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이동통신사인가?
  • 손경호기자
자유한국당이 이동통신사인가?
  • 손경호기자
  • 승인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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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경북도민일보 = 손경호기자]  ‘늘리는 자’ 또는 ‘두드려서 펴는 자’라는 뜻의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악당이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여행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쇠로 만든 자신의 침대에 눕힌 뒤, 여행자의 키가 침대보다 작으면 여행자의 다리를 잡아당겨 침대에 맞추고, 침대 크기보다 크면 침대 크기에 맞도록 다리를 잘라 버렸다. 그래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자신의 기준에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강요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 2.27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황교안·오세훈 두 당권주자의 출마자격 논란을 보면서 ‘프로쿠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한국당 당헌 6조에는 피선거권은 ‘책임당원’에게만 부여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당규 ‘당원규정’ 2조2항은 책임당원이 되기 위해선 당비규정에 정한 당비를 권리행사 시점에서 1년 중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당에서 실시하는 교육 또는 행사 등에 참석해야 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현재 책임당원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황 전 총리는 한국당에 입당한지 한달이 채 안됐고, 오 전 시장은 2월10일에 당비를 납부해야 책임당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부에서는 오 전 시장의 경우도 이미 1월 22일부로 당원명부가 폐쇄됐기 때문에 출마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당헌·당규대로라면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은 이번 전당대회 출마가 제한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당헌·당규를 들어 당원이면 출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통합과 전진은 28일 논평에서 “피선거권과 관련해서 당 대표 최고위원 후보는 당원의 자격을,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와 지방선거 후보는 책임당원 자격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당규 9조와 10조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당규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제9조 ‘국회의원선거의 피선거권이 있고, 후보등록신청일 현재 당원인 자는 피선거권이 있다’는 규정을 당원 자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석은 다소 무리가 있다. 당내 서열이 가장 높은 당대표는 당원이면 출마가 가능하고, 서열이 더 낮은 국회의원 후보나 지방의원 후보는 당비를 3개월 이상 낸 책임당원만 된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설령 일부의 주장처럼 당헌상 안맞아도 당규에 위임했기 때문에 당규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더 어처구니가 없다. 당헌에 위반되는 당규는 당연히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을 위반한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과 다를바 없다.
 물론 두 사람이 책임당원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 최고위원회의의 의결로 책임당원 자격부여 요건을 변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유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9일 황교안·오세훈 두 당권주자에게 당대표 출마 자격을 주도록 책임당원 자격요건 변경을 비상대책위원회에 요청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자면, 당헌·당규 상 출마 자격이 있으면 굳이 자격요건 변경을 비대위에 요청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중앙당 선관위가 판단하기에도 현재 상황으로는 이들의 출마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113석의 원내 제1 야당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당헌·당규를 해석하는 것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무엇이 다른가?
 이제 공은 비상대책위원회로 넘어갔다. 다만 당헌·당규는 모든 당원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 이미 김진태·안상수·심재철·정우택·주호영 국회의원을 비롯 홍준표 전 당대표 등이 당대표 출마를 위해 뛰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위 결과가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이동통신사도 아니고 왜 장기 고객(오래된 당원)보다 번호이동 고객(신규 당원 및 복당자)을 우대하지 못해 안달일까? 참 알쏭달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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