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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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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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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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의 클래식 이야기

[경북도민일보] 프레데리크 쇼팽

-쇼팽의 애국심
며칠 전 봄비가 촉촉이 내려주었고 하루가 다르게 주변은 온통 초록으로 채색되어지는 것 같다. 봄기운을 더해 따뜻한 오후가 되면 점심을 먹은 후 우리의 몸은 나른해진다. 춘곤증이다. 나른해지면 졸기도 하고 또는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봄기운은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사람마다 삶의 방식과 행복의 척도는 각기 다르겠지만 지금 우리가 선조로 부터 받고, 누리고 있는 따뜻한 호사는 그 얼마나 평온한 일상들 아닌가? 올해 봄 3·1운동 100주년을 맞았다. 3·1운동을 기억하기위해 주변에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들이 많았다. 필자도 어린 아들과 함께 포항 육거리 일대에서 3·1운동 만세 체험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봄이라서 더 그러했는지 당시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의 구절이 생각이 났었다. 80년대 후반 고등학교시절에 배웠던 시라 구구절절 외우지는 못해도 몇 소절 기억이 남아있어 당시 감회는 더욱 남달랐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
오늘은 지난 기고문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혁명’에 이어 ‘이별의 노래’라는 그의 작품 이야 기를 전하려한다.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쇼팽의 ‘혁명’은 무엇이고 ‘이별의 노래’는 무엇인가? 무슨 연관성이 있겠는가?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은 쇼팽이 피아노 연습과 연주를 하기 위해 만들었던 연습곡인데 각각의 연습곡에 붙은 소제목들이다.
쇼팽이 살던 시절 그의 조국 폴란드는 유럽의 3개국에 분할 통치(독일·오스트리아·러시아)를 받고 있던 터라 폴란드는 오랜 기간 동안 자주적인 국가의 기능을 갖지 못했다. 마치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 때와 유사했던 폴란드의 참혹했던 시절이었기에 쇼팽역시 국가의 독립을 간절히 원했던 애국자였던 것이었다. 많은 폴란드의 애국지사들이 독립을 쟁취하려 무단히 노력했지만 독립을 위한 봉기가 실패하였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개탄하는 심정으로 연습곡 Op.10번을 작곡하였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작품10-3번은 느린 피아노 연습곡으로 클래식음악을 전혀 모르는 일반 대중도 첫 소리만 들어도 아!~ 하며 감탄을 자아낼 만큼 유명한 작품이 되었다. 분명 여러분들이 드라마나 영화음악, 라디오 등에서 흔하게 종종 들어봤을 법한 노래일 것이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
쇼팽의 음악은 매우 서정적이다. ‘이별의 노래’를 한번이라도 감상할 수 있다면 왜 쇼팽은 서정적인 극치를 보여주고 있고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를 ‘피아노의 시인’이라 부르게 되었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쇼팽의 24개 피아노 연습곡 중 제3번(이별의 노래)의 제목은 원래 ‘슬픔 (Tristesse)’이라는 원제가 있다. 이 작품은 아름다운 선율로 인해 가사가 덧붙여져 ‘이별의 곡’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1934년 독일에서 제작된 쇼팽의 생애를 그린 영화 ‘이별의 왈츠’에 이별 내용의 메인 주제로 불리어져 더욱 유명해졌고 이때부터 대중들은 이 작품을 ‘이별의 노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 그대에게 바치려 하는 이 한 노래를 들으소서. 그대를 위한 노래 아!~정답게/나의 가슴 불타올라 나의 순정을 받아주소서. 그리운 님, 떠나가면 나만 홀로 외로움을 어이하리./언제 다시 만나려나. 아!~ 그리운 님. 나의 순정을 잊지 마소서./그리운 님, 나의 순정을 잊지 마소서.”(‘이별의 노래’ 중)
이 작품에 대해서 쇼팽은 “내가 쓴 작품 중에 아름답고 가장 서정적인 멜로디를 가진 작품이다.” ”이토록 감미로운 멜로디는 내 생애 처음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사실 예술작품은 작가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해석을 달리 할 때가 많은데 이 작품 역시 대중들이 느끼고 상상하는 대로 작품 해석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너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연인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멜로디라 수많은 매체에서 쇼팽의 ‘이별의 노래’를 사랑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별하는 아름다운 연인을 염두해두고 작곡한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의 조국 ‘폴란드의 슬픔’을 염두해두고 작곡을 한 작품인 것이다. 이 작품에 대한 쇼팽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쇼팽의 제자가 연습곡10-3번 ‘슬픔’을 연주하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많은 제자들과 사람들이 숨죽여가며 음악 감상을 하고 있었다. 연주가 끝이 나고 옆에서 서있던 쇼팽은 제자들을 향해 감격에 찬 눈물을 흘리며 “오! 나의 조국이여!”라고 큰소리로 부르짖었다고 한다. 이렇듯 이 작품의 원제목도 ‘슬픔’이라고 따로 있듯이 이작품의 내용은 연인들의 이별이 아니라 조국을 잃은 상념의 ‘슬픔’인 것이다.

-음악으로 독립투사의 길을 선택한 쇼팽
1830년 쇼팽의 나이20세 때 조국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사를 하였다. 그런데 빈에 도착하자마자 6일 만에 조국 폴란드에서 독립을 위한 봉기가 일어났고 실패하였다는 소식을 곧장 듣게 되었다. 당시 쇼팽은 폴란드독립을 위한 애국지사들과의 친분이 두터웠고 독립을 위한 봉기가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당시 쇼팽은 예술을 택할 것인가, 독립운동가가 될 것인가를 선택해야하는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쇼팽이 정치인의 길을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했다는 이분법적 해석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주류 평론가들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히고 싶다. 음악가로서 쇼팽은 자신의 영역인 음악 안에서, 음악으로서 독립투사의 길을 선택했다. 쇼팽의 피아노 연습곡 ‘혁명’과 ‘이별의 노래’가 잘 알려주듯 쇼팽은 음악으로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독립의 염원으로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횃불을 피웠다. 쇼팽은 조국을 떠난 후 죽을 때까지 두 번 다시  고향인 조국 폴란드 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작품 곳곳에는 조국의 독립에 대한 염원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는 조국을 떠나올 때 은으로 된 잔에 한줌의 흙을 담아와 평생을 조국의 흙냄새를 맡으며 조국의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쇼팽, 그는 진정한 독립투사였다!

-리스트를 만난 쇼팽
쇼팽은 당대 피아노의 거장 ‘리스트’를 파리에서 만나는 행운을 얻게 되는데 그 후 서로가 음악을 통해 진실한 우정의 동반자가 되어 ‘리스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당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무명에 불과했던 쇼팽을 ‘리스트’가 쇼팽의 천재성을 금방 알아보고 그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쇼팽은 음악계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쇼팽은 이런 최고의 친구 ‘리스트’에게 그가 아낌없이 받았던 우정에 보답하기 위해 그의 피아노 연습곡 Op,10번 Op,25번 전곡을 헌정했고, 리스트는 그 작품의 독창적인 감성에 감격하고 쇼팽에게 보답하기 위해 리스트는 쇼팽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써 전기를 써 ‘쇼팽전’이라는 쇼팽의 이야기를 음악사에 영원히 후세에 남겼다.
그의 대표작품으로는 Etude(연습곡), Ballad(발라드), Scherzo(스케르초), Nocturne(녹턴), Prelude(전주곡), Impromptu(즉흥곡), Polonaise(폴로네이즈), 피아노 협주곡1.2번등이 있다. 김일영 포항유스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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