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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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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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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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경북도민일보] 올 겨울은 겨울답지 않게 이미 봄꽃들이 피어버렸다. 겨울인데 이미 봄이 우리 곁에 와 버린 것이다. 아직은 추운 겨울인데 이미 핀 꽃들이 안쓰럽다. 꽃이 얼지는 않을까하는 조바심이다.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은 빼앗긴 들에도 봄을 노래했다.
신학교 시절 마음이 우울할 때, 가끔 대구 계산성당 뒤 골목에 위치한 민족 저항 시인 이상화 고택을 자주 들렀다. 계산성당 뒤 골목 안쪽으로 조금 걸어가면 일제강점기 민족 시인이자 독립 운동가였던 이상화 선생과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했던 서상돈 선생의 고택이 있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저항의식을 드러낸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는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읊조렸던 시다. 이상화의 시는 국권을 상실 당한 민족의 비통한 현실을 마음 아프게 노래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중략)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잡혔나보다./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시인은 시작부터 탄식과 울분을 토해낸다. 그것은 우리의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땅, 우리들판이 지금은 남의 땅이라며 대못을 박는다. 참으로 가슴이 아프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당연히 우리 땅이건만 남의 땅이라니? 그러면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의미심장한 물음을 던진다. 그 당시 함께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역사정신과 시대정신을 공감하는 민초라면 긴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 물음에 응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9년은 기미년 3월1일 만세운동이 100돌을 맞는 역사적인 해다. 우리사회가 민족정신이 사라지고 시대정신이 퇴보하고 사회적 신뢰와 지도력을 상실해가는 이 시대에 3·1운동은 단순히 기념만 하고 추억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선조들의 만세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종교를 초월해서 하나 됨을 이루어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당시 청년들이 보여준 기개와 열정은 3.1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3·1운동 당시 탑골공원에서는 독립선언문이 낭독 되었다.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 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
낭독이 끝나자 만세함성과 함께 긴 행렬이 덕수궁 대한문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 겨레의 거사, 3·1운동이 마침내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서울에서 발원한 만세함성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평안도, 황해도 심지어 멀리 제주도까지 이어지며 한반도를 물들였다. 남녀노소,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다같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그 때의 태극기는 삼천리강산을 만세로 깨우는 감동의 물결이었다. 3·1운동에 이어 청년학생들 중심의 3월 5일 봉기가 서울 시내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후, 한 주가 지나 승동교회 차상진 목사는 문성호를 대동하고 조선총독부를 찾아간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문서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는 동료 목회자, 교우, 학생들이 조국 독립을 위해 만세운동에 앞장서다 체포되어 고초를 당하는 현실 속에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 역시 애국신앙을 가진 인물이었다.
“지난 3월 1일 조선민족 대표 33인의 조선독립에 대한 선언서는 결코 몇 개인의 독단적 회결에서 나온바 아니요, 실로 전 조선민족의 양심적 요구임은 사실이 확증하며, 신명이 보증함을 우리들은 확신하노라. 이에 우리들은 그 후계자로 2000만의 요구와 주의를 대표하여, 그 요구와 주의를 관철코자 하노라” 이렇게 시작되는 12인의 장서는 시종 당당하게 만세운동의 당위성과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설파하며 우리나라의 민족정신이 살아 있음을 조선총독부에 보여주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일제강점기 때, 나라를 위해 옥에 갇히고 매 맞고 죽어간 우리선조들의 독립운동이 있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나라를 찾기 위해 희생하고 죽어간 우리 선조들의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국회에서 일부 한국당 국회의원들의 5·18망언 파문은 역사를 부끄럽게 하는 행동이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이것은 이미 밝혀진 역사에 대해 거꾸로 가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국회에서 이런 뜬구름 잡는 망언이 나와서는 안 된다.
갑자기 박인환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입술은/내 가슴에 있네/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세월이 가면> 중에서)
우리는 3·1운동과 5·18 민주화 운동으로 희생당한 그 눈물과 아픔을 우리 가슴에 새겨야한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자주 독립과 민주화를 위한 몸부림은 지금도 우리 가슴에 살아 있어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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