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와 버닝썬, 그리고 한류(韓流)
  • 모용복기자
아레나와 버닝썬, 그리고 한류(韓流)
  • 모용복기자
  • 승인 201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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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꼴’아레나와 버닝썬
한국사회 부조리 총집결
든든한 공권력의 비호 속
온갖 범죄 온상으로 자라
승리의 SNS 단톡방 대화
한류스타의 추악한 민낯
미래세대에 악영향 우려

[경북도민일보 = 모용복기자]  한 때 로마의 전쟁영웅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전락한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가 마지막 일전(一戰)을 치르기 위해 콜로세움에 섰다. 가족을 참혹하게 학살한 폭군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 분)에게 복수하기 위해 계획한 반란이 사전에 발각되는 바람에 황제의 사냥감으로 원형의 투기장(鬪技場)에 붙들려 나온 것이다.
코모두스는 민중의 영웅이 된 막시무스를 수많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직접 결투를 벌여 죽이겠다는 음모를 꾸미고 경기에 앞서 막시무스를 찾아가 칼로 찌른다. 그런 다음 상처를 가리고 갑옷을 입혀 경기장에 내보내라고 명령한다. 이미 많은 출혈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가운데서도 막시무스는 마지막 혼신을 다해 코모두스의 목을 찔러 복수에 성공하지만 끝내 자신도 숨을 거두고 만다.
검투사 막시무스가 콜로세움에서 황제 코모두스를 향해 내뱉는 대사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운으로 남아 잊혀지지 않는다. “내 이름은 막시무스, 북부총사령관이자 펠릭의 장군이었으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충복이었다. 태워 죽인 아들의 아버지이자 능욕당한 아내의 남편이었다.”
콜로세움은 서기 70년경 만들어진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원형경기장이다. 고대 로마제국 당시 이 투기장에서 잔인한 시합이 펼쳐졌다. 전쟁포로로 잡힌 검투사들은 이 경기장에서 목숨을 건 대결을 벌여 승리하면 자유의 신분이 주어졌다. 수 만 명의 로마 관중들은 유혈이 난무하는 잔인한 싸움과 맹수의 도살을 즐겼다. 이탈리아 베로나에 있는 아레나(스페인어로 ‘모래’라는 의미)는 콜로세움보다 반세기 뒤에 건립된 원형경기장이다. 용도는 마찬가지로 주로 검투사들의 목숨을 건 대결과 전차경기, 맹수사냥 등이 벌어졌다. 아레나와 콜로세움 같은 투기장은 로마인들의 상무(尙武)정신과 용맹성을 고양시키는 순기능을 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귀족층의 타락과 인간경시 풍조 만연으로 인한 지배-피지배계급간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그로 인해 전쟁과 생산에서 비능률성을 초래하고 장기적인 노예반란, 태업 등을 촉발시킴으로써 로마제국이 멸망에 이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밤의 황제’라 불리는 서울 강남 유명 클럽 ‘아레나’ 회장인 강모씨가 지난 주 전격 구속됐다. 160여 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빼돌린 혐의다. 강씨는 현금 거래를 해서 매출을 축소하고, 종업원 급여를 부풀려 신고하는 수법 등으로 탈세를 저질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클럽 아레나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다른 데 있다. 최근 성매매 알선, 경찰과 유착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버닝썬 사태’의 중심인물인 인기 아이돌그룹 빅뱅 출신 승리가 해외 투자자 성접대 장소로 이 곳을 이용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레나와 버닝썬은 판박이다. 아레나의 MD(영업관리) 출신이 버닝썬의 공동대표였으니 아레나가 형님 뻘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이 곳은 한국사회의 모든 추악함이 총집결된 곳이다. 탈세, 성접대, 성매매, 성폭력, 불법 동영상 촬영, 마약까지 온갖 범죄의 온상(溫床)이 돼왔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단속 한 번 제대로 받지 않고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갔다. 이른바 ‘경찰총장’이라는 든든한 공권력이 뒤를 봐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버닝썬에서 불법 동영상 촬영과 유포 혐의로 구속된 가수 정준영만 하더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난 2016년 전(前) 연인을 성추행하고 성관계 중 신체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 당해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범행도구로 이용된 휴대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또한 지난해에도 불법 영상촬영 의혹으로 적발됐지만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하는 바람에 유야무야(有耶無耶) 되기도 했다. 수사당국의 지속적인 봐주기 수사가 정씨와 같은 괴물들을 키워온 것이라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하룻밤 놀음으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을 호가(呼價)하는 타락의 성(城) 안에서 공권력의 비호(庇護)를 받으며 온갖 불법과 향락, 악행을 서슴없이 자행한 그들은 분명 법 위에 군림한 특권층이다. 그들이 경찰과 법을 얼마나 우습게 여겼는지는 SNS 단톡방(단체 대화방)에서 나눈 대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속 뜨면 돈 좀 찔러주고” “X 같은 한국 법. 그래서 사랑한다” 인성(人性)은 안중에 없고 한류스타 만들기에만 급급한 방송사와 연예기획사, 그리고 우리사회가 공동으로 만들어낸 스타의 민낯이다.
2000년 전 노예 신분 검투사들이 수만 명의 로마인들이 보는 가운데 목숨을 건 대결을 벌여야만 했던 투기장. 로마인을 비이성적인 인간으로 타락시켜 결국 제국을 멸망에 이르게 했던 원형투기장 아레나와 콜로세움. 마약과 강간, 성매매 등 여성을 상대로 온갖 만행이 공공연히 자행됐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권력층까지 한통속이 돼 불법을 묵인해온 범죄의 온상 강남 클럽 아레나와 버닝썬, 그리고 타락한 수많은 아이돌들. 이들이 장차 우리 미래세대에게 어떤 비극을 몰고 올지 정말로 걱정이다. 이제 한류스타니 한류열풍이란 것에 대해서도 다시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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