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사(人事萬事)
  • 경북도민일보
인사만사(人事萬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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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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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생각의 사람이 모여사냐
어떤 지도자가 어디로 이끄냐’
국가 흥망성쇠는 사람에 달려

지역감정·이념대립에 갈라져
자꾸만 골 깊어지는 대한민국
코드인사·보은인사서 벗어나
정치 라이벌도 모두 포용하는
위대한 통합 능력 발휘할 때
이철우 시인
칼럼니스트

[경북도민일보] 1865년 어느 영결식장, 제복차림의 건장한 남자가 은빛수염이 눈물에 젖도록 오열하며  “여기 위대한 한 사람이 누워있다.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뀔지라도 여기 이 사람은 역사의 재산으로 길이 남아 그 이름 영원하리라”라고 부르짖었다. 주위 사람들이 함께 눈물을 훔치며 이제 그만 진정하라며 어깨를 쓸어 안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랫동안 주검 앞에 주저앉아 슬피 울었다. 그 두 사람 중에 관속에 누워있는 사람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링컨이었고, 오열하는 남자는 미국 역사상 국방장관으로 가장 출중했다고 평가받는 에드윈 맥마스터 스탠턴이었다.
링컨에게는 자신을 끊임없이 경멸하고 비난과 조롱을 퍼붓는 정적(政敵)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링컨의 주검 앞을 떠날줄 모르고 슬피우는 스탠턴이었다. 법률가이자 정치인이었으며 우뚝한 코와 부리부리한 눈의 훤칠한 외모를 소유한 스탠튼은 링컨을 “하류층의 나약하고 쓸모없는 인간이다. 원숭이를 보고 싶거든 아프리카까지 가지말고 백악관에 가라”는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뱉어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정치적 앙숙관계를 유지하며 대립하던 10년이 되던 그해 4월, 남북전쟁이 발발했다.
개전 초기에 링컨의 북군이 계속 밀리게 되자 링컨은 전세를 역전시킬 새로운 국방장관을 찾았다. 그때 링컨의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자신을 오랫동안 비난하고 무시해온 정적 스탠턴이었다. 많은 참모진들과 정치인들이 반대하고 만류했지만 링컨은 스탠튼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확신했다. 링컨의 간청으로 국방장관이 된 스탠튼은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였고 마침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쟁이 끝난후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서로를 위해주고 보호하며 가깝게 지냈다.

링컨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유는 정치적 라이벌을 포용하는 능력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국가를 하나로 통합하는 능력 때문이며 지금까지도 이를 능가할 정치인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실 국가지도자 한 사람이 정치, 경제, 안보, 교육 등 모든분야에 능통할 수 없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통치행위는 각 분야에 적합한 인사를 중용하는 일이다. 요즘 많이 듣는 말이 “쓸만한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다. 빌어먹을 혜안과 편향되고 편협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느 시대일지라도 인재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다만 인재를 알아볼줄 아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자기 관점의 좁은 스펙트럼으로 투영하니 넓게 보일리가 만무한 것이다.
기술도 없고, 자원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동족상잔의 전쟁마저 치른 상태라 잿더미밖에 없던 그 땅위에서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자는 사람들의 땀방울로 폐허를 적시어 희망의 싹을 틔워 오늘날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급속한 발전을 이룬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잘되고 못되고는 입지조건이 좋고, 지하자원이 많고, 조건이 좋아서 그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이 모여있고, 어떤 사람이 있으며,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느냐가 결정짓는다. 더불어 한 국가의 운명은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 그 지도자가 어떤 방향으로 그 나라를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 작금의 이 나라의 혼란과 어려움은 사람의 문제이다. 문제를 해결할 만한 사람들이 제자리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 꼬여간다.
인사가 만사이다. 사람이 세상을 만들고 세상을 파괴하기도 한다. 사람이 전부다.
이제 더 이상 이 나라에서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카드 돌려막기식 인사, 정권만 바뀌면 자기 진영의 사람들로 채워 넣고 정권을  독점하여 좌지우지하려 하려는 인사, 다음 선거와 정권 장악에만 골몰하는 인사, 성향이 다르면 무조건 배제하는 인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감정과 이념대립으로 찢어지고 갈라져 자꾸만 골이 깊어져가는 이 나라가 화합하고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는 위대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지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각각의 구성원들을 위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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