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의 대추나무 사랑 마침표를 찍다   
  • 경북도민일보
17년간의 대추나무 사랑 마침표를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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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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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극본 최장 집필 양근승 작가
 
 17년간 드라마의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한 회도 빠짐 없이 대본을 쓴 대기록을 남기게 된 작가가 있다. 오는 10일 852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KBS 1TV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양근승(72) 작가이다. 1990년 9월 첫 방송 이후 여러 번 출연진과 연출자가 바뀌었지만 그만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1961년 KBS 신춘방송극본 최우수상으로 방송계에 입문한 현역 최고령 작가.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17년 집필도 국내 드라마 사상 최고 기록이다.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촬영지인 충북 진천에 머물고 있는 양 작가를 전화를 통해 만났다. 수화기를 통해서는 7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힘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독감 한번 크게 앓은 적이 없다”면서 “건강하지 않으면 이렇게 오래 못쓴다”는 그에게 먼저 17년간 써내려 온 대본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은 소감을 물었다.
 “다른 드라마는 6~7개월이면 끝나는데 이번에는 17년이 넘었잖아요. 항상 다음 회에 대한 굴레 속에 있었는데 마지막 원고를 쓰면서 다음 소재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홀가분하고 주위를 돌아볼 여유도 생깁디다. `이제 정말 무거운 짐을 벗는구나’라는 마음과 17년을 해온 작품을 끝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반반이에요.”
 17년간 대본을 쓰면서 스스로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역사가 된 양 작가. 그오랜 시간 그의 마음을 흔들리지 않고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걸어 놓은 힘은 무엇일까.
 “852화가 마지막회인데 돌아보니 중복되는 부제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내 자신도 `내가 대단한 기록을 남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정말 준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왔죠.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변하면서 병들고 시들어가는 우리의 미풍양속을 움켜쥐려는 사명감이 큰 힘이 됐습니다.”
 물론 돌아보면 17년을 바친 작품에 대한 큰 애정만큼 아쉬움도 있을 터이다. “좀 더 열심히, 잘 썼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내 자신에게 있고 농민들의 아픔과 가려움을 제대로 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죠. 여기에는 정책적인 문제를 함부로 쓰지 못한 외부적인 요인도 있어요.”
 그는 이 작품을 쓰면서 농촌의 현실을 피부로 직접 느끼고 살에 와닿게 표현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으로 이사했다. 또한 촬영지인 충북 진천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대본을 썼다.
 “그동안 힘들고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또 남들이 볼 때는 `구닥다리’로 보일지 몰라도, 또 설사 농촌 사람들이 변했을지라도 내 드라마는 농촌의 옛날 정서에 초점을 맞추고 농촌 정서를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후속으로는 `산너머 남촌에는’이 방송된다. 농촌드라마의 바통을 넘겨준 양 작가는 또 다른 작품에 열정을 쏟을 계획.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가 끝나면서 농촌극이 없어진다면 정말 아쉽겠지만 다행히 새 농촌드라마가 시작하잖아요. 새 드라마가 잘되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이제`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씻어내는 작업을 한 뒤 새로운 소재로 드라마를 써야죠.” 17년, 한 작품을 이제 막 마쳤음에도 지친 기색은 커녕 식지 않은 열정만이 타오르고 있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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