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꽃피운 나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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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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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Op. 10, 12번

-나라사랑, 음악으로 꽃피우다
새로운 봄의 계절로 바뀌었다. 주변을 보면 학교나 공원의 잔디밭은 이미 새싹들이 생명의 색깔 초록으로 변해가고 있다. 아직은 마지막 겨울의 시샘이 있어 아침저녁으로는 옷깃을 여미지만 낮에는 활기찬 봄의 계절을 만끽할 수 있다.
엊그제는 3.1절 독립 만세를 부른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전국 방방곡곡 3.1만세운동을 재현하는 행사 소식이 다양한 매체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고 필자도 살고 있는 포항에서 만세 재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함께 포항의 육거리 일대를 돌며 만세운동에 동참했다. 만세운동에 참여하는 내내 ‘오늘날 아이와 함께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이 만약 선조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비록 만세운동의 재현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독립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이 아닌가!
해마다 3·1절과 광복절이 되면 많이 듣게 되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 조두남 작곡의 ‘선구자’, 장일남 작곡의 ‘비목’, 안익태 작곡의 ‘한국 환상곡’이 있다. 그 가사를 의미하자면 조국의 광복을 위해,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내어버린 애국지사들의 한을 느낄 수 있다. 독립군이라 해서 무시받고 천대받고 먹을 것 없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오로지 독립과 광복을 위해 목숨바친 선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는가? ‘선구자’의 가사만 보아도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 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소리 들릴때   뜻깊은 용문교에 달빛고이 비친다 이역하늘 바라보며 활을 쏘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우리가 선열들이 나라를 위해 바친 목숨 값을 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호사는 선조들로부터 받은 유산이자 후대에 그대로 넘겨주어야할 우리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오늘은 나라를 잃은 분노와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표현한 한편의 시 같은 음악,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작품 중에 연습곡(Etude) 10번을 소개한다.

-피아노 연습곡으로 나라사랑을 표현하다

피아노 연습곡이라 하면 우리가 흔히 잘 아는 바이엘 연습곡, 체르니 정도이다. 그리고 연습곡이라 하면 단순히 피아노 기술을 연마하는 수준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쇼팽이 만든 연습곡은 그저 집에서 연마하는 연습위주의 연습곡이 아니라 피아노 특위의 고도기법과 그의 낭만성을 집합하여 예술적으로 만든 연습곡이자 연주곡의 한 장르이다. 이런 장르는 비단 쇼팽만 만든 것이 아니라 ‘리스트’ 역시 연주용 연습곡을 작곡했다. 이와 비슷하게 바이올린 연습곡으로 파가니니 연습곡, 돈트 연습곡, 비니얍스키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연습곡이 아니라 당시 감동과 예술적 감성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완전한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아 무대에서 공연되는 작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연습곡 10번의 탄생배경에는 쇼팽의 애국심이 있다. 연습곡 10번은 쇼팽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파리로 떠나는 도중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머물고 있을 때 조국 폴란드가 러시아군에게 침공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비통한 마음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만든 작품이다.
사실 폴란드를 떠난 쇼팽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머물며 음악활동을 하였는데 당시의 음악적 유행과 흐름에 맞지 않아 그는 빈에서 그저 그런 음악가로 환영받지 못했다. 화려하고 온갖 기교가 넘치는 피아노 음악이 그 당시 큰 유행이었는데 쇼팽의 음악은 한편의 음유 시인의 시와 같아서 빈 시민들은 그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런 빈의 고정관념에 환멸을 느끼고 있던 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쇼팽의 적국 러시아는 오스트리아와 수교를 맺고 있었다. 독립을 원하는 폴란드 사람으로써는 적으로 간주되어 아무리 천재적인 재능 있는 예술라라도 정치적인 논리로 빈에서 무시 당하고 성공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쇼팽은 더 이상 빈에서의 예술적 삶은 불가능하다고 여겨 프랑스 파리로 가기로 했다. 이때 폴란드가 러시아에게 완전히 점령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라 잃은 서러움과 비통함을 그의 피아노음악에 담아 연습곡 10번을 만들게 되었다.

-쇼팽 음악의 심장은 ‘사랑’!
톨스토이의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단편소설에는 하나님의 형벌을 받아 인간세상으로 내려온 천사가 인간은 사랑으로 산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천사의 날개를 찾고 하늘나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쇼팽의 음악 역시 톨스토이의 질문에 ‘사랑’이라고 답하고 있다.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10번이 애국심으로 작곡된 곡인데, 애국심과 사랑이 무슨 관계일까?  쇼팽이 당시 폴란드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보면 그의 가족에 대한 구구절절한 사랑이 어떠하였는지를 잘 알 수가 있다. “가엾은 아버지·어머니, 굶주리고 계시겠지요? 사랑하는 누이와 어린동생은 러시아 군인들에게 얼마나 짓밟혔을까? 나는 어디에도 쓸모가 없는 인간입니다. 괴로운 마음뿐입니다. 오로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라 잃은 절망을 피아노에 쏟아 부을 뿐입니다.” 사랑하는 가족, 이웃·친지, 조국 폴란드에서 핍박받고 있는 모든 동포들에 대한 사랑이 바로 피아노 연습곡 10번에 고스란히 담겨진 것이다.
쇼팽은 나라를 잃은 슬픔을 전광석화같이 연습곡에 써내려갔고 그의 처절한 애국심의 울부짖음,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그의 연습곡 곳곳에 잘 표현하였다. 특히 이 연습곡의 마지막곡인 12번(혁명)은 이러한 배경으로 작곡되었는데 악센트와 많은 힘이 필요하다. 특히 왼손의 움직임은 힘의 강약을 잘 조절해야하며 격동적인 부분은 쇼팽의 애국심을 엿볼 수 있는 대작이기 때문에 테크닉 적으로 매우 어렵고 장대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프랑스에서 머물며 폴란드에 대한 향수와 애국심으로 살았고 단 하루도 조국 폴란드를 잊은 적이 없었다. 이렇듯 그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은 그의 작품에 평생토록 창작할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어 수많은 피아노 명곡을 작곡하게 만들었다. 쇼팽이 집을 떠나올 때 고향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은컵에 고국의 흙을 담아 왔다. 그가 쓸쓸하게 사망한 뒤 늘 보물처럼 아꼈던 고국의 흙은 그의 무덤에 뿌려졌고 유언대로 그의 심장은 폴란드 바르샤바의 성 십자가 교회에 안장되었다.
쇼팽이 이렇듯 애국심의 발동으로 인류사에 길이 남을 대작을 작곡하였다 할지라도 쇼팽의 음악을 단순히 민족주의적이라 평가할 수 없는 것은 그의 음악 전반에 스며있는 낭만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쇼팽을 단순히 낭만주의의 전형적인 모델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다. 다만 그는 피아노를 통해 혁명적인 예술의 변화를 이끌어내었고 그의 음악적 혁신은 후대 많은 음악가들의 롤 모델로 존경받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쇼팽의 애국심과 낭만주의의 뿌리를 ‘사랑’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래서 그런지 쇼팽의 대표작품으로는 Etude(연습곡), Ballad(발라드), Scherzo(스케르초), Nocturne(녹턴), Prelude(전주곡), Impromptu(즉흥곡), Polonaise(폴로네이즈), 피아노 협주곡 등이 있는데 이러한 쇼팽의 곡들을 감상하노라면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 같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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