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모이
  • 경북도민일보
말모이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9.0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경북도민일보] ‘말모이’는 1910년 일제 강점기 때 편찬된 현대적인 국어사전이다. 세계에 고유의 말을 가진 민족은 많지만 자신의 글까지 가진 국가는 드물다. 우리민족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글을 빼앗길 위기를 맞았다. 이때 언어적 독립운동인 한글운동이 일어났다. 1919년 3.1 운동 후 일제는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식민지 전술을 바꾸게 된다. 그러나 일제 총독부는 조선의 말과 글을 말살하려고 더욱 강압적인 태도를 취했다. 일제의 조선총독부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선 민족을 완전히 말살하기로 하고 ‘창씨개명’, ‘신사 참배’ 강요, ‘한글 금지 정책’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인다. 당시 우리글과 말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 국어학자들이 이에 우리글을 지키고자 만들어진 것이 ‘말모이’ 사전이다.
말모이 뜻은 “말을 모은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사전”의 뜻은 말씀 사(辭), 법 전(典)이니 “말의 방법”이란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의미적으로는 말모이 뜻이 사전과 같다. 실제로 말모이는 1911년부터 주시경, 김두봉, 이규영, 권덕규 등 민족주의적인 애국계몽의 수단으로 편찬 하였다. 말모이는 많은 희생과 망명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비극이 함께 담긴 사전이기도하다.
실제로 조선어사전에는 1500권의 옛말 문서를 참고해 16만 개의 어휘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 어려운 작업을 위해 50여 명의 전문위원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고, 8명의 사전 편찬 위원이 매달렸으며 5000여 명의 현직 선생님들이 낱말 모으기에 참여하였다고 한다. 일찍이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거대한 작업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전을 일제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파묻어버리려고 온갖 고문과 폭행을 가했던 것이다.
영화 말모이는 어려운 주제를 재미있고 코믹하게 만들었고 거기다가 웃음과 감동까지 잔잔하게 그려냈다. 특히 유해진의 진정성 있고 개성 있는 코믹한 연기는 이 영화를 살려 내는데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말모이’는 오랜시절 헌책방에서 맡을 수 있는 고유의 책 냄새가 난다. 그러면서 사람 냄새나고 투박한 재래시장의 돼지 국밥집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우리말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교훈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1940년대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의 흑백사진 같은 모습이다.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판수, 하필 면접 보러 간 조선어학회 대표가 가방 주인 정환이다.

사전 만드는데 전과자에다 까막눈이라니! 그러나 판수를 반기는 회원들에 밀려 정환은 읽고 쓰기를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돈도 아닌 말을 대체 왜 모으나 싶었던 판수는 난생처음 글을 읽으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뜨고, 정환 또한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통해 ‘우리’의 소중함에 눈뜬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바짝 조여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하는데 일제의 감시는 더욱 숨통을 조여 온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드디어 우리말이 금지된 일제시대, 말과 마음이 모여 사전이 되고 글과 마음이 모여 조국을 지켜나간다.
엄유나 감독은 참 섬세하고 열정적인 감독이다. 그는 “조선어학회가 사전을 만들었다는 사실 뒤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무명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는 점과 그 사람들의 온기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줄임말, 외래어, 신조어 사용이 많아서 세대 간의 소통이 힘든 요즘, 우리말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우리말 사전과 ‘말모이 작전’을 처음 다룬 영화인 ‘말모이’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를 밝혔다. 감독은 까막눈 판수가 무의미한 삶을 살다가 우리말에 눈뜨는 과정을 통해 삶의 존재 의미와 조국에 대한 사랑과 애국심까지 눈을 뜨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별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은 ‘우리 말’ ‘우리 글’ ‘우리’ 의 소중함을 통해 암울하고 어두웠던 시대에 조국의 소중함에 눈을 뜨게 한다.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글의 소중함에는 수많은 아픔과 희생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각 지역마다 사용하는 투박한 사투리도 우리의 정다운 시대적인 정감이 담겨있음을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된다.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졌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매일 매일 공기처럼 쓰고 있는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기에 우리의 존재 의미가 있지 않을까?
그런 것 같다.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다. 사람이 모이면 말이 모이고 말이 모이면 뜻이 모인다. 그래서 한 사람의 열 발자국 보다 열사람의 한 발자국이 더 큰 것이고 그것이 모여 조선이 독립이 되는 것이다. 토종 민들레는 서양 민들레와 섞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토종 민들레는 꽃가루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외국말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이 시대에 우리말과 우리글을 기다리는 일편단심 민들레가 되어 그 홀씨가 전국 방방 곳곳에 우리말과 글이 아름답게 꽃피기를….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