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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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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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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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경북도민일보] 새는 하늘을 날아야 하고 고라니는 산천을 뛰어다녀야 한다. 있을 곳에 있을때 가장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가진다.
우리 모두는 후회와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은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대로 살아 구축되어진 형상이다. 이런 지금의 모습에 어떤이는 낙심하고 또 누군가는 흐뭇해 할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의 모습이 과거로부터 생성되어진 결과물이란 사실이다.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들어도 지금있는 자리는 바꿀수 없다. 받아들일수 밖에 없는 절대상태이다. 이 결과물은 과거와 현재의 모든 상황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미래의 갈망을 구축해 나갈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산을 헤매다 집에 돌아와 옷이며 양말을 벗으니 흙먼지와 낙엽부스러기들이 거실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산에 갖다오면 집에 들어오기전에 밖에서 옷 좀 털고 들어오라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며 나는 피곤한 몸을 일으켜 방바닥을 쓸고 닦았다. 비록, 모든 생명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삶의 원천이 되는 흙이지만 있을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치워야 했던 것이다.
연못 속에서 연분홍 빛깔 늘씬한 몸을 여인의 교태처럼 살래살래 흔들며 헤엄치는 고운 비단잉어가 만약 이불속에 있다면 비린내나는 더러운 것이 왜 여기 있냐며 소스라치게 놀라 집어던지고 말 것이다. 아름다운 물고기가 본래 혐오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적합한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명을 길러내는 흙이 방바닥에서는 닦아내야 할 이물질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국토의 6분의 1이나 되는 면적이 바다보다 낮아 둑을 쌓아 바닷물을 막고 간척해 만든 땅 네덜란드, 대부분 목초지나 농지 뿐이던 외진 곳에 전염병으로 일찍 부모를 여윈 가난한 소년이 있었다. 남은 혈육은 연로한 할아버지 뿐이었다. 끼니조차 연명하기 어려웠던지라 할아버지는 있는 힘을 다해 일을 했지만 손자를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시킬수 있었다. 자신이 죽으면 황량한 땅에 홀로 남겨질 손자를 늘 걱정하던 할아버지는 고민 끝에 기회의 땅 미국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간신히 여비를 마련해 손자를 떠나 보내면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곳에 가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네가 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라. 그러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그 소년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길거리 가판대에서 신문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소년은 외롭고 고독한 이국 땅에서 항상 할아버지가 해주신 마지막 말을 되뇌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금 내가 선 이 자리에서 최선은 무엇인가” 고민하던 소년은 틈만나면 주위의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주웠다. 나중에는 신문 파는 자리 근처와 주변까지 빗자루로 깨끗이 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주변 사람들에게 매우 성실한 사람이라고 인식됐고 “이왕 신문을 살 바에야 성실한 이 소년에게 사주자”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서너달 뒤에 소년의 신문판매량은 다른 사람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월등히 많았다. 돈을 꽤 모은 그는 그것을 발판으로 해 공부를 했고 어느 출판사에 허드렛 일을 하는 말단직원으로 취업했다.
그곳에서도 그는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란 말을 되뇌이며 출판사의 모든 일을 자기일처럼 돌보아 신임을 얻게 되어 사원, 판매 부장, 경리 부장, 편집국장, 지배인, 사장 사위, 마침내는 사장이 됐다. 이후로도 그는 어디를 가나  성실성으로 두각을 나타내었고 훗날  모든 미국인이 다 아는 유명한 저널리즘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바로 세계적인 아메리카의 잡지 편집자 보크이다.
사람은 보통 어려운 지경에 처하면 운명을 원망하고, 지나간 일을 한탄하며, 세상에 대해 불만을 품는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이 개선되는게 아니라 반대로 더욱 악화된다. 그러므로 어떤 아픔과 후회가 있든지간에 현재 있는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선을 다한다는건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정성을 다하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보응이 따른다. 처음엔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힘겹게 한 계단씩 오르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면 세상이 알아주고 도와준다. 미국의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스콧도  “혼자 힘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 했듯이,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자리에 있던 현재의 자리에 충실했기에 알게모르게 많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사실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을 누가 믿어주고 도와주려 하겠는가?
물론, 지금의 자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한다는게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그것은 견고한 의지와 인내, 피나는 노력이 요구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보에 있어 다른길은 없다.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때가 이르지 않았거나 놓쳤거나의 문제가 아니다. 직시이며 직면이다. 남은 인생은 항상 오늘로 부터 다시 시작된다.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잠겨있던 꿈의 미래를 여는 가장 확실한 열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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