로빈 후드’가 연상될 것이다.
 아들의 머리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을 쏘아 맞추는 이야기는 동화책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단골 스토리이다.
 이런 이야기가 클래식음악 오페라 장르에서 만들어져 유명하게 된 작품이 있는데 바로 이탈리아의 작곡가 ‘롯시니’의 오페라 작품 ‘윌리엄 텔’이다.   
 많은 사람들이 ‘윌리엄 텔’을 실존인물로 알고 있지만 가상인물이다.
 또한 ‘윌리엄 텔’과 ‘로빈’ 후드의 스토리가 거의 같아 윌리엄 텔의 이야기가 로빈 후드의 무용담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로빈 후드는 장궁을 사용하였고 윌리엄 텔은 석궁을 사용하였다고 묘사가 되었을 정도로 이야기는 비슷하기는 하나 서로 다른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윌리엄 텔’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서양의 구전 설화이다.
 설화 연구자 ‘세이바인 베어링 구드’에 의하면 이러한 비슷한 이야기는 유럽의 한 지역에서만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페르시아 지역에서부터 유럽 전역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설화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설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스위스의 ‘윌리엄 텔’이라는 설화이고, 당시 독일의 대 문호 ‘괴테’는 친구인 독일의 시인이자 극작가 ‘프리드리히 폰 실러’에게 극의 내용과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윌리엄 텔’이라는 희곡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로시니에 의해서 1804년에 독일 바이마르에서 오페라가 공연되었다.
 
 -프랑스 혁명 정신을 불태운 로시니 
 오페라의 내용은 간단히 전하자면 이렇다.
 스위스가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를 받을 당시 영주인 ‘헤르만 게슬러’는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한 충성심의 표시로 저자거리에 긴 창대를 세우고 자신의 모자를 걸어 오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강제로 절을 하게 하여 예를 표하게 하였다.
 ‘윌리엄 텔’이 모자에 경례를 하지 않자 영주 ‘헤르만 게슬러’는 그를 즉시 체포해 사형에 처하려 하였지만 윌리엄의 명성과 그 자신의 약점으로 그를 쉽게 죽일 수 없어, 윌리엄 텔의 어린 아들 ‘발터’의 머리에 사과를 얹어놓고 화살로 사과를 맞히면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그를 벌하려하였다.
 하지만 ‘윌리엄 텔’은 그 시련을 이겨내고 사과를 명중시켜 아들을 살려낸다. 영주는 윌리엄 텔이 숨겨놓았던 두 번째 화살이 자신에게 조준하였던 이유로 다시 체포하지만, ‘윌리엄 텔’은 감옥으로 압송되는 중 탈출하고 마침내 ‘게슬러’를 자신의 두 번째 화살로 쏴 죽인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인해 스위스의 농민들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영주들의 폭정에 반항하며 폭동이 일어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황제가 조카에게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리하여 합스부르크 왕가는 물러나고 스위스는 드디어 독립에 성공한다! 라는 이야기이다.
 작품의 주제는 스위스의 자유 독립 정신을 기리는 내용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윌리엄 텔’의 이야기는 그의 아들 머리 위에 올려진 사과를 활로 맞히는 장면만 기억하지 왜 ‘윌리엄 텔’이 아들 머리 위에 있는 사과를 맞혀야만 했는지 내용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리가 오페라 전체를 감상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 내용을 미리 알고 ‘윌리엄 텔 서곡’만이라도 짧게 감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10분이 넘는 긴 서곡을 감상해보면 이야기의 내용과 음악이 딱 맞게 떨어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10여분의 감상이지만 마치 ‘윌리엄 텔’의 영화 한편을 감상한 듯 음악을 통해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텔’ 의 ‘서곡’을 감상해보면 경쾌하게 들리는 기마병의 말발굽소리를 연상시키는 멜로디가 압권이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멜로디일 것이다.
 오늘날에는 ‘윌리엄 텔’ 전체를 공연하기보다 서곡만 따로 자주 연주되는데 곡 중 말발굽소리를 듣자면 왜 이 서곡만 따로 연주되는지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로시니의 작품 중에서 뒤늦게 유명세를 몰았던 작품이다.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인기가 없었는데 유독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유를 원했던 파리 시민들이 프랑스혁명을 일으키고 ‘윌리엄 텔’이 갖고 있는 독립의 내용이 프랑스 국민들의 정서에 딱 맞아떨어져 이 오페라가 유명해질 수가 있었다고 한다.
