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공무원들이 상복(喪服) 입은 사연
  • 모용복기자
상주시 공무원들이 상복(喪服) 입은 사연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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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지속성장하기 위해선
인구 자연증가 뒷받침돼야
청년들에 적합한 일자리와
출산·육아·교육 가능해야
자족도시로 지속성장 가능

상주시 공무원들의 상복은
지방소멸에 대한 경종이다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경북 서북부 내륙지방으로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한 상주는 예로부터 벼농사를 많이 하였으며, 명주와 곶감이 많이 나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들이 넓어 물산(物産)이 풍부하고 교통의 거점지역으로서 조선시대에는 경상감영이 있을 정도로 영남을 대표하는 중심도시였다. 경상도 이름이 경은 경주(慶州), 상은 상주(尙州)에 따온 것이니 신라의 옛 수도인 경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큰 도시였음을 알 수 있다.
낙동강(洛東江)의 어원도 상주에서 비롯하였는데, 경상북도 지명 유래집에는 ‘상주의 옛 이름은 낙양(洛陽)이고, 낙양의 동쪽은 낙동, 서쪽은 낙서, 남쪽은 낙평, 북쪽은 낙원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니 낙양, 즉 상주지역의 동쪽을 흐르는 강을 이름 하여 낙동강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렇듯 한 때 경상도를 대표하는 도시로서 명성을 구가하던 상주시가 요즘 들어 인구가 줄어들어 초상집 분위기라고 한다. 10만 명을 겨우 턱걸이하던 인구가 지난달 9만9986명을 기록해 마침내 10만 명 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인구 10만 명은 시(市)로서의 존립을 가능케하는 사실상의 잣대 역할을 하는 까닭에 상주시의 충격은 실로 컸다. 인구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 뒤 2년간 회복하지 못하면 행정조직은 실·국이 1개 줄어들고 부시장 직급도 3급에서 4급으로 내려간다. 사실상 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인구가 10만 명 아래로 추락하자 황천모 시장은 1000여 명 전 직원들에게 검정 옷과 검정 넥타이를 착용하고 출근할 것을 지시했다. 인구감소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는 한편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지기 위한 의미에서다. 명주로 유명한 상주지역의 공무원들이 상복을 입고 근무를 하는 진풍경은 눈물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보는 시민들의 마음도 편치 않음은 물론이다.
상주시의 슬픔은 현재 대부분 지방 중소도시가 직면한 현주소다. 지난 1965년 26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래로 50년간 지속적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8월에는 10만6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수 개월간 반등세를 유지하는가 싶더니 올 들어 다시 하향세로 돌아서 마침내 10만 명 선이 붕괴되고 만 것이다.

지속적인 인구감소에 시는 대학생들이 전입신고를 하면 매 학기마다 20만원의 지원금과 쓰레기봉투를 제공하고, 최대 2400만원의 출산·육아지원금도 지급하는 등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또한 전 공무원이 나서 내고장 주소갖기운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블랙홀처럼 수도권과 대도시로 빨려 들어가는 거센 물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상주는 경북 도내에서 도회지 사람들이 농촌에 가장 정착해 살고 싶어하는 이른바 귀농귀촌 1번지다. 그런데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농촌이라고 해서 영농(營農)인구 유입만으로는 도시를 살릴 수 없다는 명백한 반증이다. 도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인구의 자연증가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우선 청년들이 들어와야 한다. 그들이 정착을 해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출산을 함으로써 비로소 인구가 늘어나게 되며, 육아와 교육을 위한 인프라가 동시다발적으로 갖춰지게 된다. 청년들이 출산과 육아, 교육을 할 수 있어야 자족도시로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면 청년들이 지방과 농촌으로 몰려오게 하려면 최우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일자리다. 한데 일자리라고 해서 그들에게 무턱대고 삽을 들게 하고 트랙터를 몰게 할 수는 없다. 부모세대와 달리 고등교육을 받고 큰 고생을 모르고 자란 그들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주어져야 한다. 육체노동은 덜하고 소득과 비전이 있는 그런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산업단지를 조성해 기업유치 각축전을 벌이는 것도 다 이러한 연유(緣由)에 말미암은 것이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공장을 세우려는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기업의 경제논리와 표를 의식한 정부의 정치논리 속에 수도권은 개발의 기계음이 갈수록 높아만 가는데 지방은 적막강산(寂寞江山)이다. 경북 제1의 도시인 철강도시 포항이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눈앞에 두고 분양률이 3%대에 그쳐 포항시가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은 기업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한민국 국토 면적의 11%에 불과한 서울과 수도권이 인구비중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다. 출산율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구소멸은 다른 나라 얘기다. 즉 지방만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아랑곳없이 구미시가 그토록 열망하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수도권에 지으려 하는 속내가 무엇인가. 상주시 공무원들의 상복 착용은 정부에 대한 경종(警鐘)이다. 상복은 상주시 공무원들이 입을 게 아니라 대통령과 지방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입어야 한다. 인구소멸 위기에 있는 도시가 어디 상주시 뿐이겠는가. 머잖은 미래에 지방소멸이 전국에서 도미노처럼 일어날 것이다. 그 땐 상복이 아니라 조종(弔鐘)을 울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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