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SNS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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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SNS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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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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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졸업과 입학이 한창인 이맘때의 대학가 술집에선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떠나는 아쉬움에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꽤 익숙한 풍경이다.
지금의 40~50대 중년 남성들은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면“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로 시작하는 이등병의 편지를 많이 노래했다
필자도 1998년 봄, 군 입대를 앞두고‘이등병의 편지’를 무던히도 불렀다. 기타, 하모니카 연주와 함께 고(故)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며 많은 친구들을 군대로 보냈고 나 역시 그 노래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입대했다.
이등병의 편지는 결코 한순간 유행으로 사라져버릴 인스턴트 같은 곡이 아니다. 입대 직전의 애절함과 아쉬움 그리고 고뇌 속에서 다짐하는 젊은이들만의 희망과 아픔을 생생히 담았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갖고 있다.
내게도 이등병의 편지는 군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희망을 갖게 해준 노래였다. 해병대의 고되고 힘든 훈련 순간순간을‘이등병의 편지’를 작게 되뇌며 희망과 패기를 잃지 않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라고 나는 끊임없이 부르고 또 불렀다. 그렇게 나는 힘든 시절을 견뎌냈다.
세월이 흐른 만큼 훈련소의 풍경도 많이 변화했다.
IT 기술 발달로 훈련병들은 인터넷으로 부모님과 친구들의 편지를 받으며 훈련을 견디고 있다.

또 그들의 훈련 모습이며 내무반 생활 모습 일거수일투족이 인터넷에 게시되어 부모님들은 컴퓨터를 통해 아들의 모습을 실시간에 가깝게 지켜본다.
공중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눈물 흘렸던 이등병들은 개인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SNS로 친구에게 안부까지 전한다.
주말이 아닌 평일 저녁에도 외출이 허용되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외출·외박 위수 지역 제한을 없애고 2시간 내 복귀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군인다운 자세를 흐트러트리고 보안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싸워 이기는 군인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군대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며 군인을 보이스카우트로 만든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젊은이들은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면 눈시울을 적신다. 아무리 장병들의 복지 수준이 향상되어도 개인의 자유가 통제되는 군대는 예나 지금이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군인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며 병사들의 생활을 제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외부 사회와의 개방성 확대를 통해 장병의 자율과 창의가 보장되는 병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춘의 달콤함과 인생 황금기를 대한민국에 온전히 바쳤기에 군의 기강과 군사보안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그들의 눈물과 땀을 닦아주는 일에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편지지 위에 볼펜을 꾹꾹 눌러 쓴 편지가 아닌 이등병의 SNS 편지를 기대해 본다.

박종석 칠곡군청 기획감사실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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