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이번 일본 방문은 내 인생에서의 일본 첫 방문이다. 일본을 직접 보기 전에 생각하던 내 머릿속 일본의 이미지는 학교 일본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과 애니메이션에서 본 풍경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전차와 신칸센을 타고 조에츠시로 이동하면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깥풍경을 감상했다. 거리 곳곳에 자판기가 있고 애니메이션에서만 보았던 가옥형태와 마을모습이 한눈에 보였다. 어느 공터에서는 야구를 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니까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느낌과 익숙한 느낌이 동시에 들었다. 익숙한 것은 풍경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애니메이션을 자막으로 보기 때문에 포스터 등에 적혀있거나 귀로 들리는 일본어가 낯설지 않았다. 바로 해석할 수 있는 실력은 없어서 호기심에 틈틈이 포스터의 일본 가나를 읽고 나름대로 해석해보았다. 지역이나 드라마를 홍보하는 포스터도 있었고, ‘음주 후 폭행금지’와 같은 경고 포스터도 붙어있었다.
일본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다. 좋아하는 것에는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물품이나 일본작가의 소설책과 같이 물질적인 것도 있었고 깨끗함과 친절함, 질서 등 추상적인 것도 있었다. 그들이 질서를 지키고 친절하다는 것은 나도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질서에 익숙해지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계산방법을 들 수 있다. 일본은 동전이 6종류나 있기 때문인지, 계산을 할 때에는 손님과 직원 사이에 반드시 접시를 통해서 돈이 오고간다. 나는 직원에게 바로 돈을 건네는 버릇이 여행 내내 고쳐지지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일본을 홀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온 일행과 같이 다녀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이동할 때는 다른 사람들과 마주하거나 일본어를 사용 할 일이 특별히 없어서 아쉬웠지만 홈스테이를 하면서 그 아쉬움을 다 풀 수 있었다.
내가 본 조에츠시는 조용한 시골 같아도 볼거리가 많았다. 특히 약 180년 된 아주 오래된 영화관인 타카다세계관은 조에츠시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시청한 조에츠시 홍보영상과 타카다세계관 그 자체에서 조에츠시를 볼 수 있었다. 그 곳은 예전에 폐관 위기에 처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서 지켜낸 곳이라고 했다. 자기 지역의 무언가를 지켜내는 마음이 참 부러웠다. 또한 그곳에서는 한국 영화가 인기라고 했는데, 그것을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한 관장님의 생각이 놀라웠다. 한일 서로가 적대적으로 보는 것이 익숙했던 만큼 한일이 같은 아시아라는 동질감은 생소했다. 어떻게 생각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말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우리학교에서 유일하게 뽑힌 학생이었기 때문에 이번 일행 중에 지인은 한명도 없었다. 새로운 만남이 두려웠지만 말 한번 걸어보고, 나누어 먹고, 같이 먹고 자며 얘기하다보니 여행이 끝날 때쯤에는 모두가 친숙한 사이가 되었다. 처음이었던 일본 경험도, 처음 만났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서로 다가가며 지내다 보니 좋게 마무리 된 것 같다. 일본 홈스테이 가족과는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곳에 다시와도 좋다는 허락도 받았으니, 언제 한번 다시 놀러갈 예정이다. 또 앞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웠던 내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조에츠시에 대해 얘기하고 다닐 것이다. 고3이 되기 전 겨울방학에 잊을 수 없는 값진 체험을 하였다.
안유진 포항여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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