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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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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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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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봄이 왔는데 봄 같지 않다. 최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슬픔은 때로는 연민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연민에 관한 영국시인 바이런(1788-1824)의 표현은 매우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연민의 이슬은 눈물이다(The dew of compassion is a tear)” 어떤 연민이든지 그 연민은 우리를 초라하게 만들고 눈물짓게 만든다. 우리 선조들은 이웃이 슬픔을 당하면 함께 슬퍼하고 이웃이 아파하면 그 아픔을 나누며 서로 위로하며 살았다.
최근에 가짜 뉴스와 유언비어가 판치는 저속한 말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오늘 남의 불행이 내일 나의 불행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권력을 잡기위하여 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폄하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극과 극을 달리는 정치인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적훼소골(積毁銷骨)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 말의 의미는 험담이나 비방을 자꾸 하면 뼈도 녹는다는 뜻으로, 남들이 헐뜯는 말의 무서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 유세가 장의가 위나라 왕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자성어이다. 장의가 위나라 왕을 설득한 말을 보면 우리들이 사용하는 말의 위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신이 듣기에 가벼운 깃털도 많이 쌓이면 배를 가라앉히고(積羽?舟,적우침주), 가벼운 사람도 떼를 지어 타면 수레의 축이 부러진다.(群輕折軸,군경절축) 또한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이고(衆口?金,중구삭금) 여러 사람의 헐뜯음은 뼈도 깍는다.(積毁銷骨,적훼소골)
정치인들은 말을 하고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 말이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고 위로가 되고 감동을 주는 말이어야 한다. 그러나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고 아픔을 당한 사람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 주는 정치인들의 저속한 말이 우리를 한 없이 슬프게 한다. 정작 우리 국민들을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정쟁(政爭)만을 벌이는 정치권이다.

봄이 왔다. 꽃도 피고 새도 울지만 최근 하늘은 미세먼지로 뿌옇다. 미세먼지로 파란하늘이 사라졌다. 봄이 왔지만 보이지 않는 봄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더 이상 중국이나 몽골을 원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최근 서울의 대기오염이 인도 뉴델리나 중국의 청두나 베이징보다 더 나쁜 통계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미국의 보건영향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0만명당(인구 연령구조 반영) 미세먼지 사망자는 27명이다. 이것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미세먼지 사망자 수를 보면 한국이 27명, 일본 17명, 미국 18명, 캐나다 12명 순이다. 이제는 개발지상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좀 느리고 더디지만 환경을 생각해야한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연을 파괴하고 경제적인 이익을 생각하고 개발에 집중한다면 더 이상 미래는 우리의 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일부 젊은이들의 ‘헬조선’ ‘지옥불반도’라는 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헬조선’이란 말은‘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말하는 것으로, 영어인‘헬(Hell=지옥)’에 과거 신분사회였던 ‘조선’을 합성한 말이고,‘지옥불반도’는 ‘지옥불’과‘한반도’를 합성한 말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니,‘5포 세대(3포+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니,‘7포 세대(5포+꿈, 희망 포기)’니 하면서 스스로를 계속해서 비하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포기했다고 해서 스스로‘N포 세대’라고 부르고 있다. 또 헬조선 사회에서는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의 계급이 있으며, 수저의 선택은 본인의 판단이 아닌 출생에서 결정된다고 비관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나와도 얼마든지 취직할 수 있는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를 제일 슬프게 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무기력과 좌절이다. 젊은이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최근에 유치원 아이들을 볼모삼아 투쟁하는 한유총의 모습은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우리나라 유치원의 70%가 사립유치원이다. 일부 사립유치원이 문을 급히 닫거나, 다른 데로 가라고 하면 당장 아이들은 갈 데가 없다. 대부분 직장을 가진 학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 참으로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일부 사립유치원들의 행태가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한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 처음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는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로 서정과 낭만으로 가득찬 그의 글은 당시 감수성이 예민했던 우리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었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이렇게 계속된다. “동물원에 갇힌 범의 불안 초조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철책가를 그는 언제 보아도 왔다 갔다 한다. 그의 빛나는 눈, 무서운 분노, 괴로운 울부짖음, 그 앞발의 한없는 절망, 그의 미친 듯한 순환(循環), 이것이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슬프게 한다.”
최근 우리의 모습이 동물원에 갇힌 범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그 분노와 울부짖음, 절망 등이 정치권에는 정녕 들리지 않는가. 뿌연 잿빛 하늘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봄비에 하늘이 맑아지고 정말 봄 같은 봄이 왔으면 좋겠다.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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