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申聞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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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申聞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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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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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률/편집부국장
 

 각종 제도나 정책이 마련되면 입안자와 준수자가 지킬 도리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규제가 많아 접근이 어렵다면 효용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게 마련이다.
 또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갖는 한계성을 인정해 줄줄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 이용자가 과욕을 부리면 좋은 규범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전자는 입안자가 후자는 준수자가 경계해야 될 최소한의 예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주 농림부가 설치한 신문고를 놓고 잡음이 있었다.
 신문고의 효시는 힘없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당하면 나라에서 해결해 주기 위해 송나라 등문고를 참고하여 조선 3대 왕인 태종 원년에 처음 설치된 북이다.
 조선조 초기 어려움을 당해도 호소할 길이 없던 백성들이 엄벌에 처해질 줄 알면서도 임금의 행차인 어가 앞에 고개 숙여 탄원하던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일이었다.
 획기적인 일임에도 신문고를 울리기까지는 절차나 신분상의 제약이 많아 현시점에서 보면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지방민들의 상소 건은 관찰사에게 먼저 신고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사헌부에 다시 고발하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신문고를 두드리게 하는 복잡한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했다.
 대궐 밖 문루(門樓)에 달아놓은 신문고를 울리기 위해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한양까지 올라 와야 했다.
 청원 건은 의정부에 고하되 의정부가 왕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당시는 고을 수령의 부정부패가 있다 해도 일반 백성들은 절대 고소할 수 없는 부민고소금지법(部民告訴禁止法)까지 시행중이었다.
 결국 신문고는 양반이나 지배계층을 위한 것으로 일반 백성들에게는 `전시성’ 정책이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600년이 흐른 현재 정부에도 56개 중앙행정기관의 민원과 국민제안, 정책참여기능을 통합한 참여마당 신문고가 설치 운영 중이다.
 내년까지는 지자체와 일부 공공기관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국민 참여 포털시스템’이 마련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국민들의 신문고 이용 건수도 날로 증가 추세라고 한다.
 농림부도 지난주 농민들만을 위한 `특별한 신문고’를 전국 119곳에 설치했다.
 농민들의 어려운 실정을 정부에 직접 호소할 수 있도록 하고 접수된 불편사항은 관련기관들과 협의를 거쳐 문제점을 정비하겠다는 취지의 `온·오프라인’신문고다.
 민원접수자에게는 처리 결과 뿐 아니라 과정까지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 문자 서비스를 해 준다고 한다.
 농림부 장관은 전국 농업인의 애로 사항을 정확히 파악하여 농업인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이는 것을 농업정책의 최대 역점으로 삼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전시·탁상 행정’이란 비판적 시각들이 대두됐었다.
 문제 핵심은 `한계성’과의 관련이다.
 불편과 애로사항은 뭐든 접수한다는 취지를 안고 있다 해도 범국가적 추진 사안인 한미 FTA 반대 등 해당 신문고가 지닌 법적 한계를 뛰어넘는 요구는 자중할 필요가 있다.
 농림부의 신문고는 앞으로 제대로 되고 쉽게 이용할 수만 있다면 농민들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으로 보여 진다.
 일각에서 대두된 것처럼 전시성 행정이라면 행정 입안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간 무역협정 타결로 경제적 손실을 비롯한 불안감의 고통을 겪고 있는 농민들에게 허탈함까지 더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는 엄중히 따져 물을 일이 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전시·탁상 행정’을 논하기 보다 모두가 농민들을 도와주는데 앞장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령화에 따른 농촌 현실’ 구조를 감안할 때 제도를 잘 `활용할 줄 모르는’ 주변 이웃들에게 홍보하여 관련제도가 계속 보완·발전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고향 농촌 발전을 위한 정책이라는데 반갑게 맞이하고 사용해 본 뒤 잘잘 못은 그 후에 따져 물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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