 
 -유쾌하고 엉뚱한 천재 작곡가
 로시니는 ‘윌리엄 텔’을 마지막으로 작곡하고 37세의 나이로 음악계를 은퇴했다.
 아마도 음악 역사상 가장 일찍 조기 은퇴한 천재 음악가 일 것이다.
 여러 가지 뒷이야기가 있지만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급변하는 파리 시민의 정서와 태도에 실망을 했고 경쟁 오페라 작곡가인 ‘자코모’의 파리에서의 성공이 그의 질투심을 자극했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그는 은퇴 전에 많이 벌어놓은 돈으로 여생을 편안하게 살 수 있었고 가끔씩 음악 소품을 작곡 한 적은 있으나 음악과 전혀 다른 요리에 관심이 많아 요리책을 집필하기도 하였고 고향인 이탈리아 볼로냐의 음악원 교장으로 제직하였다.
 로시니는 굉장히 유쾌하고 엉뚱한 성격의 소유자다.
 로시니의 성격이 잘 설명이 되는 그의 일화를 소개해본다.
 어느 날 로시니와 경쟁자 관계에 있었던 ‘마이어베어’라는 작곡가가 아침에 작곡을 시작하려고 피아노 앞에 막 앉았는데 창밖에서 거리의 악사가 수동으로 돌리면 소리가 나오는 손풍금을 연주하고 있었다.
 때마침 연주되는 음악은 경쟁오페라 작곡자 로시니 오페라 ‘세발리아 이발사’에 나오는 유명한 멜로디였다.
 한두 번으로 연주가 되던가. 아님 다른 곳으로 가서 연주를 하던가 하면 그냥 넘어갈 일이 텐데 하필이면 자신의 집 앞에서 로시니의 음악만 계속 무한 반복 연주가 되었다.
 소리를 견디다 못한 ‘마이어베어’는 창밖의 악사에게 큰소리로 제안을 하나 하였다.
 “여보시오! 내가 당신에게 5프랑을 줄 테니 로시니의 집 앞에 가서 내음악의 유명한 멜로디를 한 시간만 반복해서 들려주지 않겠냐?”라고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을 들은 거리의 손풍금 악사는 주저 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건 곤란합니다. 댁의 창 밖에서 로시니의 음악을 계속 연주하라고 로시니가 10프랑을 주셨으니 나는 당신 집에서 계속 연주를 해야 됩니다!”  
 프랑스의 대 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이탈리아의 대표 오페라 작곡가 로시니, 도니체티, 벨리니의 오페라에 대해 이렇게 악평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들은 식당 주방에서 마치 요리를 하듯 즉석에서 오페라를 만들어내지! 아무런 생각이 없이 먹기만 하면 금방 소화가 되는 오페라라고 할까?” 이 말을 들은 로시니는 ‘베를리오즈’에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프랑스의 오페라는 포도주와 같아서 서곡이 끝나기도 전에 술이 취해 오페라의 막이 오르면 금세 잠이 들어버린다니까!”라고 응대했다.
 이렇듯 로시니는 질투심도 강하고 익살스럽고 유머가 많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천성이 게으른 것은 아니지만 낙천적인 성격이 있어 항상 일을 미루어 한꺼번에 벼락치기 하는 스타일이었지만 그의 천재적 유쾌함은 그의 모든 음악에 로시니만의 음악으로 잘 표현되어있다.
 한편, 로시니는 뚱뚱한 비만의 체형이나 익살스럽고 재미난 성품과는 상반되게 미신을 아주 믿었다.
 그는 13이라는 숫자를 싫어했고 설상 13일의 금요일에는 하루 종일 일도 하지 않고 침대에서 누워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로시니가 사망한 날은 1868년 11월 13일 그가 가장 공포스러워 했던 13일의 금요일이었다.
 로시니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겠지만, 삶이 고단하고 지쳐서 막다른 골목에 몰려 헤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사회생의 ‘유레카’를 선물하는 고마운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방법이 없으면 ‘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그게 혁명정신이다.
 판을 갈아엎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갖는 것일 수 있고, 거시적으로는 독재자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로시니의 음악은 자유로운 나 자신을 찾는 음악이 될 수 있다. 특히 ‘윌리엄 텔’을 감상하며 자신의 기백과 기상을 세울 수 있는 행운을 가져보시길 권해본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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