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입춘이 코앞이라 하지만 새해 소망을 세우기엔 아직 늦지 않은 시간이다.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마치 미세먼지처럼 자욱하면서 새해 덕담을 잠재우는 우려의 소리도 크다.
신뢰를 자산이고 자본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신뢰가 그만큼 일의 진행이나 사회적 관계망을 제대로 구동하게 하는데 중차대한 요소이기에 그렇다. ‘신뢰가 모든 것이다’라는 단정은 이의가 없다. 신뢰 없이는 아무 일도 못한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신뢰는 자산이고 자본이다.
요즘처럼 언어가 범람하고 심지어 가짜뉴스까지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처에서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신뢰를 확보하는 어려운 과정이고 쉽지 않은 문제이다. 신뢰위기라는 말은 그만큼 신뢰가 땅바닥에 패대기쳐 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신뢰에 대한 성찰은 비단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었음을 옛글이나 성현의 말씀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한다.
無信不立이란 단어는 그걸 압축한다. 신뢰가 주춧돌이라는 의미 아니겠는가. 신뢰 없이는 뜻을 세울 수고 없고 한 뼘도 나아갈 수 없음을 지칭하는 말이다. 사실 신뢰는 퇴계사상의 기본 맥락과 통한다. 요즘 회자되는 퇴계가 즐겨 쓰던 박기후인, 춘풍추상이라는 글귀도 다름 아닌 신뢰를 얻기 위한 덕목인 것이다. 쏟아지는 말이나 표현에서 도무지 신뢰가 생기지 않는 것도 관점과 잣대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말하자면 자기에게 엄격하지 않고 남 탓만 일삼기 때문이다.
새해는 황금 돼지해이다. 아무리 복덩이 황금 돼지해라 해도 신뢰를 세우지 못하고 신뢰의 가교를 튼튼하게 하지 않는다면 설령 복이 축복처럼 내린다 해도 흩날리는 눈발과도 같을 것이다. 혼란스럽고 혼탁하기 조차하다.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고 마음을 공유하고 내통하기 어렵다. 아무리 소셜미디어가 사방팔방을 연결한다고 하더라고 공허함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신뢰기반이 약하기에 그렇다. 소통의 확장과 진정성 역시 그 기반은 신뢰이다. 그 기반이 내진설계처럼 든든할 때 불신과 갈등을 극복하는 처방이 가능해질 것이다.
2019년 화두를 신뢰라는 단어에 모으고 싶다. 인문정신의 진정한 회복이 필요하다. 비록 오래되고 옛것에 묻혀 있는 것일 수 있지만 묵은 서가와 활자에서 찾아낸 신뢰의 편린들을 갖고 사회에 작은 불빛을 비추고 싶다.
그냥 글자에만 머무는 신뢰가 아닌 일상에서, 소셜미디어에서, 사회와 국가 간의 협상과 거래에서 믿음을 주고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신뢰의 알파벳을 가지런히 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류에 너무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강줄기에서 너무 동떨어지지 않는 균형 잡힌 안목과 의지로서 잣대를 삼고자한다.
말과 글에서 그리고 관계에서 신뢰회복의 참된 2019년을 기약한다. 권영길 한국국학진흥원 인문정신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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