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 판별법
  • 모용복기자
토착왜구 판별법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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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얼굴에 정신은 왜놈’
100여 년 전 문헌 속‘토왜’
오늘날‘토착왜구’의 어원

해방 직후 토왜의 뿌리 뽑고
민족반역자들 처단했더라면
지금 대한민국 모습 어떨까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국립생물자원관이 최근 국내에 자생하는 식물인 ‘생이가래’가 중금속, 농약성분 등 유해물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식물을 생태독성 측정 시험종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한다. 호수나 저수지, 연못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한해살이 수생 양치식물이 생태독성을 시험할 수 있는 식물로서 표준시험종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잘만 활용한다면 환경호르몬 등 유해성분을 규명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흔하디 흔한 식물도 독성의 유무를 판별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는데 우리 인간들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까지 하면서도 실체를 파악하는데 서툴다. 왜 그럴까? 아마도 스스로가 편견으로 가득찬 나머지 실상(實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정치권이 뜬금없이 ‘토착왜구’ 논란으로 뜨겁다. 요즘 잘나가는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도화선이 돼 정치권을 넘어 국민들까지 이로 인해 갑론을박이다. ‘왜(일본)가 도적질을 한다’는 뜻의 왜구(倭寇)의 침범은 삼국시대 때부터 있어왔지만 고려와 조선 초기 들어 그 폐해가 가장 극심했다. 이로 인해 고려 때 무장(武將) 이성계는 내륙에 숨어들어 노략질을 일삼던 왜구들을 황산에서 토벌하였으며, 조선 세종대왕 때는 이종무가 왜구의 본거지인 대마도(쓰시마 섬)를 정벌하는 등 계속되는 토벌과 회유책에도 노략질은 계속돼왔다.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족속들임에 분명하다.
‘토착왜구’란 말이 신조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1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말이 맨 처음 사용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지상파방송 보도에 의하면 유학자이자 항일애국지사인 정암 이태현 선생의 개인문집인 ‘정암사고’라는 책에서 비슷한 말이 발견됐으며, 왜놈들을 꾸짖는다는 부분에 등장하는 ‘토왜(土倭)’라는 말이 친일부역자란 뜻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또 진왜(眞倭)는 진짜 왜구, 즉 침략한 일본인을 가리키며, 토왜는 자생적인 친일부역자를 뜻하는 글이나 일화들을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토착왜구’는 일본인을 뜻하기보다 개인의 안위와 영달을 위해 민족을 배신하고 일제에 빌붙어 앞잡이노릇을 하거나 부역행위를 일삼은 한국인을 일컫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의 설명을 보면 뜻이 더욱 분명해진다. 전 교수에 의하면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이 실렸는데 ‘토왜’를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라 정의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서 ‘얼굴’은 외양이나 겉모습을 뜻하고, ‘창자’는 내면의 정신세계를 뜻함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친일파(親日派)를 말함이다.

‘토왜’로 공격받는 야당원내대표의 친일 논란 발언으로 정치권이 시끌벅적하다. 독립유공자 서훈 문제에 대해 보훈처가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하자 해방 후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킨 것처럼 보훈처가 친일이라는 올가미를 쉬우려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참으로 이해불가한 일이다. 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니. 해방 후 제헌국회는 일제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통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승만 정권의 방해와 친일파들의 발호로 채 1년도 안 돼 해체되고 말았다. 반민족행위처벌법도 1951년 폐지됨으로써 친일파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완전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이승만 정권에 의해 면죄부를 받은 친일파들은 사회 각 분야에서 요직을 차지하며 지배계급으로서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해왔다. 오늘날 국론이 분열되고 이념대립이 심화된 것도 그 뿌리에는 친일파들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만약 그 당시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순국선열들의 뜻을 고양하고 민족반역자들을 처단함으로써 무너진 민족정기를 바로세울 수만 있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을 지도 모른다. 참으로 애석하고 또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반민특위 활동의 실패에 대해 국민 분열을 초래했다는 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것이 단순히 역사인식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방도가 없다. 중금속, 농약성분 등 독성물질을 판별할 수 있는 ‘생이가래’처럼 사람의 진위(眞僞)를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과거 이력이나 조상들의 행적을 잣대로 그 사람을 재단(裁斷)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조상이 과거 공산당원이었든 친일파였던 그것은 조상의 몫이요 그가 짊어져야할 업보(業報)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그가 과거의 전철을 밟고 있느냐 아니냐다. 비록 자신이나 조상들이 이와 무관한, 오히려 대척점에 있다 할지라도 지금 나라와 민족에 해악을 끼치는 망언(妄言)과 망동(妄動)을 일삼는다면 그는 토왜요 토공(土共)이다. 이 점을 깊이 상고해 보면 ‘토착왜구’ 감별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지도 모른다.
야당 원내대표는 뒤늦게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비판한 것이 반민특위가 아니라 ‘반문특위(反문재인특위)’라고 명했다. 그러면서 독립유공자들에게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의 해명이 허언(虛言)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토왜들의 죄가 오랑캐(일제)보다 더 크다’는 항일애국지사 정암 이태현 선생의 말이 새삼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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