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 줄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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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물려 줄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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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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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뉴스1]  얼마 전 26살 된 아들에게 투자 통장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어린이 펀드를 갖고 있었지만 계좌에 자산이 불어나는 것이 보이지 않아 정작 본인은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식계좌를 열고 모바일에서 모든 잔고를 볼 수 있게 바꾸었더니 투자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모바일을 통해 보유 펀드의 손익을 바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주식까지 거래를 자유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단 하루 만에 익혀버렸습니다.
 모바일에서 손익이 모두 나타나고 그 추세까지 볼 수 있으니, 당장 손실이 많이 난 펀드의 절반을 팔아 버리고 아마존과 항서제약 주식을 샀습니다. 아마존은 주당 가격이 180만원이 넘으니 한 주 사기도 힘들다고 투덜대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마존과 항서제약이 왜 좋은 지를 토론하는 가운데, 아들의 세상에 대한 관심의 지평이 갑작스레 넓어지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학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 가를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제가 투자통장을 만들어 준 것은 자신이 번 돈을 잘 관리해서 성장시키는 능력을 젊을 때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돈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 자산관리의 출발점이지만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축적된 돈을 효율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입니다. 이는 투자를 통해서 가능합니다. 하지만 투자는 수익과 손실이라는 양날의 검이므로 관리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 능력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젊을 때 투자통장을 만들어 그 안에 펀드, 주식, 채권을 보유하면서 자산관리를 연습해 보아야 합니다. 세뱃돈, 용돈,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을 모두 이 계좌에 집중하게 하고, 이 계좌를 평생 자산관리의 베이스 캠프가 되게 해주는 게 목표였습니다.
 왜 예·적금통장이 아닌 투자통장을 만들어주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산을 늘릴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은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천만원의 돈을 1%로 50년을 운용하면 1,640만원이 되지만 5%로 운용하면 1억 1,460만원이 되어 7배가 차이 납니다. 좀 더 길게 생각해보죠. 어떤 가문은 대대로 1%의 정기예금으로 자산을 축적하고 다른 가문은 5%의 투자자산으로 축적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10억원으로 시작했다고 하면, 100년이 지나면 전자는 27억원이 되는 데 반해 후자의 경우 1315억원이 됩니다. 장기적으로 투자의 프레임을 갖는 게 좋은 이유입니다. 어릴 때부터 투자통장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레 투자 DNA가 유전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투자는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상상력을 키워 줍니다. 저는 처음 중고차를 사서 거금을 들여 타이어를 모두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니 도로에 있는 모든 차들의 타이어만 보였습니다. 그 때 타이어에 적혀 있는 ‘225/55R 19’와 같은 숫자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투자를 하면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됩니다. ‘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게 투자입니다. 수 많은 기업들의 전쟁이 펼쳐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혁신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기업이라는 법 인격체가 어떻게 성장하는 지를 보게 됩니다. 논리의 고리를 이어 가는 생각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들 모두가 미래를 보는 통찰을 키워 줍니다.
 이런 반문도 가능합니다. ‘왜 하필 젊을 때인가? 나중에 돈을 벌기 시작할 때 알아서 판단하게 하면 되지 굳이 일찍 해줄 필요가 있냐’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처럼 일찍 시작하면 투자 습관을 들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돈을 벌 때는 손실이 두려워 투자를 꺼리게 되지만, 돈이 뭔지도 잘 모르고 부모로부터 받은 돈이 대부분일 경우 부담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를 합니다. 뭣 모를 때 경험을 하게 하면 좋습니다. 젊을 때 익히는 게 대부분 뭣 모르고 합니다.
 둘째, 투자는 적은 돈으로 오랜 기간 연습을 해야 합니다. 펀드매니저도 처음에는 펀드의 적은 돈을 맡아 운용하다가 익숙해지면 할당을 많이 받습니다. 투자는 1~2년 해보거나 책보고 공부 많이 한다고 해서 잘 하는 게 아닙니다. 자본시장을 많이 경험해봐야 합니다. 자산 버블이어서 주가가 턱 없이 오를 때도 혹은 어이 없이 주가가 폭락할 때도 경험해야 합니다. 싼 값으로 좋은 경험을 얻으려면 투자되는 돈이 많지 않을 때 수업료라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공부를 배울 때는 학원에 아낌 없이 돈을 내면서 투자를 배울 때는 손실이라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합니다. 투자 실력은 절대 공짜로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마지막으로, 20~25세 때 투자를 시작하면 소득이 많아지는 35~40세 즈음에 자산관리 능력이 생깁니다. 어느 정도 산전수전을 겪은 셈이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나이는 종자돈이 축적되어 있고 소득도 많아서 본격적으로 자산관리가 필요할 시점입니다. 효율적 자산관리가 필요한 때에 자산관리 능력이 생기기 시작하니 시기의 궁합이 잘 맞는 셈입니다. 이 때 탄력을 받으면 근로소득과 자산소득이 모두 증가하면서 총자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자산관리 능력을 익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승부는 이 시점에서 판가름 나게 됩니다. 장수시대에는 그 갭이 나이 들수록 커지게 됩니다.
 자녀에게 물려 줄 유산에는 생물학적 DNA뿐 아니라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DNA도 있습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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