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의 행동주의를 막아낸 아크조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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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행동주의를 막아낸 아크조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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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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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이익에만 부합하는 매각
다른 이해관계자들엔 불이익”
세계1위 PPG의 적대적 인수
제안도 거부… 회사 독립 지켜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 설립한 여러 회사들 중 아직도 노벨의 흔적이 남아있는 회사가 네덜란드의 페인트회사 아크조노벨(AkzoNobel)이다. 유로넥스트 상장회사로 종업원은 80개국에 걸쳐 약 4만5000명이고 2018년 외형은 약 93억 유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994년에 네덜란드의 아크조와 스웨덴의 노벨이 합병해서 탄생했는데 2008년에 영국의 ICI를 인수해서 오늘에 이른다.
아크조노벨(이하 AKZA)은 2017년 3월에 미국의 글로벌 1위 페인트 회사 PPG의 인수 목표물이 된다. PPG는 글로벌 3위인 AKZA를 209억 유로에 적대적으로 인수하고자 했다.
AKZA가 인수 제안을 거절하자 PPG는 가격을 245억 유로로 높였고 회사는 다시 거절했다. 그러자 6.8% 지분의 최대주주이자 장기투자주주인 코즈웨이(Causeway)를 포함한 주주들이 회사에게 PPG의 인수제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협상에 나서라고 종용하기 시작했다. PPG의 가격이 아직 적절하지는 않지만 원칙적으로 AKZA와 PPG의 결합이 회사의 미래와 주주, 종업원들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이유였다.
4월에 엘리엇이 등장한다. 지금 현대차그룹을 공격하고 있는 바로 그 엘리엇이다. 2016년 12월에 투자해 3.25% 지분을 가지고 있던 엘리엇은 안토니 버그만스 AKZA 이사회 의장의 경질을 요구했다. 네덜란드법에 의하면 주주들이 10%를 넘는 그룹을 구성해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다. 3.9% 지분을 보유한 장기투자주주 템플턴(Templeton)도 자신이 그 그룹의 일원이라고 밝힌다. 나중에 암스텔담법원에서 기각되기는 했지만 엘리엇은 버그만스 의장 해임청구소송도 제기했다. 회사는 외형과 수익의 1/3을 차지하는 화학사업부를 분리하고 주주들에게 16억 유로 규모의 추가 배당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PPG는 자신들의 인수가격이 주주, 종업원, 그 밖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더 이익이 되며 회사의 특별배당보다 훨씬 조속한 현금 지불이라고 맞받았다.

엘리엇이 PPG에 가세했다. 엘리엇은 PPG의 시너지 창출 전망이 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AKZA의 화학사업 분리 계획은 5000만 달러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밖에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PPG는 정기주주총회 하루 전날 인수가격을 288억 유로로 올렸다. 주주들은 재차 회사가 PPG와의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영국 최대의 대학연금 USS도 가세해서 회사를 압박했다. 그러자 회사의 이사회가 PPG의 세 번째 인수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회합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5월 초 다시 PPG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한다. 이유는 저평가다. 독점금지법상의 문제와 기업문화의 차이도 곁들였다. 회사의 CEO는 회사의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회사를 둘로 나누는 안을 내놓았다.
PPG는 결국 6월에 인수를 포기하고 물러났다. AKZA는 약속대로 페인트와 코팅사업에 집중하기로 하고 11월에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서 회사의 분할매각과 특별배당금 지급을 결의했다. 그리고 2018년 10월에 특수화학 사업을 사모펀드 칼라일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에 101억 유로에 매각했다.
AKZA는 PPG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비난을 받았으나 회사는 대화에 나서는 순간 회사의 매각은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 것을 우려했다. 회사는 매각이 주주들의 이익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암스텔담법원도 AKZA가 협상에 나서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네덜란드는 총선 국면이어서 민족주의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기는 했다. 그러나 2017년 AKZA의 지분 구성은 45%가 북미, 22%가 영국과 아일랜드 주주들이었고 네덜란드 주주는 6%에 불과했다. PPG가 적대적 인수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PPG는 법률상의 강력한 경영권 방어장치를 갖춘 AKZA와 전면전을 벌이기는 싫어서 인수를 포기한 것이다. 네덜란드법은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법률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지시를 내릴 수 있게 하고 있어서 다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회사의 경영권을 신속하고 온전하게 장악하기는 어렵다. AKZA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재 코즈웨이는 지분을 낮추어서 2.95%를 보유하고 있고 엘리엇은 지분 5.01%로 1대 주주(Norges Bank)와 거의 차이 없는 2대 주주로 올라서 있다. AKZA가 PPG의 적대적 인수시도와 엘리엇의 행동주의를 일단 막아내 독립을 상실할 위기는 넘겼지만 회사 경영진은 계속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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