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과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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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과 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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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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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두 사람이 높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앞서가는 사람은 젊은이였고 뒤를 따르는 사람은 백발의 어느 노인이였다. 중턱 쯤 도달했을까! 지칠대로 지친 젊은이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정상은 아직도 아득하게 멀어보였고 도저히 그곳까지 올라 갈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젊은이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묵묵히 뒤를 따르는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할아버지! 젊은 저도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연로하신 분이 힘들지 않으시냐고. 아직도 멀리 보이는 저 꼭대기까지 가실 수 있겠느냐고…” 노인은 옅은 구름에 가려 흐릿해진 정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렇게 대답했다. “젊은이! 나는 저 정상을 바라보고 걷지 않는다네. 한 발 내딛고 또 다음에 내딛을 그 한 걸음만 생각한다네. 아무리 힘들어도 한 발자욱은 더 내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저 정상에 이르겠지. 내 살아온 인생도 어려웠던 순간들을 오직 한 걸음씩 내 딛으며 이겨내어 왔다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흔히 듣는 말이 무엇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마도 ”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라는 말일 것이다. 생물학적 의미에서 산다는건 현재의 존재활동이다. 이 현재의 범위를 좁히면 오늘이 되고 더욱 좁히면 순간이 된다. 산을 오르는 노인의 말씀처럼 우리 인생도 이 한 순간들이 점철되어 인생이 된다. 어떤 경우에는 단 한 번의 실수나 한 순간의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점을 중요시않게 여기는 경향이 많다.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은 매 순간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분하여 절제하고 처신한다. 이와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고 어긋나는 이유는 ‘한 번만’이라는 심리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 순간, 한 번을 참지 못해서 싸우고, 헤어지고, 원수가 된다. 그리고 후회한다.
건실한 직장인이 회식 후에 “집도 가까운데 이번 한 번만큼은 괜찮겠지”란 생각으로 음주운전을 했다가 인사사고를 내어 병원비와 합의금 때문에 새로 장만한  아파트를 1년도 안되어 팔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잔만 더하자. 한 번만 더 놀자. 한 마디만 더하자. 이번 한번만 대충 넘어가자는 이 한 번 때문에 사람들이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이 한 번이라는 것과 그에 따른 한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한 번쯤은 그냥 넘어가고 다음부터 잘하자. 다음부터 열심히 하자라고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 관대한 다음이 또 다음으로 이어져 우리를 패배자로 만든다.

사람은 오직 한 번만 산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내는 모든 순간들은 오직 한 번뿐이다. 강은 쉼없이 흐르고 있기에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고,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삶이 작동하는 시간은 오직 현재뿐이다. 현재에서 행하는 그 한 번들이 누적된 것을 우리는 생애라 한다. 다음부터라도 잘하면 되지 않는가! 삶을 어떻게 그리 완벽하게 살아낼 수 있는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시간의 절대선상에서 보면 다음으로 미룬다는건 지금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았기에 인생결산의 손실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매 순간들은 단 한 번이기에 매 순간들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이기 때문이다.
풀을 베는 사람은 들판의 끝을 보지 않는다.
아득한 들판의 끝을 보면 이 넓은 들판의 풀을 언제 다 베나! 라는 생각에 마음이 먼저 지쳐 낙심하기 때문이다. 오직 발 앞에 놓인 풀만 베어나간다. 작은 냇물이 모여 큰강이 되고 한걸음 한걸음이 쌓여서 천리길에 이르른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들이 어렵고 힘들어도 한 번더 견뎌내자. 화가 나더라도 한 번만 더 참자. 지금의 순간들을 감사하며 사랑하자. 내일도 오늘이 된다. 오늘들의 한 시절이 모여 청춘이 되고, 추억이 되고, 인생이 된다.
한 번과 한 순간은 메커니즘이며 알고리즘이다. 이번 한 번이 좋으면 다음 번도 좋아진다. 한 번도 손해보지 않고, 한 번도 참지 않고 화를 내면서 자기 할말 다하고, 한번도 절제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다하며 살 것이라면 순탄하고 행복한 삶은 꿈도 꾸지마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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