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조선산업으로 경제에 활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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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조선산업으로 경제에 활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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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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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뉴스1]  배(선박)는 인간이 만드는 가장 큰 동산이다. 가장 큰 유조선은 길이가 458m에 이른다.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 2만 개 이상을 싣고 가장 큰 크루즈선은 톤수가 타이타닉호의 다섯배다. 흔히 작은 물건을 만드는 데만 첨단기술이 필요한 것 같이 생각되지만 이런 크고 무거운 선박의 건조에도 첨단기술이 필요하다.컴퓨터는 인간이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 배를 만드는 기술은 수만년 동안 발전되어 왔다. 무수한 난파와 표류와 인명손실을 거쳐 오늘날의 안전하고 빠른 배가 된 것이다.
 인간이 대양항해에 필요한 배를 건조한 역사는 12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현대적 조선기술에 기초를 둔 조선산업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에 개화했다. 물론 대영제국이 선두주자였는데 영국은 1890년대에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영국의 점유율은 1980년대 말에 거의 0%로 떨어진다. 호화 요트 정도만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1588년에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격파한 이후 세계의 바다를 제패했던 영국해군이 쓰는 유조선도 우리나라가 만든다.
 미국도 조선 강국이었지만 조선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상실해서 군함과 잠수함 건조기술만 보전해 오늘에 이른다. 현재 1% 정도 시장점유율이다. 자유주의 레이건행정부의 정부지원 중단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해운업에서도 1950년대에 50%를 차지하던 것이 레이건 말기에 5%로 내려앉았다.
 미국처럼 산업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해외에서 많이 들여오는 나라가 외국이 만든 배와 외국선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안보에도 위험이 되고 전쟁 발발시 병참에 큰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영국의 뒤를 이어 세계 1위가 되었던 일본은 한국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일본 1위인 이마바리의 수주잔량은 현대중공업의 절반에 못 미친다. 일본은 지금 친환경 선박제조기술의 우위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2017년에 친환경선박 건조에 중점을 둔 조선사로 회사를 분할했다. 2차대전 때 당시 최첨단이었던 제로전투기를 생산했던 미쓰비시는 출발이 조선업이었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에서 정부가 조선업에 부당한 지원을 계속한다고 불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3년에 현대중공업이 창업했다. 삼성중공업은 1977년에 조선사업을 시작했고 대우조선해양은 1981년에 출범했다. 현대중공업은 창업 10년만인 1983년에 글로벌 1위가 되었다. 세계사에서 그런 기업을 또 찾을 수 없다.

 선발국가들의 조선산업 쇠락 이유들 중 가장 큰 것이 조선산업의 정치적 성격이다. 조선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신경쓰지 않을 수 없고 노조의 요구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관철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고비용으로 연결되고 국제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데 조선산업 역사가 영국, 일본, 한국, 중국이라는 순서로 진행되어 온 것이 그를 잘 보여준다.
 그러나 영국의 전문가들은 그런 요인들 외에도 기술력의 저하가 영국 조선산업 쇠락의 중요한 요인이었다고 본다. 2차대전 이후에 건조되는 선박의 규모가 크게 달라졌다. 조선소에 대한 대규모 시설투자가 따라야 했다. 영국의 금융계도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정부의 정책금융도 필수다. 일본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조선업을 용이하게 건설해서 영국을 앞질렀다.
 자동차에서 전기차나 수소차가 관심을 받는 것과 같이 선박도 친환경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액화천연가스를 동력원으로 하는 페리선 건조에서 글로벌 강자다. 수소선박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크루즈선은 수백개의 인접업체와 협력해서 건조를 진행하는 첨단 문화제품이다. 급부상하던 중국이 주춤하는 이유는 기술력 부족 때문이라고 한다. 겪어보니 결국 아직 아니라는 것을 선주들이 깨닫는 모양이다.
 조선 첨단기술은 우리 DNA에 있다. 따지고 보면 거북선만큼 당시 기준으로 첨단선박이 없다. 일단 철을 사용한 선박 자체가 19세기 중반에야 나온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차관을 얻기 위해 A&P애플도어 회장에게 거북선이 그려져 있는 당시 500원권 지폐를 보이면서 우리가 영국보다 300년이나 먼저 철선을 건조했다고 설득해서 현대중공업이 탄생했다. 오늘날 우리 조선산업은 이순신 장군의 ‘협조’로 본격 출범한 셈인데 12척으로 330척의 왜군을 막던 이순신 장군은 조선이 훗날 일본을 넘어 세계 1위의 조선국가가 된 것을 알면 감격하실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영국, 미국,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조선산업이 철저한 시장원리에 따라 영위되어 고비용 구조로 전환되는 일이 없게 하고 조선산업은 지배구조 문제 정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첨단기술과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 등에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부가가치의 30%가 선박건조사업장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70%는 협력업체들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산업이다. 반도체와 자동차도 중요하지만 조선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하면 안되는 이유다.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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