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강국은 극단적 위험 대비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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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강국은 극단적 위험 대비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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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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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韓
해상무역기반의 경제구조
해양기후에 따른 변화 등
대외요인 영향 크게 받아

예기치 못한 국제여건 변화
해양 재해·사고 대비 등
극단적 위험 대처하기 위한
사회적 역량 갖춰나가야

2000년에 발표된 ‘퍼펙트스톰’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허리케인이 북대서양으로 북상하면서 다른 두 개의 기상전선과 충돌해 유례없는 파괴력을 가진 폭풍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때로는 강인함이 잘 나타난 영화였다.
이 영화가 다른 태풍재난영화와 달랐던 것은 기상이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위험이 되는 것이었다. 이런 일들은 영화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2004년 남아시아 대지진과 지진해일로 인한 40만 명에 가까운 인명 희생,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수백 년간 이어질 해양방사능오염 등은 실제로 최근에 현실화되었던 극단적 위험사건들이다.
자연현상뿐만 아니라 경제분야도 1929년 대공황, 1973년 오일쇼크,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은 개도국, 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세계 경제구조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쟁이나 분쟁으로 인한 것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또 지난 2월10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개최된 세계정부정상회의(WGS)에서 IMF 크리스틴 리가르드 총재는 현재 상황을 빗대어서 ‘먹구름이 많이 끼어있을 때에는 단 한 번의 번개로 폭풍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먹구름이란 ‘무역 긴장과 관세 인상, 금융긴축,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 그리고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가속’을 지적했다.
수학자 존 캐스티 박사는 2012년 그의 저서 ‘X-events: The Collapse of Everything’을 통해 자연이나 인간에 의해 유발되는 사건 중에서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엄청난 파급력을 지닌 사건으로 X-events(극단적 위험으로 역)를 정의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최근 지구촌 사회는 글로벌 금융위기, 초대형 자연재해, 대형 원전사고, 기상이변 등 과거에 예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사건들을 경험하고 있으며, 발생 빈도와 강도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극단적 위험을 유발하는 근본적 요인은 무엇일까? 존 캐스티 박사는 사회 전반적인 ‘복잡성(complexity)’의 증가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글로벌화, 네트워크화, 기후변화 등 사회경제자연 시스템의 복잡성이 급속히 증가하는 가운데, 이를 콘트롤하기 위해서는 제어시스템의 복잡성 역시 같거나 더 커야한다.
그러나 인간의 편의와 효율성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제어시스템은 단순함이나 간결함을 지향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복잡성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 이에 두 복잡성 간 발생한 간극이 극단적 위험이라는 파괴적 충격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 위험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코자하는 노력 중 두드러진 사례가 핀란드의 ‘7 Shocks’ 프로젝트이다. 핀란드 정부는 복잡화된 글로벌 환경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핀란드가 극단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를 모색했다.
이에 기존의 메가트렌드나 트렌드 분석에 의한 미래가 아닌 가능성이 낮으나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닌 불확실한 미래에 주목했다. 유럽통화연맹 붕괴, 경쟁기업의 노키아 인수, 중국의 저성장 또는 내분으로 인한 위기 등 최종 선정된 7가지 쇼크에 대해서 각 쇼크가 유발하는 핵심적 동인을 파악하고, 쇼크가 발생된 경우 조직의 ‘복원력(resilience)’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기술적/비즈니스적 포트폴리오를 도출한 바 있다.
극단적 위험이라는 원치 않는, 발생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회통념적으로 제한된 분석틀에서 탈피해야 한다. 극단적 위험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나 결국 일어난다는 것에 주목하고, 사건이 임박했을 때 이를 알려주는 새로운 유형의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극단적 위험 연구를 통해 잠재적 위험성을 가진 미세신호를 포착하고 이슈들 간의 복합적 파급효과에 대한 대비성을 증진시켜야할 것이다. 특히, 일상적 업무에 놓여있는 공공, 민간영역의 주요 의사결정자들은 현상적 흐름과 시각에 매몰돼 위험도가 매우 높은 새로운 위험들의 발생가능성을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하기 쉽다. 우리 사회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극단적 위험에 대한 적응력과 능동적 시스템 조정 능력 향상 등 사회적 역량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는 해상무역기반의 경제구조와 해양기후의 영향 등 대외요인에 의한 영향력이 매우 큰 환경에 놓여 있다. 예기치 못한 국제경제여건의 변화와 해양에서 발생하는 재해와 사고에 의한 국민의 안전뿐만 아니라 해저통신망, 해양영토, 국제무역수송로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국가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퍼펙트스톰처럼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위험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 이에 대한 대응은 더욱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 진정한 해양강국은 그 강함이 위기 때 나타나는 것이다. 김종덕 해양수상개발원 정책동향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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